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증시 뜨거운데, '대형 신인' 절반은 마이너스…어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세계 각국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대형 상장사의 절반가량이 현재 초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정보제공업체 딜로직(Dealogic) 분석자료를 인용해 "올해 기업공개(IPO)로 10억달러(약 1조196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기업 중 절반이 전 세계에서 나타난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대비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런던, 홍콩, 인도, 뉴욕에서 IPO로 10억달러 이상을 유치한 상장사 43개 중 49%(21개)의 주식이 발행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나 2019년보다 높다. 지난해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IPO 종목 중 상장 1년 후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기록한 종목의 비중은 27%였고, 2019년에는 약 33%로 집계됐다.

올해 주식시장은 매우 뜨거웠다.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푼 대규모 자금이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 세계 주식시장에는 2850개의 기업이 상장했고, 공모액 규모만 6000억달러(약 714조원) 이상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4201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IPO로 330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24%의 수익률도 기록했다. 이처럼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강세장을 보였음에도 일부 대형 IPO 종목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특히 홍콩증시에는 10억달러 이상 규모로 상장된 종목 4개 모두가 적자에 빠졌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웨덴의 귀리 음료 제조업체 '오틀리'(Oatly)와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Didi Chuxing), 영국 증시의 음식배송업체 '딜리버루'(Deliveroo), 인도증시의 핀테크기업 '페이티엠'(Paytm) 등을 대형 IPO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대표 기업으로 꼽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마윈의 알리바바,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로 상장 전부터 주목받고, '인도판 알리페이'로 불렸던 페이티엠은 지난 18일 인도 증시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2150루피, 약 3429원) 대비 26%가 폭락하며 인도 증시 역사상 최악의 데뷔전을 치렀다. 첫 거래 이후 이틀 만에 하락률이 40% 이상에 달했고, 26일 기준 페이티엠의 주가는 1782.60루피로 여전히 공모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딜리버루도 지난 3월 31일 런던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3.9파운드, 약 6207.75원) 대비 26% 폭락했고, 현재도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5월과 6월 각각 뉴욕증시에 입성한 오틀리와 디디추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틀리의 주가는 지난 5월 20일 상장 이후 지금까지 52.13%가 빠졌고, 디디추싱의 주가는 44.27%가 추락했다.

FT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는 IPO 기업과 이를 향한 대형 투자로 기업 성장 가치에 비해 상장가가 지나치게 높았고,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시장에 퍼진 것이 대형 IPO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티시스의 라구 나레인 아시아태평양 IB 대표는 "현재 시장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며 "월가에선 당혹스러운 하락을 피하고자 너무 높은 목표치 설정을 지양하라고 조언하지만, 대부분의 발행사(상장사)는 큰 성공을 거두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투자열기에 상장자들이 벨류에이션을 높게 설정하고, 이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을 기대한 것을 문제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매도 세력 유입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FT는 "페이티엠 거래 은행들은 회사가 인도 IPO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고, 이는 보수적인 장기 투자자들을 단념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일부 헤지펀드가 예상보다 큰 배분을 받은 뒤 주식을 투매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딜리버루 IPO에 관여한 한 투자은행 직원도 "인수단이 아닌 은행들이 헤지펀드 세 군데 이상과 함께 공매도를 부추겼다"라며 상장 첫날의 폭락 배경에 공매도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올해 디디추싱,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등 10억달러 이상의 IPO를 13건 진행했지만, 이 중 9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쟁사인 모건스탠리 역시 올해 14건의 IPO를 진행했으나 페이티엠을 포함해 6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