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중 최저치' 찍은 날, 공매도 1조…재개일 이후 최대

코스피가 코로나19 '오미크론' 공포로 2% 이상 빠진 지난달 30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올해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더하면 1조원을 넘는 공매도가 집중됐다. 갈수록 증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투자 주체와 관계없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대금은 8185억원이 집중됐다. 이는 올해 공매도가 재개된 5월 3일(829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날 코스피는 2.42% 하락 속에 2839.01로 마감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재개 초기 많이 늘었다가 올해 중순 이후로는 다소 잠잠해지는 추세였다. 하지만 코스피가 2900선까지 밀린 29일 5310억원에 이어 30일에는 8000억원선까지 넘어선 것이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6876억원으로 전체의 약 84%, 기관은 1160억원으로 14.2%를 차지했다. 이날 개인 공매도 거래대금이 149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8월 10일(191억원), 11월 11일(175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공매도 규모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작은 개인의 거래대금은 대체로 수십억원 규모에서 형성됐다.

이날 공매도 자금은 그동안 주가 상승이 가팔랐던 종목 위주로 향했다. 카카오뱅크 (23,750원 ▼300 -1.25%)(518억원), 일진머티리얼즈 (42,200원 ▲200 +0.48%)(460억원), SK (155,500원 ▼1,300 -0.83%)(335억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공매도의 주요 대상이 된 카카오뱅크와 일진머티리얼즈는 각각 7% 전후로 하락했고 SK만 1.96% 올랐다. 한온시스템, LG디스플레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도 공매도 거래대금이 많았다.

코스닥 역시 공매도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코스닥이 2.7% 하락했던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2768억원으로 올해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 공매도 재개 당일인 5월 3일(2795억원)과 단 27억원 차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더하면 하루 만에 1조원이 넘는 공매도가 이뤄진 셈이다.

외국인은 전날 대비 132% 늘어난 20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관과 개인이 각각 704억원, 58억원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카카오게임즈 (20,750원 0.00%)(547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186억원), 에코프로비엠 (227,500원 ▼1,500 -0.66%)(151억원) 등이 상위에 올랐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에 국내 증시가 특히 흔들리면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자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전날 급락 속에 연중 최저점 수준까지 밀렸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아직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공매도 거래 역시 지속적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대차잔고는 현재 75조원 수준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오미크론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기 전까지 단기 사주경계(Risk-off) 강화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며 "심리·수급적 과민반응에 기인한 주가 언더슈팅에 여지를 열어둘 경우 코스피는 2750선, 코스닥은 930선 수준에서 언더슈팅의 극단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국들이 점차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점에서 오미크론 확산이 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