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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와 '엄마 찾아 삼만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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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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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영화 '에비타'의 포스터
영화 '에비타'의 포스터
#1. 가수 겸 배우 마돈나가 가장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를 하나 뽑으라면 '에비타'(1996년)가 아닐까. 과거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다.

주인공 에바 페론 역을 맡은 마돈나는 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미의 퍼스트레이디를 열연한다. 영화보다 유명한 게 극중 마돈나가 부른 노래 '돈 크라이 포 미(날 위해 울지마), 아르헨티나'다. 흥미로운 건 영부인이 주인공인데도 포스터엔 대통령이 아닌 체 게바라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마돈나만 나온다는 점이다.

영화 포스터엔 안 나왔지만 에바 페론의 남편 후안 페론은 1946∼1955년과 1973∼1974년 두 차례나 대통령을 역임한 아르헨티나 현대정치의 핵심 주역이다. 오늘날 전 세계 어디서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대명사로 쓰이는 '페론주의'가 바로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권위주의 △반(反)외세 민족주의 △국유화 △임금인상 △복지확대를 주된 축으로 하는 페론주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아르헨티나의 주류 정치이념이었다. 이런 페론주의를 표방하는 여당연합이 지난 14일 선거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상원에서 다수당 자리를 빼앗겼다.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초인플레이션에 실망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더이상 페론주의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2. 추억의 애니메이션 '엄마 찾아 삼만리'는 이탈리아의 13세 소년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가는 이야기다. 극중 마르코의 엄마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대서양 건너 아르헨티나까지 가서 가정부로 취업했다는 설정은 과거 한때 아르헨티나가 얼마나 부유했는지 방증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직후인 191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지하철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아르헨티나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러시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 전 하버드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는 4가지 유형의 국가가 있다. 선진국, 후진국, 그리고 일본과 아르헨티나."

근대 이후 유일하게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추락한 나라인 아르헨티나는 경제사 학자들의 오랜 연구대상이다. 아르헨티나가 몰락한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게 내수주도형 성장전략과 포퓰리즘 정치다. 아낌없이 퍼주는 자애로운 정부 아래 고실업과 고물가는 일상이 됐고, 국가부도위기는 다반사가 됐다.

#3.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한 퍼주기식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청년들에게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겐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내놨다. 취약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의 청년도약보장금을 최대 8개월 간 지급하겠다고도 공약했다. 18∼34세 청년들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나라가 일정액을 보조하는 청년도약계좌 구상도 제시했다.

기회로부터 소외된 청년들과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돕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문제는 방식과 규모다. 국가의 미래가 아닌 눈 앞의 표를 위한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당장 대선을 앞두고 여야 양쪽에서 각각 본인들 공약에 내년도 예산을 달라고 요구하다보니 누구보다 곤란해진 건 곳간 열쇠를 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받아주자니 나라살림이 걱정이고, 거부하자니 조직에 닥칠 후환이 두렵다. 더구나 대선에서 어느 쪽이 이길지도 모르지 않나.

차라리 국가 비상금에 해당하는 '예비비'를 내년도 예산에 넉넉하게 잡아두면 어떨까. 현 정부는 고민할 것 없이 '비상금 주머니'만 만들어두면 된다. 그걸 어디에 쓸지는 대선 승자와 새 정부가 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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