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노무법인 차연수 노무사,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시행에 따른 '포괄임금제' 점검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행된다. 근로자를 1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며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차연수 공인노무사/사진제공=대상노무법인

이에 모든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특히 임금의 구성항목별 금액과 그 계산방법이 화두(話頭)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임금명세서에는 임금의 총액을 구성하고 있는 각 항목이 무엇인지, 항목별 금액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산출식 또는 지급요건을 기재할 것이 요구된다. 또한, 출근일수·시간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항목에 대해서는 반드시 계산방법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그러한 문장과 이를 구성하는 용어들을 접하는 많은 사업장에서는 명쾌한 이해가 아닌 당황스러움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는 그 중 하나로 '포괄임금제'를 꼽는다.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시행과 이에 대한 적용을 우려 중인 사업장들은 대체로 평소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을 터이고, 임금의 지급방식에 있어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왔어도 통상 세무기장을 통한 것이어서 인사노무관리 차원의 중요성을 간과하였을 것이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대법원(2008다57852)은 이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각종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으로 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계약'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절반이 넘는 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가 2017년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인 점을 고려할 때, 여기에 공인노무사로서 수많은 중소·영세 사업장의 실정을 접하는 필자의 실무경험을 더하면 포괄임금제를 실시 중인 국내 사업장의 비율은 상기 수치를 훨씬 상회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은 일반 사무직(94.7%), 영업직(63.7%), 연구개발직(61.1%), 비서직(35.4%) 순이었고 서비스직은 설문 보기에 없었으며, 포괄임금제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 중 1순위는 단연 연장근로수당(95.6%)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우리나라 사업장 대다수는 생산직을 제외한 다양한 직군에서 포괄임금제 도입을 통하여 정확한 근로시간의 산정과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포괄임금제 실시 이유 1순위가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60.2%)이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이유로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89.7%)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화이트칼라(white-collar)가 주를 이루고 뉴칼라(new-collar)가 부상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어찌 보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근로시간(input)이 곧 성과(output)로 직결되는 생산직과 다르게 사무연구직 등이 달성하는 성과는 근로시간에 비례하는 공식만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포괄임금제를 옹호하는 의견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공짜 야근이 강요되고,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 또한 빈번하다. 이는 곧 임금체불 관련 법적 분쟁으로 번져 근로자와 사용자의 입증 싸움으로 치닫는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임금총액만 알려주는 경우,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임금체불 관련 분쟁이 길어지기도 한다는 점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의 공식적 추진 배경이기도 하다.

현실적 대안 없이 포괄임금제 자체를 전면적 또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기엔 시기상조다. 포괄임금제 임금계약이 필요한 곳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적용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행됨으로써 그동안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인건비 절감 또는 임금 계산의 편의 목적으로 관행적으로 실시되어온 포괄임금제라는 임금의 지급방식은 재점화될 필요가 있다.

각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서도 체계적 분석 및 통계를 통해 예측 가능한 정도의 시간 외 근로시간을 계산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당을 포괄 산정해두거나, 정책적 차원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옵팅아웃(Opting out)·고도 프로페셔널 제도 등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포괄임금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고자 하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획일적인 잣대로 구분짓기보다는 그사이 경계의 모호성을 반대로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최상의 업무효율과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근무제도 및 보상·평가체계의 설계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쏘아 올린 공이 비단 포괄임금제 등 임금의 지급방식이나 임금계약의 형식에 대한 고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인사노무관리 차원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에 있어서 진정한 조력가는 노동법과 인사노무를 아우르는 전문가인 공인노무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금은 근로시간과 휴식권·건강권, 적절 업무량에 대한 관리, 평가와 보상 등 복합적 요소의 산물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시행을 계기로 사업장의 잠재적·표면적 위험 및 대응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이다. 글/대상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차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