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공공의료데이터 추가제공···정보 갈증 던 보험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공공의료데이터를 추가로 보험사에 제공하기로 했다. 심평원은 지난 7월에도 6개 보험사들에게 데이터를 개방했다. 공공의료데이터 보유 공공기관 양대 축 중 하나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이 데이터 제공을 불허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빗장을 건 건보 영향으로 공공의료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상품 개발에 목말랐던 보험사들의 갈증이 일정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심평원은 이날 현대해상·교보생명·DB손해보험·DB생명·한화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이 신청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요청을 승인했다. 지난 7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6개 보험사에게 자료를 제공하기로 한 이후 추가 승인이다.

당초 대면 심의위원회가 지난 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영향으로 오프라인 회의가 연기됐다. 이번 주 서면 심의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건보가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사가 활용하는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긍정적이었던 심평원 분위기도 바뀐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날 심평원은 건보와 다른 결정을 했다. 보험사들은 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입장이 이전과 크게 다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의료 데이터를 상품 개발에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신상품이나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려면 외국 데이터를 받아 써야 했다. 인슐린 치료 발생률을 찾기 위해 호주 통계를 들추고, 말기 폐질환 발생률을 확인하려 캐나다 데이터를 뒤지는 식이었다.


국내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었고, 국회도 건보와 심평원이 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걸 반대했다. 그러다 이른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부터 시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고, 보험사들에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의 문이 다시 열렸다.

곧바로 심평원은 7월 보험사에 대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승인했다. 그러나 건보는 지난 9월 정보 제공을 불허하기로 했다. 건보는 △국민 이익 침해 가능성 △과학적 연구 기준 부합 여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 부합 여부 등에서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데이터 제공을 승인하지 않았다.

건보는 약 3조4000억건, 심평원은 약 3조건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포기하기 어려워 보험사들은 이후에도 건보의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받기 위한 협의를 추가로 벌이고 있으나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공공의료데이터를 통해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자·유병력자의 수요를 반영한 전용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일단은 심평원 정보만을 이용한 관련 반쪽짜리 상품 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건보 데이터 재신청도 추진 중에 있다"며 "제시 요건을 총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건보에서도 좀 더 데이터 개방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