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시대 개막…내 정보, 한곳에서 한눈에 본다

여러 기관, 기업에 흩어졌던 개인의 정보를 한곳에서 보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린다. 은행, 증권사, 핀테크 등 사업자들은 다른 업권의 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서 사업 기회가 많아졌다. 그만큼 고객 선점 경쟁이 치열해진다. 소비자가 자신에게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누리게 됐지만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12월1일 오후 4시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우선 6개 은행, 3개 증권사, 5개 카드사 등 모두 17곳의 사업자가 먼저 참여한다. 전면 시행되는 건 내년 1월1일이다.


그동안 예·적금 계좌잔액, 주식 보유수량, 카드 청구금액, 통신료 납부내역 등을 확인하려면 은행, 증권사, 카드, 통신사 앱(애플리케이션)을 각각 켜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각 기관, 기업이 업권에 상관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하나의 앱만 주된 플랫폼으로 이용하면 된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고객이 주로 쓰는 플랫폼이 되고자 애쓴다. 사업 초기인 만큼 선점 경쟁이 뜨거운 이유다. 여러 데이터를 결합한 초개인화 서비스로 차별점을 두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마이데이터를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부르기도 하는데 초개인화 서비스, 맞춤형 서비스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아예 마이데이터 브랜드를 만든 곳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한데 모은 '하나 합'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의 외국환, 하나금융투자의 배당정보, 하나카드의 '내 주변 핫플레이스' 등 서비스를 결합해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공통된 특징은 자산관리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은행 앱에서 부동산, 자동차 등 비금융 자산 정보까지 확인하는 식이다. NH농협은행은 차량 시세부터 보험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내 차 관리' 등 서비스를 내놨다.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웰컴저축은행은 부채관리로 차별점을 뒀다. 결혼자금, 대환대출, 주택구입 등 고객의 목적에 맞는 부채관리법을 제시한다. 보험사들은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헬스케어(건강관리)로 강점을 살린다.

기존 금융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핀테크는 마이데이터를 기회의 장으로 본다. 그동안 금융 데이터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으로 사실상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주도한 만큼 플랫폼 경쟁력이 있어서다.

업권별 주자들이 모두 뛰어드는 만큼 마케팅 경쟁도 격화됐다. 대형은행이 '제네시스 GV80'까지 경품으로 내걸었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일도 있었다. 현재는 경품이 태블릿PC로 바뀐 상태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인 만큼 과당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마다 플랫폼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우위가 정해질 것"이라며 "과거 오픈뱅킹을 시행할 때와 분위기가 비슷한데 마이데이터는 범위가 훨씬 넓어서 기대감이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정보 제공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보안 우려를 씻는 일은 과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에 보안취약점 점검을 의무화했고 민감성 정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동의절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보완해야 할 점을 점검해 전면시행일에 맞춰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