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준예산 사태 발생할까…시의회 예산심사 본격 시작

오세훈 서울시청이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내년도 예산안 본심사를 두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시의회가 예비심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등을 복원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10년 전 '준예산' 편성 직전까지 갔던 대립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6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 예산안 본심사를 진행한다. 6∼8일은 서울시를 상대로 종합질의를 진행하고, 이후 소위원회의 계수조정을 거쳐 오는 16일 예정된 본회의에 최종 예산을 상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오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을 복원하려 하고, 시의회는 고 박원순 시장 시절 중점 추진된 민간위탁 사업과 정치 편향성 논란을 빚는 TBS(교통방송) 관련 예산을 확보하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시의회는 지난 1일까지 2주간 진행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서 오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을 대부분 감액했다. 오 시장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관련 예산 168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안심소득 시범사업 예산 74억원도 전액 깎았다.

이밖에 △청년대중교통 지원 예산 153억원 △영테크 15억원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예산 61억원 △지천 르네상스 예산 32억원 △메타버스 서울 예산 30억원 등도 전액 삭감됐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뷰티도시 서울, 상생주택, 장기전세주택 등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반면 오 시장이 '바로 세우기' 대상으로 꼽은 민간 위탁 사업 예산은 올해 수준으로 복원됐다. 서울시가 올해(40억원)보다 12억원 삭감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예산은 40억원으로 복원됐다. 이 밖에 혁신교육지구 예산 65억원, 주민자치 예산 80억원 등을 증액했다.


서울시가 123억원 삭감한 TBS 출연금은 시의회가 예비심사에서 136억원 증액해 오히려 올해 예산보다 13억원이 늘었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집행부와 협상을 통해 증액될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심의 과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110석 중 99석이 민주당 소속이고 시의회 예결위원 33명 중 30명이 민주당이다.

양측의 강대강 대립이 지속돼 올해 안에 서울시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준예산은 예산안 의결을 하지 못했을 경우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내년 예산을 편성해 임시로 사용하는 것이다.

준예산 편성 우려는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에 한 차례 불거졌다. 시의회가 무상급식 지원사업을 신설하자 서울시가 반대했고 이에 시의회는 한강 르네상스 예산을 삭감하면서 갈등이 계속됐다. 시의회가 '부동의' 예산을 통과시키고, 시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을 집행부가 집행을 거부했지만 사태는 오 시장의 자진 사퇴로 마무리됐다.

다만 시의회도 강하게만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다. 시의회가 예산을 증액하려면 오 시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127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

오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막판에 타협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을 최대한 관철시키고 합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지자체장 동의 없이 예산을 늘렸을 때 위법 소지가 있고, 집행부도 오 시장의 공약 사업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서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있도록 소통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