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닌 사람을 빌려 드립니다"…'사람도서관' 한국에도 있다

/사진=human library organization 인스타그램 캡처

'책' 대신 '사람'을 대출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이 있다. 이 '사람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는 '사람 책'들은 종교, 장애 여부, 성적 지향 등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대도시에서 크게 활성화하고 있는 '사람도서관'은 덴마크 출신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착안한 재능기부형 도서관이다.

'사람 도서관'의 홈페이지(humanlibrary.org)에 따르면 이곳은 대화를 통해 생각과 경험을 공유함으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를 공개적이고 비난 없이 논의할 수 있도록 특별한 대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도서관에서는 보수적 기독교인과 트렌스젠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과 페미니스트, 흑인 반미주의 운동가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생각과 신념이 상충하는 사람들 간의 대화가 곧잘 이뤄진다.

/사진=human library organization 인스타그램 캡처

도서관 이용자들은 '사람 책'을 대출해 1대 1 혹은 소규모로 30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책마다 시간이 많이 없으니 독자들에게 가벼운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시작부터 개인적이고 깊은 질문을 하라고 조언한다.


휠체어 사용자인 '사람 책'에게는 유년 시절은 어땠는지, 어떻게 성적인 관계를 추구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식이다.

도서관 설립자 에버겔은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질문하기만 하면 어떤 질문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사람 책'은 낯선 사람들과도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훈련 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치적 논쟁을 위해 지원한 사람들은 훈련을 받는다 해도 '사람 책'이 될 수 없다.

도서관을 이용한 사람들은 "나의 시야를 넓혀준 경험"이라며 "생소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도 있지만 관련된 사람에게 직접 얘기를 들는 것만큼 가슴에 와닿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 도서관'은 현재 6개 대륙, 80개 이상 국가의 시설에 상설되거나 기업과 학교에서 단발성 행사로 주최되는 등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 시흥시에서도 지난 10월 25일부터 '사람 도서관'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전용 홈페이지 개설과 함께 도서관을 정식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