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GDP 2000조원 돌파...2년 뒤 대기업 문턱 올라간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021년 상호출사제한 기업집단 채무보증 현황 및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 정보 공개 실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올해 전체 채무보증금액 1조 1588억 원으로 채무보증을 보유한 4개 집단이 신규 지정되면서 지난해 대비 1조 72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21.10.26/뉴스1

올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시된다. 이에 따라 이른바 '대기업집단'으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자산 기준은 현행 10조원에서 이후 GDP의 0.5%로 바뀌어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올해 GDP의 확정치가 2023년에나 발표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실제 대기업 기준이 바뀔 때까진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은 우리나라의 연간 명목 GDP가 2000조원을 초과하는 연도의 다음해부터 상호출자제한집단 자산 규모 기준 '10조원'을 '명목 GDP의 0.5%'로 변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목 GDP는 국가에서 1년 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격을 모두 합한 것이다. 명목 GDP는 실질 GDP와 달리 물가상승분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경기침체 또는 물가하락 국면이 아니라면 대개 매년 늘어난다.

지난해 기준 명목 GDP 잠정치는 1933조1524억원이었다. 한국은행의 올해 분기별 명목 GDP 잠정치를 보면 △1분기 501조2000억원 △2분기 511조원 △3분기 518조원이었다. 이달 중 급격한 경기냉각이 발생하지 않는 한 4분기에도 500조원을 돌파해 연간 전체로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도 '2021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2021년 명목GDP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명목 GDP가 2000조원을 넘어설 경우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집단 자산 규모 기준이 달라진다. 공정거래법 부칙을 보면 자산 기준은 한국은행의 명목 GDP 확정치를 토대로 바꾸도록 돼 있다. 올해 기준 명목 GDP 잠정치는 내년 6월, 확정치는 2023년 6월에 발표된다. 따라서 새로운 대기업 자산 기준은 그 다음해인 2024년 4월 발표되는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 때부터 적용된다. 가령 올해 명목 GDP가 2070조원이라면 대기업 자산규모 기준은 기존 10조원에서 명목 GDP의 5%인 10조3500억원으로 상향되는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총 40개 그룹이 포함돼 있다. 1위는 단연 삼성이고, 자산 규모가 작은 순으로 보면 △코오롱 10조2990억원 △DB 10조3660억원 △SM 10조4500억원 △호반 10조6980억원 등이다.

한편 공정거래법이 대기업 기준을 명목 GDP에 연동토록 한 것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상호 출자 금지 등 규제를 받는 대기업 자산규모 기준을 실질적인 경제여건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서다. 이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대기업집단 수가 점점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또 현행 대기업 자산규모 기준의 변경 주기 등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일각에선 명목 GDP 등 경제여건을 감안해 대기업 기준을 상향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제도 반영까지 시차가 2년으로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선 실제 경제 규모가 반영된 확정치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