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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통령을 '욕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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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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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
#1. 1921년 1월 독일 베를린의 가판대에선 신문 한 부가 대개 0.3마르크에 팔렸다. 하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22년 11월엔 무려 7000만 마르크를 줘야 신문 한 부를 살 수 있게 된다.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부담하게 된 천문학적 전쟁배상금을 갚으려고 나라가 돈을 마구 찍어낸 탓이다.

이듬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 달러화 대비 마르크화의 가치는 50만 분의 1로 추락한다. 그해 10월 독일의 물가는 한달 사이 약 300배나 뛰었다. 이 정도면 하루에도 몇번씩 물건값이 바뀐다.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도중에도 맥주 값이 계속 올랐다. 그래서 당시 독일 사람들은 한꺼번에 여러 잔을 시켜놓고 김빠진 생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돈 값이 휴지조각만도 못 하니 사람들은 100만 마르크 짜리 지폐를 메모장이나 벽지로 썼다.

노후를 대비해 평생 허리띠 졸라매고 한푼 두푼 저축해온 당시 독일 사람들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수십년 모은 돈으로 빵 한 조각 못 사는 상황이 됐을 때 분노와 절망 이외에 다른 어떤 감정이 남아있을까.

한 30대 청년이 국가 전복을 노리고 뮌헨에서 쿠데타를 시도했다 붙잡힌 게 바로 이때다. 절망 속에선 폭동마저 희망으로 보이는걸까. 독일인들은 이 청년을 비난하는 대신 오히려 영웅으로 추앙했다.

반역죄 재판에서 오히려 "순수한 애국심과 고귀한 의지로 가득찼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고작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마저도 다 채우지 않고 불과 9개월 만에 모범수란 이유로 가석방된다. 이 청년이 바로 훗날 유럽대륙을 파멸로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다.

약 10년 후 나치가 집권할 때 내건 공약은 △지주 타도 △대기업 국유화 △대기업 이익분배 △토지 무상수용 △불로소득 폐지 등이다. '내일은 없다'식의 파괴적 공약이지만 독일 국민은 열광했다. 어차피 희망이 없었으니까.

#2. 심리학자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대선주자는 대중들이 가진 욕망의 '피사체'다. 욕망이 한 인물을 대선주자로 만들고, 대선주자에겐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욕망이 투영된다. 설령 그가 그런 사람이 아닐지라도 지지층의 욕망이 강하다면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다.

대선은 대중의 욕망이 더 강한 쪽이 승리하는 싸움이다. '욕망'을 '시대정신'이란 말로 바꿔 불러도 상관없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YS정부를 보며 국민들은 능력있고 준비된 대통령을 열망했고, 그 결과 김대중 정권이 탄생했다. 하지만 DJ정부에서도 민주화세력에 대한 386들의 부채의식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배경이다.

가치를 앞세운 참여정부를 겪으면서 대중은 성과를 내놓는 유능한 대통령을 원했고, 결국 성공한 기업가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겼다. 이후 보다 기품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박근혜 정부를 만들어 냈고, 국정농단 사태를 경험한 뒤엔 착한 대통령을 갖고 있다는 욕망이 현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럼 이번 대선은 어떨까. 대권은 사실상 3명으로 압축됐다. 싹 다 뒤엎을 것 같은 이재명, 현 정권을 혼내줄 것 같은 윤석열, 거칠고 속내가 보이는 홍준표.

반면 능력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들은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을 맴돈다. 과격할수록 지지율이 뛰고, 홍준표 후보의 '조국수호' 발언에서 보듯 관대할수록 지지율이 주춤한 현실은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정서가 분노임을 방증한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미친 집값에 내 집 마련은 먼 나라 얘기가 돼 버렸고, 전직 장관의 가족은 '부모찬스'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은 절망을 남겼고, 그들의 공정은 실망을 안겼다.

누군가를 응징하고 싶다는 '파괴적 욕망'만으로 5년짜리 대통령을 뽑는다 해도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궁금하다. 그럴 경우 과연 우린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대통령을 '욕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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