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해' 김병찬은 신상공개, 왜 故황예진 살해범은 공개 못하나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35) /사진제공=뉴시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신상이 공개된 김병찬(35)이 29일 검찰로 넘겨지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김병찬의 신상은 공개됐지만 그 외 '교제살인' '스토킹살해' 흉악범들 신상은 공개되지 않아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병찬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포토라인에 설 예정이다. 김병찬은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잔혹하게 살해한 지 1주도 안 된 지난 24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서 신상 공개가 결정됐다.

그러나 교제살인, 스토킹살해 피의자 대다수는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여자친구인 고(故) 황예진씨를 때려 숨지게 한 이모씨(31)는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받아 신상공개심의 대상에조차 오르지 않았다. 지난 17일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19층 아파트에서 던진 김모씨(31)도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신상공개제도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붙잡힌 뒤 2010년 도입됐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처법) 등에 근거해 이뤄진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 알 권리 보장,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에 필요한 것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병찬의 경우 이같은 요건을 충족했지만, 다른 피의자들은 일부 요건을 비껴가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면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처법에 따르면 신상공개는 범죄수법의 잔혹성 등 여러 요건을 따진다"며 "고(故) 황예진씨를 숨지게 한 이씨는 상해치사 혐의를 받아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살해한 여자친구를 19층에서 떨어뜨린 피의자도 추락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게 아니라 범죄의 잔혹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승 위원은 "우리나라는 신상공개로 얻는 공익보다 신상공개로써 피의자가 받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봐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신상공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흉악범에 대한 선고형량을 높이는 등 피해자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신상공개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은 물론 피의자의 재범방지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실제 모습과 다른 사진을 공개하면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심의위에서 신상공개를 하기로 결정하더라도 경찰 행정규칙에 따라 피의자 얼굴은 주민등록증상 사진만 공개된다.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처럼 범행 당시 CCTV(폐쇄회로TV)에 찍힌 모습과 주민등록증 사진이 상이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피의자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얼굴을 강제로 보이게 할 수도 없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8일 신상공개된 피의자가 호송·송치될 때 마스크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없다는 내부 지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29일 포토라인에 서는 김병찬도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더라도 제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