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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뒤에 퇴사 가능" 통보받고 극단 선택한 간호사, '노예계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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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민 기자
  • 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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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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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새내기 간호사가 지난 16일 오후 1시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파트장과 퇴사에 대해 상의한 온라인 메시지 내역 /사진제공=뉴스1
경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새내기 간호사가 지난 16일 오후 1시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파트장과 퇴사에 대해 상의한 온라인 메시지 내역 /사진제공=뉴스1
"말 그대로 '강제로' 일했어요."

경기도 한 종합병원에서 5년간 일한 전직 간호사 장모씨(28)는 지난 3월 말 퇴사를 결심했다. 신입 간호사가 아닌데도 '태움'(영혼까지 태운다는 뜻의 은어)이 멈추지 않으면서다. 하지만 장씨는 3개월이 지난 6월까지 스케줄을 꽉 채워 근무한 뒤에야 비로소 퇴사할 수 있었다.

장씨는 "3월에 눈치를 보다 어렵게 퇴사 의사를 밝히고 면담 일정을 잡으려고 했지만 파트장은 '시간이 없다'며 면담 시기조차 잡으려 하지 않았다"며 "4월 중순이 돼서야 겨우 면담했지만 파트장은 '5월 근무표가 이미 나왔다'며 또 퇴사를 가로막아 결국 6월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신입 간호사 '노예계약' 논란…간호사들 "차라리 '응급사직'"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에서 일하던 새내기 간호사가 지난 16일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간호사가 사망 당일 상사에게 퇴사의사를 밝혔지만 '60일 전 사직서를 제출해야 퇴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이 '노예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유족 측이 공개한 근로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사용자의 계약해지가 없는 한 계약체결일로부터 최소 1년 근무할 의무 △사직할 경우 최소 2개월 전 사직서 제출 △ 조항 위반으로 병원에 손해 등이 발생하는 경우 배상할 책임 등이 명시돼 있었다.

전·현직 간호사들은 이런 계약서를 쓰지 않더라도 일을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현직 간호사는 "담당 파트장이 퇴사를 못 하게 막거나 서너 달씩 끌어 결국 간호사가 '응급사직'(담당 근무시간에 나오지 않고 잠적하는 것)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간호사도 차라리 '응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번 사건 역시 고질적인 간호 인력 부족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퇴사한 장씨는 "간호사는 교대근무체제라서 무작정 '응사'를 하면 결국 나 하나로 인해 다른 간호사가 오프(휴일) 없이 일해야 한다"며 "환자는 물론 주변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억지로 일했다"고 했다.


병원 측 "강제성 없어" vs 노조 "간호사 개인에 엄청난 압박"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앞에서 '신규 간호사 죽음 관련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앞에서 '신규 간호사 죽음 관련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을지대병원 측은 '60일 전 사직서 제출' 조항이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을지대병원은 입장문을 통해 "갑작스러운 결원에 의한 업무 공백은 기존 인력에게 업무 부담을 준다"며 "본원은 서면으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법적 검토를 거쳐 해당 특약사항을 기재했고 실제로는 당사자가 원하면 2개월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사직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은 "신규 간호사다 보니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잘 몰랐을 것"이라며 "사회초년생인 간호사 개인이 불리한 조항으로 인해 법적 책임을 물겠다고 하면 개인에게 엄청난 압박이 되고 무시하기 힘들다"고 했다.

노동법 전문 김남석 변호사(법무법인 태원)는 "근로기준법 '강제근로금지 조항'에 따라 이번 사례와 같은 계약은 할 수도 없고, 설사 하더라도 효력도 없다"며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것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효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본인이 그만둠으로써 일어나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건 유효할 수 있지만 그 손해가 무엇인지는 병원에 입증 책임이 있고 일반적으로 손해가 잘 인정되지 않는다"며 "'60일 전 사직서 제출' 조항도 퇴사를 무효로 할 수 없고, 1년간 근무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강제근로금지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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