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적모임 제한할 듯…일상회복 중단 트리거된 오미크론

(인천공항=뉴스1) 이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5천명대로 치솟고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국내 유입이 확인되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국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3일 부터 16일까지 2주간 내국인 포함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일간 격리조치를 시행한다.2021.12.2/뉴스1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확인되면서 방역 위기감이 고조되고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이 일상회복을 멈추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공산이 커졌다.

이틀 연속 신규 확진자가 5000명 이상 발생한 가운데 전파력이 델타보다 강하다 추정되는 오미크론 확산이 더해질 경우 의료 체계 여력은 더 빠르게 동날 수 있다.


위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최대한 억제하며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겠단 취지의 일상회복 조치에 대한 수정 작업도 불가피해졌다. 이미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실은 포화 상태로 확산세가 불어날 경우 사태를 제어하기 힘들다. 정부가 병상 수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시행한 전면적인 재택치료 확대에 대해 현장에선 치료가 아니라 방치란 지적까지 나온다.

정부는 오는 3일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이란 변수를 고려하면 현재 수준의 비교적 느슨한 방역 조치를 유지하기 어렵단 관측이 우세하다.

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확진자는 5명이다. 현재 확진자 5명의 밀접접촉자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 감염 여부를 추가 조사 중이다. 사실상 오미크론이 지역사회에 전파된 게 아니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오미크론 확진자 5명과 관련한 접촉자는 현재까지 68명 파악됐다.

40대 부부와 관련한 접촉자는 17명이다. 부부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 중 전후 2열 좌석 탑승객(접촉자로 구분) 6명과 자택 및 거주시설 접촉자 11명이다.

방역당국은 40대 부부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전체 탑승객을 대상으로 추적 관리 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 전체 탑승객은 부부 포함 45명이다.

또 40대 부부의 입국 뒤 차량 이동을 도운 30대 지인 역시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됐는데, 이 확진자와 관련한 접촉자는 가족, 지인, 업무 관련 50명이다.

이와 별개로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경기도 거주 50대 여성 2명과 관련한 밀접접촉자는 지난 23일 입국 뒤 이동을 도운 가족 1명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266명, 위중증환자는 733명으로 모두 역대 최다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미크론이 지역사회로 전파될 경우 방역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의 한 병원 음압치료병상 출입구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2021.12.2/뉴스1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차단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선 오미크론 전파 차단을 위해 해외 발생국에서 들어온 모든 이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야 하고 격리 조치도 계속 해야 한다"며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거리두기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통해 경각심을 높이고 실제 모임 횟수를 줄여야 한다"며 "의료 체계가 한계에 직면한 만큼 정부는 국민 협조를 구하며 방역 강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 교수는 또 "지금까지 기전을 보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보다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이미 지역사회에 퍼졌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철두철미하고 광범위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며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나 백신 회피 능력은 델타보다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신규 환자가 5000명 이상 나오고 수도권 중환자실은 이미 마비 상태"라며 "오미크론까지 고려하면 당연히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특히 "의료 체계가 붕괴되자 재택치료를 전면 확대했는데 응급 후송 시스템도 미비하고 병이 중해져도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병실이 없어 위기 국면"이라며 "재택치료 확대는 관리 책임을 정부가 국민 개인에게 돌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오미크론 확산은 입국 제한, 검역 강화 등으로 막기 힘들 것"이라며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나 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률적인 밤 영업 금지보다 식당과 카페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실내 시설의 이용 시간을 사람별로 20~30분 정도로 제한하는 조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국민 공감을 얻기 힘든 방역 조치에서 벗어나 그동안 확보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AI(인공지능) 분석을 실시해 효율적인 방역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방역 강화 대책과 관련해 "내일(3일)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결정해서 발표할 것"이라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정부 부처, 지자체(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