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전두환, 아무런 사죄도 없이 떠나 허탈" 시민단체들 빈소 앞 항의

전두환심판국민행동본부가 23일 저녁 6시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 세브란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은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사진=김성진 기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가운데 5·18 관련 시민단체들은 "전씨가 국민과 역사 앞에 아무런 사죄 없이 세상을 떠나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는 "전두환의 사과 하나를 얻지 못한 이 나라를 어찌하면 좋나"라고 말했다.


전두환심판국민행동본부(행동본부)는 이날 오후 6시쯤 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가 5공화국 시절 벌인 국가폭력의 만행에 단 한마디의 사죄도 없이 떠나 허탈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씨의 죽음으로 전씨와 그 부역세력의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역사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시민들의 대장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전태삼씨도 "마지막까진 전씨 자택의 대문 앞에서 '5·18 유가족과 상처받은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참회하라'고 호소했다"며 "전두환이 사죄 없이 숨진 것을 바라 보는 이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 앞에는 개인 단위로 항의의 뜻을 전하러 온 시민도 있었다. 안충원씨는 "사죄의 말 없이 숨진 것은 도의를 져버린 행동"이라 비판했다.

장례식장 앞에는 개인 단위로 온 시민도 있었다. 전라남도 영암시에서 5시간 차를 타고 왔다는 안충원(20)씨는 '사죄하지 않는 자에게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적힌 흰색 팻말을 들고 저녁 6시쯤 장례식장 앞에 섰다. 안씨는 "전씨가 적어도 숨을 거두기 전에는 간접적으로라도 5·18 유족을 향한 사과의 제스쳐를 취할 줄 알았다"며 "오늘 이렇게 아무말 없이 숨진 것은 책임과 도의를 져버린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5·18 기념재단,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도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전씨가 국민, 특히 광주 시민에 용서를 빌지도, 자신의 과오를 시인하지도 않고 세상을 떠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전씨는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해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잃게 한 책임자"라며 "그런데도 그는 전혀 반성이나 뉘우침 없는 태도를 보였고 오히려 광주 시민을 '폭동'이라 부르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씨는 뇌물 수수 혐의로 대법원이 2205억원 추징금을 내라고 판단했는데 1000억원을 아직 내지 않았다"며 "전씨를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