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별세에 여야 '명복 빈다' 한 목소리…평가는 사뭇 달라

노태우 전 대통령/사진=뉴시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방정책, 범죄와의 전쟁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지만 5·18 민주화운동 진압,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날 여야 정치권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 예우 등에 대해선 사뭇 달랐다. 여권은 노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평하며 일부에선 국가장 예우, 국립묘지 안장 등에 대해 반대했다. 야권에선 노 전 대통령의 성과 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노태우, 첫 직선제 선거로 대통령 당선…5·18 탄압 등 과오도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진행된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부터 5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범죄와의 전쟁, 인천국제공항 건설 추진, 서울올림픽 개최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다는 전력이 있다. 또 퇴임 이후 밝혀진 비자금 조성 사건 등으로 성과들이 빛을 바랬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7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 등의 내란죄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고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도 박탈당했다.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이 별세한 10월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인물이 노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기묘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윤영덕(광주 동구남구갑)·조오섭(광주 북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뉴스1

與 "노태우, 군사 독재 연장했다"…"국가장 예우 안 돼"여당에선 노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평가하는 한편 일부 여당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용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직접 선거를 통해 당선됐지만, 결과적으로 군사 독재를 연장했고 부족한 정통성을 공안 통치와 3당 야합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독재자"라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던 광주가 지역구인 윤영덕(광주 동구남구갑)·조오섭(광주 북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노태우 국가장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한 개인의 죽음 앞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5월 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만으로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에 안장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의원과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의 2인자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이라며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받은 바 있는 중대 범죄자"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시스

野 "북방정책은 의미 있는 성과…범죄와의 전쟁도 쾌거"야권의 대권주자들은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별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대권주자들은 북방정책, 범죄와의 전쟁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과이자 치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2주기를 맞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에서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에 북방정책이라든가, 냉전이 끝나갈 무렵에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열어준 데 대해서는 참 의미있는 성과였다"며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잘한 정책은 북방정책과 범죄와의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던 북방정책은 충격적인 대북정책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은 이 땅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고 사회 병폐를 일소한 쾌거였다"며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군인으로서 12·12 군사 쿠데타,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 등 헌정과 인권을 유린했던 씻을 수 없는 과가 있다"면서도 "지금의 대한민국, 흔히 '87년 체제'라고 말하는 제 6공화국의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