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마산 꽃할배는 왜 50년 동안 공짜 예식장에서 셔터를 눌렀나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89)와 아내 최필순씨(79). /사진제공=LG

"제가 못 살았어요. 초가집 마당에서 구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는데 방이 없어서 신부를 못 데려왔어요. 저 같은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루하루 운영하다 보니 어느덧 54년이 흘렀네요."

아흔살 머리 희끗한 노신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경남 마산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낙삼씨(89)는 54년째 형편이 어려운 부부들에게 무료예식을 지원하고 있다. 20대부터 길거리 사진사로 20원씩 모은 돈으로 1967년 3층짜리 건물을 사 예식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하는 예비 부부들에게 사진 값만 받고 식장 대관을 비롯한 예식 비용은 받지 않았다.


백씨와 그의 아내 최필순씨(79)는 무료 결혼식을 이어가기 위해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건물 관리는 물론 식장 청소, 주차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신부용 드레스는 최씨가 직접 만든다. 메이크업은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54년 동안 이곳에서 무료 결혼식을 한 부부가 1만4000쌍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제가 77년도에 거기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이러면서 그때는 너무 못살아서 그래도 선생님 은덕으로 결혼식을 했는데 보답을 못하고 그냥 왔다고 지금은 부자 소리를 들으니 돈을 좀 보내드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하루 17쌍씩 식을 올리던 때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이런 사람들 덕에 아직 손을 놓을 수 없다고 백씨는 말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예식장을 잘 운영하고 남은 여생은 아내와 함께 우리가 결혼시킨 부부들이 잘 살고 있는지 한 번쯤 가서 만나고 싶다"는 게 백씨의 작은 소망이다.

박화자씨(60·왼쪽)와 안현기씨(24). /사진제공=LG

LG복지재단은 30일 백씨를 비롯해 12년 동안 매일 폐품을 수집해 지역사회의 어려운 학생을 도운 박화자씨(60)와 운전자 없이 내리막으로 질주하는 차량을 자신의 차로 막아 대형 인명피해를 막은 안현기씨(24)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했다.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현재까지 LG의인상 수상자는 모두 169명이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박화자씨는 2009년 명절 불우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다 폐품을 모아 판 돈으로 면사무소에 기부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어려운 학생 등을 위해 4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최근 암 판정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폐품 수집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안씨는 지난 9월30일 오후 2시30분쯤 충북 충주 시내에서 운전자가 잠시 내린 사이 브레이크가 풀린 차량이 왕복 6차선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로 교차로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달리던 차량을 곧바로 자신의 차로 막아 멈춰세웠다. 충돌로 차량이 심하게 망가졌지만 안씨를 포함한 부상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