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이어 '지옥' 훔쳐보는 중국인들…막지 못하는 이유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다시 세계 1위를 탈환한 가운데 중국인들도 불법으로 지옥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옥을 비롯한 오징어게임 등 넷플릭스 콘텐츠의 저작권이 한국 제작사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옥공사# 1.3억뷰…"한국 드라마가 세계 1위했다"

/사진=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3일 오후 3시 기준 해시태그 '지옥공사'(#地玉公史#)의 누적 조회수는 1억3000만으로 집계됐다.


해시태그 설명에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의 동명 웹툰으로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받고, 통지를 받은 후 다양한 환상들이 나타나 정해진 날짜에 지옥으로 끌려간다는 이야기"라고 적혀있다.

누리꾼들은 "한국 드라마 지옥이 세계 1위를 했다"며 지옥 캡쳐본이나 영상을 공유했다. 특히 배우 유아인과 박정민의 연기를 호평하는 글이나 작품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평점 7.0을 기록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비해서는 0.6점 낮은 점수다. 23일 기준 1만2848명이 참여했다. 별점 5점이 27.%로 가장 많고, 이어 △4점 25.9% △3점 25.9% △2점 14.1% △1점 7.2% 순이다.


"저작권은 한국 아닌 미국에게…전략적 판단으로 방치 중일 듯"

/사진제공=넷플릭스

중국인들은 불법으로 유통된 지옥을 시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중국에서 K-콘텐츠 시청이 막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19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중국 북한, 시리아 등에서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지 않는 이상 이용할 수 없다.

앞서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을 당시에도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중국 내 우리 문화 콘텐츠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다"며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의 60여개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걸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내에 넷플릭스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상황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저작권 관련 대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이유는 중국 시장이 성숙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에 아직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는 층이 두텁지 않다고 보고, 방치했다가 이후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후 정식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등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작권이 넷플릭스에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저작권 및 흥행 수익 등을 독점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이에 국내 제작사들이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도 피해 보는 부분이 많은데 미국(넷플릭스) 사람들을 위해 한국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애매하다"며 "다만 넷플릭스의 저작권 독점 계약 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작사가 저작권을 갖게 돼야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이어 현재 광범위하게 불법 유통되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과 협력해 불법 복제물 유통사이트 등에 대해 국제 공사 수사체계 구축에 나선 상태다. 올해 하반기부터 중소 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 내에서 해외 저작권 침해 분쟁 관련 비용도 지원한다. 관계부처, 공공기간 등과 '해외저작권보호협의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