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도 전기료도 20% 올린다고? '중국발 인플레' 현실로

중국 동부 저장성에서 접이식 의자를 연간 100만개 생산하는 젠둥 레저는 얼마전 납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이 공장은 내년 4월까지 주문이 밀렸는데 아직도 주문이 쇄도한다. 샤오싱 가오부라는 회사는 월마트와 까르푸 등 대형마트를 통해 비치 파라솔을 판매하는데 제품 가격을 20% 올렸다. 영업사원 리안은 "어디를 가든 고객은 인상된 가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플레이션, 이른바 '친플레이션(Chinflation)'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사상 최대인 10.7%(9월)를 찍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7% 상승에 그쳤던 만큼 내재돼 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해제되는 모습이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CATL에 이은 중국 내 2위 배터리 생산업체 비야디(BYD)는 다음달 1일 이후 신규 주문 물량부터 배터리 단가를 20% 이상 인상하겠다고 고객사들에 통보했다. 비야디는 토요타자동차, 베이징자동차,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최근에는 테슬라와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배터리 재료인 리튬 가격이 1년 새 3.5배 이상 뛰는 등 원자재값이 급등한 데다 전력난이 겹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생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다.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잘 팔리면서 리튬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퉁, 위안퉁, 지투, 윈다 등 4개 택배 회사는 인건비 등 운송 비용이 올랐다며 상하이에서 택배 가격을 인상했다. 상하이에서 택배비 인상은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대도시를 거쳐 중·소도시로 번질 소지가 크다.


원자재값 상승에 중국 정부는 얼마 전 20% 이내에서 전기료 인상을 허용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루팅과 소시에테 제네럴의 중국 경제학자 미셸램은 전기료 인상이 CPI를 각각 0.4%p, 0.1%p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고 봤다. 톈펑증권 쑨빈빈 애널리스트는 0.5%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CPI 증가율을 지난해 3.5%보다 0.5%p 낮춘 '약 3%'로 낮춰잡은 중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석탄 가격 형성에 개입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자 27일 발전용 석탄 가격이 톤당 1033.8위안으로 고점이던 이달 19일 1982위안으로부터 47.8% 급락했다.

물가 상승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지만 중국 CPI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공산품 가격 반대편에 있는 식료품 가격이 CPI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서다. 돼지고기 가격의 경우 CPI에서 차지하는 실질 비중이 10~15%에 이르는데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이 47%가량 떨어졌다. 그 결과 전체 식료품 가격은 5.2% 하락했다. 반면 비식품 가격은 2% 올랐다.

중국 공산품 가격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추긴다. 중국 르네상승 증권 브루스 팡 연구책임자는 "제조업체들이 인상된 가격을 하류(납품처)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