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주 앞둔 기쁨이 절망으로 변했다"...잔금대출 못 구해 '패닉'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이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 잔금대출을 구하지 못해 입주하지 못한 입주자들이 3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입주 마감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돼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다. 잔금대출은 중단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금융당국은 "잔금대출로 입주 못한 사례는 없었다"며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세종 어울림 파밀리에 센트럴'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아직까지 잔금대출을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 이 단지 입주예정자들을 상대로 잔금 집단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선착순'으로 진행되면서다. 은행에서 대출총량에 한도를 걸면서 탈락자들이 나왔다. 이들은 잔금을 내지 못하면 아파트 계약이 취소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연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졌다. 단지 입주예정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잔금대출은 규제에서 제외한다고 했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이 없다"며 "새마을금고에서 1000억원 한도로 집단대출 신청을 받았지만 5분만에 마감돼 입주민 모두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이름 석자가 들어간 최초의 집이 생긴다는 기쁨도 이제는 절망으로 변해 버렸다"며 "부자가 아닌 이상 대출이라도 받아야 집을 살 수 있지 않겠냐"고 호소하며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기 시행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잔금대출은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입주사업장 점검 TF'를 가동해 사업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대책이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 은행에서 대출총량이 소진되면 다른 은행이 들어가서 집단대출을 취급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잔금을 치루지 못한 사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예정일로부터 2~3개월 여유기간이 있는 만큼 그 안에 대출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 단지에는 새마을금고 외에도 다른 은행이 집단대출을 취급했지만 대출신청은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대출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은행에서 줄을 섰다는 입주예정자도 나왔다. 대출신청에 실패한 입주예정자들은 다른 은행에서 집단대출을 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접수에 성공한 이들도 4%대의 높은 금리를 안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규제 이전에도 잔금이나 중도금대출은 은행 3~4군데가 공동으로 집단대출을 취급했다. 하지만 이 단지 사례처럼 선착순은 아니었고, 신청만 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잔금을 해결하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면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잔금대출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는 이 아파트만의 사례가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한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자료에 따르면 10월 미입주 사례 중 34.1%가 잔금대출 미확보 때문이었다. 전월(26.7%) 대비 7.4% 포인트 높아졌다.

주산연 관계자는 "10월 잔금대출 미확보 사례가 늘어난 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DSR 규제가 시행되면 이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주택거래가 절벽 수준으로 얼어 붙으면서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입주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HOSI 자료에서도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미입주 사유 중 잔금대출 미확보와 같은 34.1%였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가계대출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이 대출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도 중요하지만 실수요자들을 위한 유연한 대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