故이건희, 조용한 1주기…이재용 "새로운 삼성 위해 나아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가족들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진행된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1주기를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선영에서 조촐한 추도식을 치렀다. 별도의 그룹 차원 대규모 행사가 마련되진 않았지만, 삼성 임직원들은 각 계열사 내부망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관에서 이 회장을 기렸다.

이 부회장은 추도식을 치른 후 참석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이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이 회장을 기리고, 삼성의 미래를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제막식에서 "회장님이 우리를 떠나신 지 벌써 1년이 됐다"며 "많은 분들께서 고인을 기리며 추모해주셔서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에게 삼성은 당신의 삶 그 자체였다"며 "현실의 한계에 굴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구셨다. 오늘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과 꿈을 향한 열정을 기리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내놓은 첫번째 공식 메시지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의 미래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언급한 데 주목했다.


임직원들 역시 이 회장 1주기를 맞아 삼성이 새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난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이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여러가지 수사와 재판 상황이 이어지면서 내부에선 정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면서 "변화를 느낄만한 찰나가 없었기에 1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1주기가 새 도약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5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추모 열기도 이어졌다. 삼성은 각 계열사 내부망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하고 12분 분량의 추모 영상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어록을 남긴 신경영 선언 영상을 함께 공유했다. 추모 영상에는 주요 신년사와 경영 발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활동 등 이 회장의 생전 활동이 담겼다. '기억, 시간에 새겨진 마음'이란 주제로 이 회장의 유년기 시절 모습과 주요 지인들의 소회도 함께 전했다.

이 회장을 기리는 댓글도 이어졌다. 임직원들은 "회장님의 혜안과 미래안이 그리운 오늘", "회장님의 위대했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글을 작성하며 이 회장을 추모했다.

그룹 내부에선 이 회장의 업적을 고려해 규모있는 추모식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고인의 생전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소탈히 진행됐다. 삼성은 경기도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이 회장의 흉상을 제작해 설치하는 것으로 대규모 추모식을 대신했다.삼성 측은 "생전 '인재 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써온 이 회장을 추모하기 위함"이라며 "창조관은 '삼성 인재 양성의 메카'로 삼성의 기업정신과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미래 리더를 양성하는 중요한 인재 육성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진행된 추도식엔 이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유족만 참석했다. 추도식은 20분 정도 진행됐다.

이 회장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투병 끝에 지난해 10월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