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세 반발' 머스크에…CNN "정부 혜택으로 회사 키우고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민주당의 억만장자세 도입 추진에 반발하는 데 대해 '정부 지원은 받아놓고 세금은 안 낸다'는 비판이 나왔다.


28일 CNN은 '머스크, 정부 자금으로 테슬라 일궈놓고 세금은 두려워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테슬라가 수년간 정부의 전기 자동차(EV) 인센티브 정책 등을 통해 혜택 받아온 사실을 짚었다.

최근 머스크는 민주당이 대규모 사회복지성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약 700여 명의 '슈퍼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억만장자세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트위터에 "부자들의 고갈되면 당신들(일반 시민들)을 찾아갈 것"이라며 반발했다.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 실적과 우주 사업(스페이스X)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자산 가치가 급증해 세계 1위 부호에 올랐다. 프로퍼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개인 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다.

CNN은 테슬라가 오랫동안 수익 대부분을 탄소 배출권을 팔아 거둬온 점을 지적했다. 테슬라가 그동안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던 게 탄소 배출권 덕이란 것이다.


탄소 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거래가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의 일부 주에서선 친환경 자동차 제조사에 탄소 배출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탄소 배출권 사업은 테슬라에 대한 투자를 끌어온 요소 중 하나였다. CNN은 "테슬라가 일본 완성차업체 토요타보다 훨씬 적은 차를 판매하면서도 시가 총액은 3배 이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재원 마련을 위해 기존의 법인세 인상이 아닌 억만장자세를 고려하고 있다.

억만장자세는 채권 주식 등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해 연간 단위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미국에선 주식이나 채권에 대해 보유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올라도 매각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 부동산이나 사업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한 후 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 대상 기준은 10억 달러(1조2000억 원) 이상 자산 보유자나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 소득을 올린 이들이다.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장에 따르면 이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은 약 700명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억만장자세로 벌어들일 수입이 2000억~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은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자산 상태를 숨기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의 허점을 이용해 현재 아마존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고, 머스크 뒤를 잇는 세계 2위 부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개인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한편 머스크의 개인 재산을 인도적 목적으로 기부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머스크와 베이조스를 거론하며 기부를 요청했다. 그는 "도움이 없으면 죽게 될 4200만 명을 위해 60억 달러(7조5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금액은 머스크 자산의 약 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