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여는 축제 다시 스타트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이 약 1년 만에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였다. 여전히 오프라인 공연의 국내 개최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BTS 맵 오브 더 소울 원(MAP OF THE SOUL ON:E)’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 그러나 지난 10월의 온라인 공연과는 더욱 차별화된 지점으로 팬들의 쌓인 갈증을 속 시원히 해소시켰다. 단지 이름 모를 새로운 기술들만 과시하듯 우후죽순 나열해 놓은 것은 아니다. 마치 오프라인 콘서트를 잠실 주경기장에서 관람하듯 가을날의 쌀쌀한 온도나 습도까지 그 생생한 에너지를 모니터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하며 자신들의 기획력과 퍼포밍 능력을 또한번 증명한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가장 최근 발표곡 ‘PERMISSION TO DANCE’의 메시지인 ‘춤추는 데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를 주제로 꾸려진 24곡의 셋리스트와 함께 197개의 국가 및 지역으로 동시 생중계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PERMISSION TO DANCE ON STAGE)’ 공연은 마치 앞으로 펼쳐질 오프라인 공연의 서막을 대대적으로 알리듯, 화려하고 웅장했다.


때아닌 팬데믹으로 그간 제대로 시동을 걸고 질주 중이던 월드 투어와 공연이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느낀 공허함과 좌절감을 멤버들은 줄곧 SNS 등을 통해 호소해왔다. 무대와 퍼포먼스에서 아낌없이 쏟아내는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가 무기이자 장점인 그룹 성격 탓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과 직접 대면하며 퍼포먼스를 선보일 투어 공연은 수익 면에서는 물론, 그룹의 정체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전개해나가는 데 꽤 중요한 문제였다. 멤버들은 팬데믹 기간 펼쳐진 온라인 공연이나 무대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덧붙일 때마다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한다”고 거듭 얘기했지만, 실현까지는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 막막한 상황에서 리더 RM은 지난 9월 자신의 생일 라이브에서 “생일인 것도 좋지만, 오프라인 콘서트를 하면 그날이 진짜 내 생일이 될 것 같다. 2년 동안 매번 영상으로만 소통하니 ‘내가 다시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할 정도”라며 심정을 토로할 정도. 그간 비대면 콘서트나 온라인 전시, 각종 MD와 예능 콘텐츠로 오프라인 공연의 공백을 메우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덕질’의 근간이 되는 공연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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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꾸준히 상황을 살피며 오프라인 콘서트로 팬들과 소통할 기회를 엿보았다. 이번 온라인 공연 또한 “원래 오프라인 공연을 계획하고 (잠실 주경기장을) 계속 잡아두었다. 대관을 최소 3~4개월, 보통 6개월 정도 이전부터 빌려야 한다. VCR 영상도 오프라인 콘서트용 1개, 온라인 콘서트용 1개 둘 다 찍었다”라고 밝힌 멤버 진의 말처럼, 실제로 주경기장을 오프라인 공연용으로 선점해두거나 콘서트에 앞서 오프라인용 홍보 콘텐츠를 사전에 찍어두는 등 꾸준히 대면 콘서트의 문을 두드려왔던 것.


오프라인 콘서트가 매번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방탄소년단은 최신 기술과 함께 온라인 콘서트만의 매력을 전세계 스크린 가득 펼치며 억대 숫자의 관객들을 만족시켜왔다. 이번 공연에는 실제 오프라인 공연을 보는 듯, 더욱 생생한 환경을 구성했다. 실제 콘서트 개최장소인 잠실 주경기장의 규모와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대형 LED 화면과 최첨단 스트리밍 기술이 도입됐다. 콘서트 사상 최대 사이즈의 LED(가로 약 50m, 세로 약 20m)가 설치됐고 4K/HD의 고화질 화면, 6개의 화면에서 보고 싶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선택해 관람할 수 있는 ‘멀티뷰’ 서비스 또한 제공됐다. 또한 새롭게 도입된 기술인 ‘Visual Effect View(VEV)’ 서비스, 즉 VJ 소스, 가사 그래픽, 중계 효과 등이 어우러진 화면으로 실제 공연장에서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LED 효과가 온라인 스트리밍 화면에도 고스란히 구현되는 기술로 현장감을 더했다. 또한 지난 공연에서는 팬들과 연결된 화상 화면을 통해 소통했다면, 이번에는 그러한 온라인 콘서트적인 느낌마저 말끔히 제외하고 무대 구성과 완성도에 에너지를 집중한 점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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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과 무대 장치에서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묻어있다. 곡별 콘셉트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또 은유적으로 살린 5개의 독립적인 무대 장치들은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거대한 LED화면과 수십명 댄서들의 군무를 활용한 ‘ON’의 강렬한 오프닝에 이은 ‘Black Swan’, ‘FAKE LOVE’ 퍼포먼스는 물론 ‘Life Goes On’,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Dynamite’ 등을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이며 색다른 관람 포인트를 마련했다. RM이 이날 “온라인 공연에서는 저희가 에너지를 아무리 써도 절반도 전달이 안되더라. 그래서 오늘은 더 과격하게 해보았다”고 밝혔듯, 솔로 무대를 배제하고 7명의 멤버가 전 셋리스트에 함께하는 퍼포먼스로 에너지를 끌어모은 점도 효과적이었다. ‘뱁새’ ‘I NEED U’와 같은 예전 곡들은 물론, ‘Stay’ ‘병’ ‘잠시’ 등 최신 앨범 수록곡은과 팬들과의 많은 추억이 담긴 팬송 ‘Young Forever’까지 고루 선보이며 러닝타임 150분을 빈틈없이 채웠다. 방탄소년단 특유의 비장하고 강렬한 대형 퍼포먼스와 소소한 감정을 고백하는 무대까지 두루 만족시키는, 이를 갈고 꾸려낸 흔적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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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리더 RM은 “(팬데믹 상황이) 2년이 되니까 나에게 가수로서 남은 동력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 개인으로서 RM으로서 BTS 멤버로 같이 열심히 나아가려면 어떤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극복하려고 운동 등 새로운 걸 많이 시작했는데, 이제 진짜 거의 한계이지 않나 했다. 스스로 뭐하던 사람인지 잊어버리는 것 같아 굉장히 힘들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멤버 진 또한 “오늘 공연하다 음이탈이 났다. 이런 상황과 내 자신이 밉더라. 한창 공연을 많이 다닐 때는 체력에 문제가 없었는데 투어를 안 한지 오래 되니 현장 적응도 어렵고 체력도 부족한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거듭 얘기하기도. 슈가는 “공연할 때 보통 어떻게 했는지 루틴을 까먹어서 파이널 콘서트 영상을 찾아봤다. 2년간 잊어버렸던 감정이 올라왔다. 곧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버텨보자”라며 이날 공연의 완성도에 진심어린 마음과 아티스트로서의 태도까지 꾹꾹 눌러담아 전한 이들. 몇십 만의 관중이 꽉 차던 공연장에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공연하는 것의 끝을 그 어느때보다도 기다려왔을 이들의 그야말로 ‘피땀눈물’이 오롯이 전해지는 공연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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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언뜻 희망적인 기운이 넘실댔다. 그간 행해온 이들의 노력이 실제 관객과 대면하는 무대로 빛을 발할 기회가 곧 펼쳐지기 때문. 오랜 팬데믹 이후 방탄소년단의 첫 격전지는 미국이다. 오는 11월 27~28일, 1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SoFi) 스타디움에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오프라인 공연을 개최하며 새로운 투어 시리즈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지난 2019년 서울 공연 이후 약 2년만에 펼쳐지는 오프라인 콘서트에 팬들의 기대감은 더없이 부풀었다. 국내 팬들이 고대하던 오프라인 콘서트가 서울에서 포문을 열지 않은 것이 아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들 특유의 에너지 가득한 공연을 눈앞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긴 것 자체는 반가운 소식이 분명하다. ‘BUTTER’ ‘DYNAMITE’ ‘PERMISSION TO DANCE’ 등으로 연이어 빌보드를 석권하며 미국 내 방탄소년단의 인지도나 팬덤이 더욱 공고해진 상태에서 이 소식은 더욱 넓은 해외 시장을 개척해나갈 신호탄이기도, 국내 공연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해외 무대에 K팝 공연의 길이 다시 서서히 열릴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해당 소파이 스타디움은 2020년 완공된 이후 최대 10만명까지 수용 가능한, 최고 규모의 스타디움이라 2년만에 펼쳐질 오프라인 공연은 팬들에게도, 아티스트에게도 그 짜릿함과 감동이 배가될 듯하다.


방탄소년단은 또 얼마나 새로운 기록들을 써내려갈까. 이번 공연은 더없이 상징적이다. 그들의 소망대로 다시 ‘봄날’은 찾아오고 오랜 겨울잠의 끝, 축제가 다시 시작될 희망찬 징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