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국 빗장 걸었지만…'오미크론' 이미 다 퍼졌다, 한국도 시간문제

지난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OR 탐보 국제공항. 세계 각국에서 국경을 걸어잠그면서 항공편이 잇따라 취소됐다. /사진=AFP

아프리카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이미 전 세계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 아프리카를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되는 집단·지역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아시아와 북미에서도 감염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국경에 빗장을 걸고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미 CNN·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여행 제한 조치를 발표한 세계 국가는 70곳에 달한다. 델타변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감염 피해가 더 컸던 경험에서 나온 선제적으로 대응이 이뤄진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새 변이의 존재를 파악해 세계보건기구(WHO)에 심각성을 보고한 직후인 25일부터 영국 등 일부 국가의 남아프리카발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작됐다. WHO가 오미크론을 우려변이로 지정한 직후에는 남아프리카로부터의 하늘길을 막는 국가들이 더 늘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확진되는 '돌파감염'부터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다수에게 전파되는 '집단감염', 남아프리카를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확진된 '지역감염'까지 나왔다.

포르투갈에선 프로추구 벨레넨세스 소속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오미크론에 집단 감염됐다. 확진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세를 보였다. 현재 다른 선수들과 직원 등 44명은 격리상태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감염된 선수 중 1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포르투갈은 백신 완전접종률이 90%에 육박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 오미크론의 돌파감염 파워가 확인됐다.


네덜란드에선 남아공에서 입국한 항공기 탑승객 6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13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한 부부는 호텔에서 3일간 격리한 뒤 스페인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공항 당국에 붙잡히는 일까지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텅 빈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사진=AFP

스페인과 스웨덴에서도 각각 남아공에서 입국한 여행객이 진단 검사를 통해 오미크론으로 확진받아 첫 사례가 나왔다. 앞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왔던 영국에서는 이날 8건의 감염사례가 추가돼 총 11건으로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전날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가 8건 확인돼 검사 중이다. 독일에서도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4건 추가돼 총 7건이 됐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날 6명이 오미크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일부는 남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미크론이 지역에서 퍼진 사례다.

유럽 뿐 아니다. 북미에서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최근 나이지리아 여행을 다녀온 2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아직까지 확진자 발생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조만간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이 이미 미국에 상륙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콩에 이어 일본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되는 등 아시아도 확산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일본 첫 오미크론 감염자는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속한 대응에도 골든타임 놓쳐…이미 감염자들 전 대륙으로 이동

29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의 툴라마린공항. 오미크론 확산에 불안감을 느낀 탑승객들이 방호복을 챙겨 입었다. /사진=AFP

세계 각국이 서둘러 국경 봉쇄에 나섰는데도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나 올 여름 델타변이에 비하면 조기발견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이달 11일 보츠나와에서 첫 출현한 후 24일 WHO 공식 보고까지 약 2주간의 공백이 있었다.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아프리카 전역은 물론 다른 대륙으로 감염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감염자들이 아프리카 남부가 아닌 중부에 위치한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뒤 감염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니콜 이렛 미 워싱턴대 교수는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여행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가질 때쯤이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며 "여행금지는 이론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지만 며칠에서 몇 주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 문제 일 뿐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를 판별하려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검출된 사례는 확진자 전수 조사가 아니어서 실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이 분석된 표본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의 0.8%에 불과하다.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선 염기서열 분석 표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