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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무너지면, 개 223마리가 '안락사' 됩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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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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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기견 보호소 '시온쉼터', 버려지거나 개농장서 도살될뻔한 개들 구해…빚더미와 철거 위기에 밤잠 설치는 소장님 "우리 애들 좀 살려주세요"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날 보고 귀를 젖히고 꼬릴 흔들어주던 시온쉼터의 개들. 나와 같은 인간에게 버려지고 죽을뻔한 존재들에게, 그런 반김을 받는 것이 미안했다. 그러나 이들을 살리고 돌봐주던 이 또한 사람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날 보고 귀를 젖히고 꼬릴 흔들어주던 시온쉼터의 개들. 나와 같은 인간에게 버려지고 죽을뻔한 존재들에게, 그런 반김을 받는 것이 미안했다. 그러나 이들을 살리고 돌봐주던 이 또한 사람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이 분이 무너지면, 개 223마리가 '안락사' 됩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누렁이·흰둥이·까망이들의 눈망울이 내게 쏠려 반짝거렸다. 이들은 낯선 이의 방문에 '멍멍' 세차게 짖으면서도, 가까이 가면 슬며시 다가와 고개를 철창 사이로 빼꼼 내밀었다. 오른손을 살며시 내미니 킁킁, 냄새를 맡다가 보드랍게 핥아주었다. 늦가을이라 쌀쌀한 와중에 그 온기가 따스했다. 빠짐없이, 살아 있었다.

실은 죽을뻔한 개들이었다. 그런데 여기, 대전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인 '시온쉼터'에 와서 살았다. 그런 개들이 223마리, 그것도 주로 큰 개들만 있었다. 거의 대형견뿐이라니, 대체 어쩌려는 걸까. 보호소에서도 국내 입양이 더 힘든 개들, 사룟값도 치료비도 더 많이 드는 녀석들인데 말이다.

그러니 이성적으로 따지고 쟀다면 절대 생길 수 없는 곳이란 걸 잘 알았다. 죽음 앞에서 개를 마주한 뒤 무조건 살리겠단 생각만 했으리라. 개들을 돌보는 이를 아직 못 만났으나, 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다 내려놓고, 매일 흙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개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가 세상엔 있었다. 사료를 주기 위해 준비하는 오은숙 소장님./사진=남형도 기자
자신의 삶을 다 내려놓고, 매일 흙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개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가 세상엔 있었다. 사료를 주기 위해 준비하는 오은숙 소장님./사진=남형도 기자
잠시 뒤 털털거리는 낡은 봉고차 한 대에서, 궁금했던 이가 내렸다. 시온쉼터 오은숙 소장(55)이었다. 그는 간단히 인사한 뒤 트렁크를 열었다. 거기엔 사료 38포대가 그득히 쌓여 있었다. "아유, 이래도 하루 이틀이면 다 먹어요"라며 손사래 치며 서둘러 사료를 나르는 그의 뒷모습을 살폈다.

그 복장을 많이 봤었다. SNS에 올라온 사진도 죄다 같은 옷만 입고 있어서였다. 누가 줬다는 허름한 점퍼가, 까만 바지가, 퍼런 장화가, 회색 털모자가 온통 흙투성이였다.

순간 그날 해야 할 '취재의 무게'를 직감했다. 짓눌리지 말자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날 하루, 보호소에서 봉사하며 취재키로 했다. 11월 9일,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다 결국 쏟아지던 날이었다.



아무리 빨리해도 10시간, '내 삶'이 없다



반가워하고 궁금해하는 시온쉼터의 개들. /사진=남형도 기자
반가워하고 궁금해하는 시온쉼터의 개들. /사진=남형도 기자
오는 비를 맞으며 사료부터 함께 날랐다. 223마리가 먹는 양이 하루 200킬로(kg)란다. 38포대를 곳곳에 옮기고 또 옮겼다. 성인 남성이 들기에도 묵직하건만, 오 소장은 두 손에 능숙하게 들고, 질퍽한 흙길을 뚫고 척척 날랐다. 작은 몸집서 저런 힘이 어찌 나올까 싶을 때, 그에게 귀를 젖히고 꼬릴 흔들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개들이 보였다.

사료를 옮기고 그걸 뜯는 작업이 반복됐다. 한 곳을 주면, 옆에 있는 개들이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게 됐다. 폭우가 심하면 지붕 밑에 잠시 들어가서 피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나와 줬다. 녀석들은 배고픈지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오 소장은 "1만 1000원짜리 제일 싼 사료에요. 더 좋은 걸 주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밥 주는 엄마를 가장 잘 따르는 법이다. 하루에도 몸을 수십번씩 숙여 밥을 챙겨주는 소장님. 오 소장은 "개들도 자신을 죽이려는 이와 살리려는 이를 잘 안다"고 했다. /사진=남형도 기자
밥 주는 엄마를 가장 잘 따르는 법이다. 하루에도 몸을 수십번씩 숙여 밥을 챙겨주는 소장님. 오 소장은 "개들도 자신을 죽이려는 이와 살리려는 이를 잘 안다"고 했다. /사진=남형도 기자
오전 10시부터 4시간 내내 함께 밥과 물을 줬다. 다 끝났나 했더니 "위에 있는 애들은 다 챙겼고, 밑에 애들 줘야지요. 일이 10개면 4개 정도 한 거예요"라고 했다. 그의 말에 아래쪽을 바라보니 아직 밥을 못 먹은 개들이 바라보는 게 보였다. 숨을 고르는 와중에 숨이 턱 막혀왔다. 한 바퀴 다 도는데, 아무리 빨리해도 10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그래서 점심 먹을 때 밥을 든든히 먹는 편이란다./사진=남형도 기자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그래서 점심 먹을 때 밥을 든든히 먹는 편이란다./사진=남형도 기자
늦은 점심으로 찌개를 먹었다. 오 소장이 밥을 다 먹더니, 한 그릇을 더 시켰다. 그는 "나와서 하루 한 끼만 먹어서, 한 번 먹을 때 많이 먹는다"고 했다. 저녁은 안 먹어서, 그걸 아는 이들은 빵 같은 거라도 보내준단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려 아침마다 30분은 끙끙거리고, 새벽까지 하루도 못 쉬고 이리 반복되는 삶. 한계치는 넘어섰다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사람. 개들을 덜 챙기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렸다간 바로 티가 난다던 그는 24시간 긴장 속에 산다고 했다.



시온쉼터 이야기 ① : 개 농장서 22마리 살린 게 '시작'


철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낯설었을 기자를 반겨주던 쉼터의 개들. 첫 만남에 온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사진=남형도 기자
철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낯설었을 기자를 반겨주던 쉼터의 개들. 첫 만남에 온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사진=남형도 기자
2016년 5월 25일이었다. 그땐 유기견 보호소를 할 거란 생각조차 못 했다. 20년간 교회 전도사로 치매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다, 요양하기 위해 집에 내려와 있었다. 집에서 키우던 개들 사료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한 남성을 만났다. 그가 명함을 건넸다. '개 농장' 주인이었다.

오 소장이 놀라서 "왜 손에 피를 묻히고 살아요? 그만두세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개 농장 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 후 다 도살할 거라고 했다. 40분 거리에 있는 농장에 함께 찾아갔다. 50일 된 개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주인에게 달라고 했더니 순순히 넘겼다. 그날 다 데리고 나왔다.
몸이 아팠던 날에도, 소장님은 하루도 쉴 수 없었단다. 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보였다./사진=시온쉼터(인스타그램 @zion_shelter)
몸이 아팠던 날에도, 소장님은 하루도 쉴 수 없었단다. 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보였다./사진=시온쉼터(인스타그램 @zion_shelter)
그게 벌써 6년이 넘었다. 그동안 개 농장에서 도살될 뻔한 개들, 짧은 줄에 묶여 방치된 개들,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하기 직전의 개들을 구해왔다. 벼랑 끝에 있는 개들이 모였다. 그리 223마리로 늘어났다. 거기에 길고양이 스무 마리도 함께 돌보고 있다.

아침과 오후엔 개들을 돌보다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늦은 오후면 식당에 일하러 갔다. 4년간, 밤 11시까지 설거지, 주방 보조 등 일을 했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오 소장은 이리 답했다. "개들은 배신하지 않잖아요. 하나를 주면 모든 걸 제게 줘요. 오히려 사랑을 받은 건 저예요."



밤톨이, 여름이, 꼬맹이, 깡지…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날 무척 반겨주던 시온쉼터의 강아지./사진=남형도 기자
날 무척 반겨주던 시온쉼터의 강아지./사진=남형도 기자
"쟤는 고산이고요. 그 옆에 둘 있잖아요. 오른쪽은 여름이, 왼쪽은 봄이에요. 쟤는 꼬맹이고, 그 뒤엔 만세고요. 얘는 장비인데요. 어? 장비는 다쳤네? 장비야, 왜 그래. 얘는 일주일 약 먹어야 해요."

죽을 날만 기다리던 개들에겐 '이름'이 다 생겼다. 봄이, 여름이처럼 계절을 따기도 하고 앵두처럼 과일에서 지어주기도 하며, 벤츠처럼 차 이름을 붙이기도 한단다. 오 소장은 다닐 때마다 개들 이름을 하나씩 불러줬다. 그의 곁에서 도우며, 개들이 보호소에 오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녀석들이 물끄러미 우릴 봤다.

개 농장에 있던 장비는 보신탕집에 팔려던 걸 데려왔다. 만돌이는 낮엔 산속에 숨어 있고, 밤엔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던 걸 구조했다. 깡지는 동네 사람들이 잡아먹으려 학대하던 유기견의 새끼였다.
늠름한 밤톨이. 성격도 착하고 젠틀하다./사진=남형도 기자
늠름한 밤톨이. 성격도 착하고 젠틀하다./사진=남형도 기자
밤톨이는 대구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다. 공고 기한이 다해 안락사 위험이 커질 무렵 입양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밤톨이가 입양 전날 피똥을 싸서, 입양자가 거부했다. 오 소장이 데려와 검사해보니 다행히 방광염이었다.

2018년 가을에 들어온 밤톨이는, 14일에 미국에 입양 간다. 새 가족을 만난 개들이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길 듣는 게 오 소장에게 가장 큰 힘이고 보람이다. 마냥 뭉클하고 눈물이 난단다. 개들을 가족으로 맞아준 입양자들 계정에 찾아가서, 못하는 영어지만 이렇게 댓글도 남긴다.

"그레잇(Great), 원더풀(Wonderful), 와우(Wow), 쏘큐트(So cute), 해피(Happy). 땡큐 베리머치(Thank you very much)."



시온쉼터 이야기 ② : 사룟값만 한 달에 800만 원, 빚더미의 삶


소장님이 묵는, 쉼터의 자그마한 숙소. 원래 있던 집도 보호소를 하며 다 팔고, 빚만 가득 쌓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소장님이 묵는, 쉼터의 자그마한 숙소. 원래 있던 집도 보호소를 하며 다 팔고, 빚만 가득 쌓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시온쉼터에서 지내는 개들은 모른다. 그곳의 재정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매일 마주하는 엄마가, 자신들을 돌봐주는 엄마가, 홀로 얼마나 고뇌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지를. 그저 반가운 표정을 지어 응원할 뿐이다.

힘겹다. 빚만 1억 원 넘게 쌓였다. 사룟값만 한 달에 800만 원이 들고, 밀린 치료비 2500만 원에 보호소 시설을 짓느라 생긴 빚이 3000만 원 있다. 식당 일도 했었고, 집도 판 뒤 보호소에서 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기 후원은 200~300만 원 정도라 많이 부족하단다. 후원금은 1원 단위까지 다 투명하게 공개한다.

게다가 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에 보호소를 지었는데, 개발제한구역이라 대전 유성구청에서 '이행강제금'이 4년간 부과돼왔다. 구청에선 이달 말까지 보호소를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4200만 원을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고했다. 일부라도 철거하고 건물을 지어 개들을 한 곳에 모으려 해도, 비용이 2억 원 넘게 들어서 고민이다. 겨울이 코 앞이고 갈 길은 머니까.
"모든 생명이 다 소진된 낙엽 같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무 힘이 없습니다. 마지막 잎새 하나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시온쉼터 아이들에게 힘을 주세요." 오 소장님이 SNS에 실제 올린 글./사진=시온쉼터(인스타그램 @zion_shelter)
"모든 생명이 다 소진된 낙엽 같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무 힘이 없습니다. 마지막 잎새 하나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시온쉼터 아이들에게 힘을 주세요." 오 소장님이 SNS에 실제 올린 글./사진=시온쉼터(인스타그램 @zion_shelter)
오 소장은 요즘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밤새 SNS로 도움 요청 글을 남긴다. 기도하며 버틴다고 했다. 정신은 또렷하고 기도 내용도 명료하다. "하나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애들 좀 살려주세요." 그러니 새벽 5시나 돼야 잠이 든다고 했다.



치료비 1000만 원, 병원서 '안락사'를 권했던 개도 살리려고…


병원서 수술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녀석./사진=남형도 기자
병원서 수술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녀석./사진=남형도 기자
늦은 오후엔 보호소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동물병원에, 입원한 개를 데리러 갔다. 재정 상황이 안 좋아도, 개들이 아픈 건 절대 그냥 두지 않는단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뼈를 갈아서라도 치료해 준다"고 했다.

한 번은 보호소에서 다친 개가, 치료비 1000만 원이 든다며 병원에서 '안락사'를 권했다. 절대 못 시킨다고 했다. 다행히 그의 좋은 뜻에 감복해 무료로 치료해준다는 수의사를 찾아 개를 치료했고, 두 달 만에 건강해졌다.
낡은 봉고차가 달려가면, 죽을뻔한 어떤 존재는 살았으리라./사진=남형도 기자
낡은 봉고차가 달려가면, 죽을뻔한 어떤 존재는 살았으리라./사진=남형도 기자
내 차를 타고 그의 낡은 봉고차를 따라갔다. 운전석 창문을 살짝 열었을 때, 묵은 차의 내음이 바람에 실려 왔다. 절박한 개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느라, 꽤 많은 거릴 분주히 다니느라 그랬으리라. 아무 힘도 없는 그들의 코앞에 닥친 죽음을 밀어내고. 어떻게든 으로 바꾸기 위해서.

병원에 도착해 잠시 대기했더니, 목에 보호대를 쓴 개가 이동 가방에 담겨 나왔다. 왜 다쳤냐 물으니, 오 소장은 "다른 개가 물어서 다쳤다"고 설명했다. 녀석은 수술을 마친 뒤라 아직 지친 듯 엎드려 있었다. 오 소장이 "고생했어, 이제 집에 가자"며 차에 실었다. 집에 가자는 평범한 말이 좋았다.



환경이 좋진 않아요, 알아요, 그래도 '죽음의 공포'는 없으니


쉴틈 없이 매일 버티는 그에게도, 커피 한 잔 정도 여유 있게 마실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러길 간절히 바라며 내가 본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쉴틈 없이 매일 버티는 그에게도, 커피 한 잔 정도 여유 있게 마실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러길 간절히 바라며 내가 본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헤어짐을 앞두고 오 소장에게 따져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답답하고 속상해서였다. 속으로 계속 그에게 질문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많이 데려왔느냐고, 적당히 돌보며 운영하면 되지 않냐고, 당신 삶은 하나도 없냐고,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말이다.

차마 묻지 못했다. 본인을 깎고 잘라 작아질 대로 작아진 뒷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리고, 그가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누구도 데려가지 않다가 이윽고 죽었을 개들이란 것도 잘 알아서. 그리고, 지금이라도 오 소장이 무너진다면, 언제든 다시 유기견 보호소로 돌아가 안락사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오 소장도 잘 알고 있었다. 시온쉼터가 지금은 개들이 살기에 그리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걸. 방법도 알고, 바람도 있었다. 개들을 한 공간에 한두 마리씩 넣어 쾌적하게 두고 싶고, 더 좋은 사료를 먹이고 싶고, 직원도 두고 더 부지런히 깨끗하게 치워주고 싶다고. 맘처럼 잘 안 되는 거였다.
벌컥벌컥, 물을 시원하게 마시는 보호소 아이들./사진=남형도 기자
벌컥벌컥, 물을 시원하게 마시는 보호소 아이들./사진=남형도 기자
그는 시온쉼터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쉽게 말하면 죽음의 공포가 없고, 열악하게나마 자유롭게 지내고요. 아프면 어떻게든 치료해주려는 엄마 만나서, 그저 나름대로 살고 있다고 봐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 남은 보호소 식구 하나까지 다 행복하게 살길이 열리면, 미련 없이 보호소를 그만두겠노라고.
"넌 누구와 함께, 어디서 지내다가 버려졌니." 백구는 그 대답을 알고 있을테지만, 그저 날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넌 누구와 함께, 어디서 지내다가 버려졌니." 백구는 그 대답을 알고 있을테지만, 그저 날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보호소를 떠날 무렵, 오 소장에게 질문했다.

"소장님, 만약에 사람들이 개를 버리지 않았다면요. 구하고 돌봐야 할 아이들이 없었다면요. 지금보단 훨씬 편하셨겠지요?"

그랬더니 그가 대답했다.

"아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또 물었다.

"그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6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요. 또 개 농장의 개들을 구하실 거예요?"

그는 망설이지 않고 웃으며 답했다.

"똑같이 선택했을 거예요. 고생할 걸 다 알아도요."
시온쉼터에서 미국으로 입양간 뒤 가족을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는 요나. 보호소를 나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 했다./사진=시온쉼터(인스타그램 @zion_shelter)
시온쉼터에서 미국으로 입양간 뒤 가족을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는 요나. 보호소를 나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 했다./사진=시온쉼터(인스타그램 @zion_she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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