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통지수' 10년만에 최고 찍었다…일자리·물가 둘 다 '암울'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올들어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친 것으로,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경제적 생활의 고통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물가 급등에 서민 고통↑12일 머니투데이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올들어 10월까지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5.9를 기록했다. 2011년 연평균 7.4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에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더해서 계산했다

2011년 이후 연도별 평균 경제고통지수는 △2012년 5.4 △2013년 4.4 △2014년 4.8 △2015년 4.3 △2016년 4.6 △2017년 5.6 △2018년 5.3 △2019년 4.2 △2020년 4.5였다.


올들어 경제고통지수가 크게 높아진 것은 실업률이 3% 안팎을 기록하는 가운데 원자재값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때문이다.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약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 3월까지 1%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으로 뛰었다. 이후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등으로 반년 넘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일자리 늘지만 비정규직 중심숫자상으론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65만명 넘게 늘면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중심으로 늘고 정규직은 되레 줄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보면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명(12.7%) 늘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806만6000명) 가운데 대졸 이상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35.2%로 1년 전(33.9%)보다 1.3%포인트(p) 상승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20·30대 청년층 비정규직도 늘었다. 20대 비정규직은 141만4000명, 30대 비정규직은 101만6000명이었다. 총 243만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5000명 늘어났다. 전체 비정규직 중 30%, 즉 10명 가운데 3명이 2030세대였다.

고공행진 물가, 어디까지 갈지 몰라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10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2% 오르며 9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 3.3% 상승한 이후 9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농축수산물은 달걀(33.4%), 돼지고기(12.2%), 수입쇠고기(17.7%) 등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2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들. 2021.11.2/뉴스1

더 큰 문제는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영향으로 물가가 추가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급 측면의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면 경제고통지수 역시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시중 통화량 조절로 물가를 관리하려고 하겠지만 경기를 고려하면 한은이 아주 세게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료의 원료로 쓰이는 요소 부족 현상과 함께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애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로마 본부에서 발표한 식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식량 수입 금액은 총 1조7500억달러(약2063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기상 악화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데다 요소 부족에 따른 비료 가격 상승까지 농산물 가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거시경제전문가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글로벌 공급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현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고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