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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180번 찾은 '양미옥' 불타…노포 밀집한 '힙지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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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재영 기자
  •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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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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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저녁 발생한 화재로 무너져 내린 을지로 노포 '양미옥' / 사진=홍재영 기자
11월 23일 저녁 발생한 화재로 무너져 내린 을지로 노포 '양미옥' / 사진=홍재영 기자
#23일 오후 8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양곱창 전문점 양미옥. '대통령도 찾는 맛집'이라는 이곳 2층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손님과 종업원 3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불은 옆 건물로 옮겨붙었다. 소방인력 167명과 소방차 등 42대가 투입돼서야 오후 10시 34분 불길이 잡혔다. 이미 30년 역사의 맛집은 전소된 후였다.

을지로를 대표하는 노포(오래된 가게) 양미옥이 불에 타면서 유사한 구조를 가진 노포거리 내 다른 건물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을지로 노포거리'에 위치한 노포가 SNS·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목을 끌면서 '뉴트로(Newtro·옛것을 즐기는 문화)' 세대가 즐겨찾는 명소가 됐으나 안전 대책은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화재 설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도 찾아가 먹던 '을지로 맛집', 강제철거 피했지만 불길은 못 피했다…"근처도 위험"


화재로 전소 된 서울시 중구 을지로 양미옥 1층의 깨진 유리창 안으로 불판 위에 남아있는 고기가 보인다. / 사진=홍재영 기자
화재로 전소 된 서울시 중구 을지로 양미옥 1층의 깨진 유리창 안으로 불판 위에 남아있는 고기가 보인다. / 사진=홍재영 기자

25일 오전 머니투데이가 찾은 을지로 '양미옥'은 2층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바로 옆 주차장에는 화마를 잡기 위해 굴착기가 끌어내린 건물의 잔해들이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다. 1층 외벽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었으며 깨진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1층은 곳곳이 그을리고 무너져 있었다. 불판 위에서 치워지지 않은 양곱창이 화재 발생 당시의 긴박함을 보여줬다.

1992년 개업한 양미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0번에 걸쳐 찾던 '특양구이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해외에서까지 손님이 찾아오던 곳이다. 2019년 인근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으나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강제철거를 피한 전통 맛집도 화마를 피하지는 못했다.

이날 양미옥을 찾은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잔해만 남은 양미옥을 바라봤으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양미옥의 단골이라는 윤모씨(52)는 "한 달에 한 차례는 회사 사람들과 꼭 가던 맛집이 사라져 가슴에 구멍이 뻥 뜷린 기분"이라며 "추억도 함께 사라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미옥이 생기기 전인 70년대부터 인근에서 주차장을 운영했다는 사장 A씨는 "주차된 차들에 문제가 생길까 차를 빼다가 유독가스를 마셔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며 "처음 생길 때부터 봤던 곳인데 이렇게 불에 타 아쉽다"고 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양미옥 뒤편의 골목. 노포들과 공업사들이 밀집해 있다. / 사진=홍재영 기자
서울시 중구 을지로 양미옥 뒤편의 골목. 노포들과 공업사들이 밀집해 있다. / 사진=홍재영 기자

양미옥 인근은 개업 70년이 넘어 역사가 더 오래된 '조선옥'이나 여러 공업사 등이 위치해 있다. 대부분의 건물이 지은 지 오래된데다 노후화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 일대에 설치된 전신주의 전선도 건물 외벽을 타고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어지럽게 가건물이 증설된 건물도 보여 만일 불이 났을 경우 빠르게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후 대처가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골목길도 문제다. 이날 일대의 골목길은 카니발 승합 차량이 한 대 지나가자 골목이 꽉 차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이 십여미터를 후진해 길을 터 줘야 했다. 가지치기 하듯 뻗어 있는 여러 '골목 속 골목'으로 대형 소방차나 대규모 소방 인력이 진입하기에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인근 상인들은 화재 점검을 받은 적도 없는데다 대응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골목 안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B씨는 "이 골목에 있는 건물들은 말할 수도 없이 오래된 건물들"이라고 했다. B씨는 '행정 당국으로부터 안전 점검이나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따로 점검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찾는 사람은 늘었는데 안전대책은 그대로…"소방시설 확충 시급"


25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양미옥 화재 현장에 경찰이 설치한 통제선이 붙어 있다. / 사진=홍재영 기자
25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양미옥 화재 현장에 경찰이 설치한 통제선이 붙어 있다. / 사진=홍재영 기자
전문가들은 일명 '힙지로' 라고 불릴 정도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된 을지로 노포거리가 유동인구에 비해 안전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후 건물은 현행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관련 설비나 인력 배치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방설비를 확충해 제 2의 양미옥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 소방 관련 법은 계속 강화되고 있지만, 대부분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노후 건물은 강화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샌드위치 패널 제작에 불연재료나 준불연재료 이상을 사용하도록 되어있는데, 예전엔 가연재인 스티로폼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설비를 개선할 수 있어 소규모 노후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소규모 노후 건물의 화재 취약성에 대비해 소방시설을 함께 갖춰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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