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인데…K팹리스, 200곳에서 70곳으로 급감, 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 시스템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매출은 10여년간 76%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 기업 수는 2009년의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9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서울대학교 시스테반도체산업진흥센터 주관으로 열린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중 상위 10위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2011년 1조원에서 2020년 2조4000억원으로 140% 증가했다. 글로벌 상위 10위 기업의 매출액 평균 증가율(125%)보다 높은 규모다. 그러나 업계 1위인 LX세미콘(구 실리콘웍스)를 제외하면 매출액 합계는 7000억원에서 1조2300억원으로 76%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평균 증가율의 10분의 6 수준인 것이다.

김 연구원은 "더구나 지난해 LX세미콘의 매출은 1조1600억원으로 2위인 에이디테크톨로지(2900억원)와 4배 가량의 격차를 보인다"며 "나머지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세가 낮은 것은 물론 규모조차 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팹리스들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이 성장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팹리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문인력이 계속해서 부족하고 스타트업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기업 수는 2009년 200개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70개에 그쳤다. 김 연구원은 "2000년 초반까지 팹리스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2000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창업·투자가 감소했고 대기업으로부터 퇴직하는 인력까지 급감해 기업 수가 급감했고 현재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다만 최근들어 산업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진원 위벤처스 부사장은 "최근들어 시리즈A 라운드에서 100억~1000억원까지 투자받는 유망 팹리스 스타트업들도 나타났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에서처럼 향후 산업을 주도할 스타트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세 541벤처스 대표도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현재의 페인포인트가 아닌 미래의 페인포인트를 이야기한다"며 "국내에서도 긴 호흡을 가지고 산업에 접근하는 기업들이 생긴다면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태영 매그나칩반도체 고문은 "현재 반도체 파운더리 부족 문제를 시장 논리에 맡기면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국내 파운더리 생산캐파의 5%정도만이라도 국내 팹리스에 우선 제공하도록 하고 손실은 세제로 조정해주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근 파두 본부장도 "팹리스의 경우 생산을 위해 디자인하우스나 팹에 지급해야하는 비용만 2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초기자금의 문턱이 상당히 높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해 산업을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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