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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죠와 바티칸을 거닐다[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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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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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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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주 교황청 대사 겸 특파원'
이백만 전 주 교황청 대사는 재임 시절 이렇게 불리기를 좋아했다. 이 호칭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바티칸과 교황 취재에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방북 의사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아냈다. 그동안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발굴했다. 그만큼 [단독] 을 많이 쓴 교황청 대사는 없을 듯 하다.

20년 경제기자 생활을 거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 수석을 지냈던 그는 노대통령 서거 후 몇 년 뒤 신학의 영역에 '귀의'했다. 홀연히 캄보디아 오지에서 1년 넘게 맨 몸으로 봉사활동을 학 카톨릭교리신학원에서 2년 공부해 카톨릭 수사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잘 한 인사'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 교황청대사로 발탁됐던 그는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말 돌아왔다. 바티칸에서 딛었던 발자취를 모아 얼마 전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을 펴냈다.
'엉클 죠'는 이 대사가 2013년 캄보디아의 오지 반티에이 쁘리업(비둘기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그 곳 동료들이 세례명 요셉(Joseph)의 첫 철자를 따서 붙여 준 별명이다.

페이스 북에서 봤던 글들도 많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고 신선하다.
특히 이 대사가 바티칸 박물관 고문서 연구실에 보관돼 있던 '황사영 백서'를 읽고, 관리책임 신부님의 배려로 살짝이나마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장면은 무신론자인 나에게도 감동이었다. 만져본 건 편지의 한 모서리였지만, 백년이 넘는 시간과 바다를 건넌 공간을 초월해 황사영과 이백만 두 분이 뜨겁게 안아보는 모습이 '사랑과 영혼' 영화장면처럼 상상이 됐다.
충북 제천의 토굴에 숨어 중국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는 깨알같은 1만3311자를 적으면서 황사영은 자신의 편지가 이렇게 바티칸까지 전달돼 고이 모셔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종교의 자유를 얻은 후손이 교황청 대사가 돼 그 편지를 찾아 읽는 걸 황사영 알렉시오도 하늘에서 기쁜 마음으로 내려다 봤을 듯 하다. 신유박해의 실상을 알리고 프랑스 군대 파견을 요청한 황사영은 나라를 팔아먹는 대역죄인으로 낙인찍혀 1801년 능지처참을 당하지만, 그의 편지는 개인의 믿음을 지키려는 간절한 절규였다고 생각한다.

천주교 신자로서 3.1운동 직후 조선인으로서 첫 로마 유학길에 올랐던 전아오 아우구스티노의 자필 기도문도 역사와 믿음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전아오 학생은 사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로마에서 심장병으로 세상을 떴다. 그는 기도문 마지막에 "추후에 이 글을 보는 자는 이 죄인을 생각하여 성모송 한번 암송해 주시기를..."이라고 썼다. 후대를 대표해 이대사가 암송해준 성모송이 그의 영혼을 달래 줬을 것이다.

구내식당에서 손수 음식을 담아 와, 다른 사제들이 불편해 할 까봐 벽을 보고 식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1948년 파리 유엔총회에서 유엔가입을 위해 특사로 파견된 장면 박사가 우연히 만난 호주 부주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가입을 성사시킨 일화 등, 카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읽는 즐거움을 주는 숨은 이야기들이 많다.

귀임에 앞서 마지막으로 교황을 알현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요청하며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큰 절을 올리는 이대사, 그리고 "한국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며 인자하게 받아주는 교황의 모습도 뭉클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건 엉클 죠의 신앙심이다.
내 첫 번째, 두번째 직장에서 모두 겪어 본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야 익히 알지만, 하느님은 머리로만 받아들였으려니 했다. 헌데 그의 바티칸 산책을 따라가 보니 가슴으로 완전한 신자가 된 듯 하다. 인생 후반부에 독실한 신자가 되는 게 '신내림' 같은 것 없이도 가능하다는게 신기하다.

교황 성하의 기운을 듬뿍 받고 온 선배 덕에 나에게도 뭔가 하느님의 은총 떡고물이라도 있으려나...할렐루야, 아멘~
                 이백만 지음, 바오로딸 펴냄, 1만3000원
이백만 지음, 바오로딸 펴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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