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안 뽑고 전문성을 빌린다'…긱이코노미 이끄는 스타트업

기존 노동시장에서는 기업이 정식 계약을 맺고 직원들을 채용해 '시급' 개념으로 보수를 지급했다. 최근에는 업무 수요에 맞는 전문 노동력을 일시적으로 구해 '건당' 개념으로 보수를 주는 방식이 떠오른다.


이는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기업 487개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채용계획 및 실패'를 조사한 결과 채용을 진행한 422개사 중 68.7%는 계획한 직무의 인원을 뽑지 못했다.

계획대로 채용이 진행되지 못한 이유로는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서(60%·복수응답)'가 꼽혔다.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한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처럼 비정규직 근로형태가 확산되는 고용시장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부른다.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 공연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Gig)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해고와 고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서구권에서는 긱 이코노미가 일반적인 기업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주로 스타트업들이 긱 이코노미를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재능마켓 플랫폼인 △크몽 △탈잉 △숨고 △클래스101 등은 전문가(튜터)와 수요자(기업·개인)를 연결한다. 전문가는 디자인·외국어·실무역량 등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재능을 올려놓고, 수요자가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매칭이 이뤄진다.

이들 플랫폼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확보했다면 특정 분야에만 특화된 크라우드소싱(일반인 자원 활용) 플랫폼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프리랜서 인력이 늘어나며 전문가 선별이 점점 힘들어지는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공략했다.
영상편집·번역·디자인 등 전문성 중심으로 인력 찾는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쿨잼컴퍼니는 영상편집 플랫폼 '에딧메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영상편집 수요자와 편집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자체적으로 실력이 검증된 영상편집자를 선별해 외주가 아닌 서비스 개념으로 편집 서비스를 제공한다.

합리적인 견적 체계를 만들어 가격 논란의 여지도 최소화했다. 특히 양측을 연결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한 내에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로 영상이 나올 수 있도록 에딧메이트 운영 매니저가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한다.

콘텐츠 번역 스타트업 보이스루에는 현재 1700여명의 번역가가 참여하고 있다. 2018년 설립 이후 가파른 성장을 통해 국내 영상 번역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보이스루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영상 속 음성을 자동으로 대본화하고 자막싱크를 맞춰준다. 신조어·유행어처럼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나 문구에 대한 적절한 표현도 추천한다. 번역물 검수, 번역 작업 정산절차도 자동화해 번역가의 불편을 크게 덜었다.

스터닝은 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해주고 있다. 국내 20만명의 디자이너 풀을 보유한 콘테스트 형식의 플랫폼이다. 기업이 요청한 디자인 의뢰에 대해 여러 디자이너가 각자 제작한 시안을 응모한 뒤 최종 우수작이 선정되는 방식이다.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닥은 간병인의 돌봄이력·얼굴·실사용자 후기 등이 담긴 프로필을 통해 노인 돌봄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있다. 확보된 전문 요양보호사(케어코디) 규모는 2000여명에 달한다.

간병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케어코디를 양성 중이다.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인 관리와 함께 패널티 제도를 통해 활동을 정지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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