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존' 왜 했냐고요? 오지마 아니라 '내가 낸데' 때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내가 낸데'(내가 나인데)라고 말하는 손님들에 대한 경고메시지였어요."


'노(No)교수존'을 내걸어 화제가 된 황모씨(34)는 부산 금정구 대학가에서 카페 겸 술집을 운영한다. 황씨는 "취지가 '교수 절대 출입금지'는 아니었다"며 "자신이 교수라며 신분을 밝히며 행패 부린 손님이 3명 정도 있어 서로 조심해달라는 의미로 쓴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외 있었던 '진상' 손님들은 신분을 밝히지 않아 교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이번 포스터로 혹시 상처를 받으신 교수님들이 계신다면 죄송하다"고 했다.

대학가 앞 술집에서 '노교수존'…"서로 주의해줬으면"부산대 '젊음의 거리'에서 황씨가 가게를 개업한 건 지난해 6월. 대학가인 만큼 황씨 가게를 찾는 손님 대다수는 20대 중후반인 대학생·대학원생과 30~40대 강사들이다. 논란이 된 중장년층 '정규직 교수'들은 황씨 가게의 주 고객층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따금씩 방문하는 중장년층 가운데 소위 '진상'을 부리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황씨는 "매너 좋은 중장년층 손님도 많지만 종종 취한 채로 가게에 들어와 무리한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건 저뿐만 아니라 부산대 앞 자영업자들이 모이면 늘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처음 포스터를 붙인 지난달 초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노교수존'이란 문구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자 항의하는 이들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자신을 '시민'이라고 밝힌 중년 남성이 역정을 내며 포스터를 내려달라고 전화하기도 했다. 황씨는 그가 자신이 기억하는 '3명의 교수'들과 비슷한 목소리였다고 했다.

지난 8일에는 부산대 교수협의회 측에서 포스터를 내려달라는 연락을 해왔고 황씨는 이를 수용했다. 그는 "'노교수존'이 혐오나 차별 소지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개인사업자로서 정한 규칙과 예의를 손님들이 따라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또 "국립대인 부산대는 교수들이 공무원 신분이라 갑질을 하면 품위유지법에 따라 징계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 "그렇다고 교수 갑질에 대해 신고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교수사회에서도 서로 주의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키즈존'에 이어 '노중년'까지…'신종 노OO존' 이대로 괜찮을까

경기 가평군의 한 캠핑장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공=뉴스1

최근 서울의 한 캠핑장에서는 '40대 이상 커플' 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앞서서는 '노키즈존'이 차별인지 아닌지를 둑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두 아이를 키우는 황씨도 "'노키즈존'이 달갑진 않지만 아이를 데려오는 진상손님을 보면 또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2017년 인권위는 노키즈존에 대해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이라며 "이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노키즈존에 대한 시정을 권고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조치라 여전히 전국에는 400여개가 넘는 '노키즈존'이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에 이어 신종 '노OO존'이 등장하는 건 다른 사회집단을 향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도를 갖고 특정 집단을 배제했다기 보다는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려는 것"이라며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공론화해 서로간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키즈존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소비자와 '어린 자녀와 휴식'하겠다는 소비자 간 권리가 부딪힌 것처럼 '노교수존'도 다른 집단에 속한 소비자끼리 욕구가 충돌한 것"이며 "영업활동의 자유를 고려해 업장 특성에 맞게 특정 손님층을 과도하게 배제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