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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류분 제도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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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구태 조선대학교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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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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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태 조선대학교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정구태 조선대학교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민법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해 피상속인(망자)이 자기 재산을 본인 의사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서도 유언 자유의 원칙을 무제한적으로 관철할 경우 발생 가능한 여러 폐단을 막고자 유류분 제도를 규정함으로써 피상속인에 의한 재산처분의 절대적 자유를 제한한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에 대해 갖는 권리로,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하더라도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분을 말한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1977년에는 농경사회와 대가족제를 바탕으로 가족구성원이 서로를 부양하면서, 모든 재산이 가족 전체의 재산이라는 '가산(家産)'관념이 지배하고 있었다. 유류분권리자의 범위에 피상속인의 배우자나 자녀, 부모 외에 형제자매까지 포함됐던 배경이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가산관념이 희박해졌다. 1인 가구 비율이 증가하는 등 가족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형제자매의 경우 과거보다 유대관계가 약해졌다. 피상속인과 서로 부양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 형제자매가 가지는 상속분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성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도 11월9일 유류분권리자 범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개정 취지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한편 근래 들어 법원이 유류분 제도가 위헌임을 이유로 직권으로 헌법재판소(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안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앞으로 있을 헌재 판단이 주목된다.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므로 폐지하자는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유언 등을 통해 재산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산권의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 자체를 위헌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유류분 제도 폐지야말로 위헌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류분반환청구는 유류분권리자가 특별수익을 받은 다른 공동상속인 중 1인을 상대로 행해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피상속인이 아들(주로 장남)에게 상속재산의 상당액을 증여나 유증한 데 대해 다른 자녀들(주로 딸들)이 그를 상대로 유류분 부족액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 유지'라는 순기능을 담당해 온 유류분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 사회의 도래 등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수반되는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맞춰 유류분 제도도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유지한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그 '경직성'으로 인한 역기능도 없지 않다.

현재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와 같이 상속결격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유(민법 제1004조)가 없는 한 예외 없이 유류분권이 인정된다. 상속인이 고의로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일률적인 유류분 보장은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사회 실정에 맞게 유류분과 유언의 자유를 조화시킨다는 관점에서 유류분 제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피상속인이 부모에 대한 도리를 심각하게 저버린 자녀를 상속에서 배제하고자 했는데, 그런 자녀가 유류분권을 행사해 유류분을 반환받는 것은 우리의 정의 감정에 반한다.

자녀에게 상속결격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는 한 그 상속권까지 상실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유류분반환청구는 할 수 없도록 피상속인의 유언에 의한 '유류분 박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에 대해 범죄행위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고의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이 그러한 상속인의 유류분을 박탈하는 유언을 남긴 때에는 법원의 재판에 의해 유류분권을 박탈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에 의한 재산처분의 자유'와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상반되는 가치의 타협·조정의 산물이다. 상속재산이 증대되고 사람들의 권리의식이 고양되면서 유언의 자유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유류분 박탈 제도는 현행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유언의 자유를 보다 신장시킨다는 측면에서 신중히 그 도입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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