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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서 같이 출근하고도 "성폭행 당해"…대선 이슈 떠오른 '성범죄 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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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재영 기자
  •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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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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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 28일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가 한 무고 사건을 공개했다. 여성 A씨는 길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남성 B씨에게 '카풀 중이다'라며 자신의 차에 태웠다. 그러나 B씨는 계산 과정에서 A씨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운전 중인 나의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했다"고 B씨를 무고했다. 또 허위 내용이 담긴 문자도 전송했다.

저지르지 않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수사기관에 허위로 진술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무고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선후보가 내세운 대선공약에도 무고죄 처벌강화가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무고죄 형량 강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입증이 어려워 자칫 진짜 성범죄 피해자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안부 메시지 보내고 같이 출근해도 '성폭력 당했다'


불법 카풀을 신고한 남성을 되레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무고를 한 여성이 증거 확보를 위해 허위로 보낸 문자 내용. /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SNS 갈무리
불법 카풀을 신고한 남성을 되레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무고를 한 여성이 증거 확보를 위해 허위로 보낸 문자 내용. /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SNS 갈무리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합의된 성관계를 갖거나 심지어는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을 지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발하는 '무고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무고죄를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로 규정한다. 경찰에 따르면 무고죄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 건수는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1만여 건에 달했다.

지난 28일 청주지법 형사1단독(남성우 부장판사)는 자신의 직장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로 고소한 30대 여성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이 여성은 회사 기숙사와 모텔에서 2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녹취록과 이 여성이 먼저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 등 합의에 의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여성은 직장 동료와 모텔에서 나와 함께 출근하기도 했다.

부하 여군을 추행하고도 허위로 고소한 현역 군인 장교도 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이규영 부장판사)는 부하 여군을 추행하고도 허위의 고소장을 낸 혐의를 받는 40대 육군 남성 장교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장교는 자신의 차 안에 함께 앉아 있던 여군 부하에게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고도 "합의 하에 신체접촉을 했다"고 허위로 부하 여군을 무고했다.

온라인을 통한 과거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운동'과 함께 '무고'도 함께 늘자 대선후보들도 이에 대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2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 무고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의견이 많아 모든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며 무고죄 처벌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승민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지난달 2일 배우 김선호를 둘러싼 낙태강요와 무고 논란을 두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성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똑같은 이유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무고죄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고죄 신고 늘었지만... 신고해도 100건 중 3건만 재판 간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러나 "자신이 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으나 실제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에 따르면 검찰이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송치받아도 재판에 넘긴 건수는 2016년 366건에서 2019년 330건에 불과했다. 2020년은 통계가 작성된 9월까지 8063건 중 253건만 기소됐다. 무고 신고를 접수해도 재판까지 넘어가는 사건은 100건 중 3건도 안 된다는 의미다.

법조계는 무고 행위가 재판까지 가지 않는 것은 무고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는 쌍방의 진술 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며 "폭행의 흔적 등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 쌍방의 진술만으로는 강제성이나 합의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워 성폭행, 무고 모두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무고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의 증명이 어려워 처벌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범진 변호사는 "애초에 성폭력을 떠나 무고죄 자체에 대한 기소나 처벌이 쉽지 않다"며 "판례에 따르면 성폭력의 경우도 무고 피의자가 여러 번 비슷한 고소를 한 전력이 있거나 아주 의도적으로 고소를 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무고죄 엄단 필요하지만 '진짜 피해자' 위축도 고려해야


/사진 = 뉴스1
/사진 = 뉴스1

전문가들은 집행유예 등 기존의 온정주의적 판결에서 벗어나 성범죄 무고에 대한 판결 기조가 바뀌어야 무고 행위가 근절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범죄 무고는 한 사람의 장래를 지울 수도 있는 일"이라며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무고 행위에 대해서는 성폭력 범죄보다 높은 형량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범죄 무고 처벌을 강화할 경우 성범죄 피해자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무고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무고를 '미투' 초기부터 사건화하면 누가 성폭력 피해를 발고(제삼자가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여 수사 및 기소를 요구하는 것)할 수 있겠느냐"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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