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타고싶어" 중고차 가격, 신차 뛰어넘었다

/사진=뉴스1.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이어지면서 중고차가 신차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출고 수개월 이내의 중고차의 경우 신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는 기아의 준중형 SUV '2022년 스포티지' 가솔린 시그니처 모델이 3700~38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출시된 차로, 같은 트림의 신차는 3253만원이다.

해당 사이트에 3750만원에 올라온 중고차의 경우 파노라마 선루프 등의 여러 옵션이 포함됐다. 그러나 같은 옵션을 신차에 적용해도 3568만원으로, 신차보다 중고차가 182만원 가량 비싼 셈이다. 무엇보다 해당 중고차는 1만480㎞나 달렸다. 주행거리가 적은 다른 매물의 경우 가격이 더 뛴다.


기아 소렌토의 경우 엔카 측이 측정한 이번 주 시세는 2987~4472만원이다. 신차 기본 모델이 트림에 따라 최소 3024만원에서 최대 4162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신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셈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신차 공급이 부족해지자 바로 인도 받을 수 있는 중고차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올해 3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총 76만1975대로 지난해보다 20.9% 줄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교체 수요가 누적됐지만 생산을 못하는 상황이다. 신차를 주문해도 최소 6개월 이상 지나야 차량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인기 차종일수록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스포티지의 경우 기아의 지난달 국내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른 인기 차종으로, 지금 주문시 출고까지 최소 9개월 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국산·수입 중고차 가격이 상승 중이며 특히 출고 수개월 이내의 중고차는 신차 수요를 흡수해 신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현상도 발생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반도체난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중고차 가격도 곳곳에서 오르고 있다. 미국의 중고차 매물 평균가는 지난달 기준 2만9000달러로 직전 1년보다 29% 올랐다. 같은 기간 신차 가격 상승률은 12%로, 중고차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했다. 유럽도 지난 10월 중고차 평균 가격이 연초보다 최대 28.3% 올랐고 일본은 1년 전보다 11%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난·원가상승·수요회복 등의 여파로 내년에 신차 가격이 오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고차 역시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소재인 열연강판은 지난해 1월 603달러에서 지난 7월 기준 1502달러로 149% 뛰는 등 그 상승률이 가파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량이 약간 풀렸다가 다시 줄어들었다가 반복할텐데 그 때까지 중고차 가격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