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전기차 수출 어려운데…우리는 세금으로 中 전기차 키웠다"

/사진제공=KAMA.

미국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역적자가 심화됐다. 특히 국내기업의 중국 수출은 관세장벽 등의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판매를 확대, 교역국 중 무역적자 2위를 기록했다. 각국이 자국기업 우대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도 관련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27일 발표한 '한국·미국·중국 간 전기차 수출입 동향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전기차 수출액은 올해 1~3분기 기준 2억7000만달러, 수입액은 7억8000만달러로 무역적자가 5억1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수입은 2만6151대로 지난해 총 수입대수인 2만2206대를 넘어섰다. 총 4만872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으며 이중 국산차는 56.5%, 수입차는 43.5%를 차지했다. 특히 테슬라는 판매량 1만6287대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지난해 1만1829대를 넘어서면서 2년 연속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선전과 함께 대미 무역적자는 한국의 교역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협회는 "미국시장은 내연기관차에 한해 한국이 꾸준한 무역 흑자를 달성하고 있지만 2019년 이후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하는 등 미국 전기차 수입이 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무역적자 2위는 1800만달러를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다. 높은 관세 등에 따라 중국에 전기차 수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를 비롯해 초소형 전기차 수입이 늘었다. 특히 전기버스는 중국산 점유율이 36%에 달하는 등 국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올해 9월까지 등록대수 기준으로 국산은 351대, 중국산은 200대가 판매됐다. 8월 기준 중국산 초소형 전기차는 2051대가 수입됐다.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도 중국산 수입이 증가해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자동차 부품 교역도 적자로 전환됐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산 우대 보조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향후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은 매달 주행거리·에너지 밀도·배터리 종류·구동모터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을 발간하는데 이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국 전기차를 우대하고 있다. 해당 목록에 따라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 현지 업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경우 더욱 노골적이다. 농촌지역 전기차 판촉 프로그램인 '신에너지차 하향활동 통지'를 통해 일부 선별된 중국 지방 브랜드 차종에 한해 지방정부의 재정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자국 브랜드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법안이 하원서 발의됐다. 노조가 있는 미국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4500달러(약 536만원),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 500달러(약 60만원) 등의 추가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국 내 생산공장과 노조가 있는 GM, 포드, 스텔란티스에 추가 혜택이 부여된다. 무노조 경영 중인 현대차 등 대부분의 외국기업은 이를 제공받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전기차 관련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국내산과 수입산에 대한 차별이 없다. 최대 800만원 내에서 연비, 주행거리, 에너지 효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한다. 특히, 전기버스는 최소 자부담금 규정을 마련했음에도 수입이 줄지 않고 있다.

협회는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대부분은 중국산 플랫폼"이라며 "그럼에도 대당 4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돼 우리 국민 세금으로 중국 초소형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 국내 개발은 지체되는 결과를 초래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자국 전기차 산업육성이라는 정치적 판단에 의하여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도개편을 검토하거나 상대국의 자국산·한국산간 차별을 폐지토록 협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