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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슬램덩크'의 결말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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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6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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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슬램덩크' 포스터
'슬램덩크' 포스터
#1. 1922년 12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었다. 작가로 본격 데뷔하기 전 캐나다 신문 데일리스타의 파리 특파원으로 있을 때다. 취재 때문에 왔지만 헤밍웨이는 알프스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는 파리에 있던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에게 전보를 보냈다. 이쪽으로 와서 함께 스키를 타자고.

남편의 연락을 받은 리처드슨은 곧장 짐을 꾸려 출발했다. 열차가 리옹역에서 정차 중일 때였다. 갈증을 견디지 못한 리처드슨은 잠시 열차에서 내렸다. 재빨리 에비앙 생수 한병을 산 뒤 돌아온 리처드슨은 깨달았다. 머리 위 선반에 올려둔 가방이 사라졌다는 걸.

하필 그 가방엔 헤밍웨이가 등단을 준비하며 4년 동안 써온 단편소설 원고가 모조리 들어있었다. 당시 잃어버린 원고는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의 초기 원고가 도난당한 이 사건은 훗날 수많은 추리소설의 소재로 활용된다.

다시 1922년으로 돌아가보자. 컴퓨터가 없던 시절, 수년 동안 손수 써내려간 소설 원고를 모두 분실한다는 게 작가 지망생에게 어떤 의미일지 우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내를 탓할 일은 아니었지만, 헤밍웨이는 병이 날 정도로 낙심했다.

하지만 헤밍웨이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23년 단편집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를 내놓은 헤밍웨이는 1926년 첫번째 장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 세상엔 뜻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몹쓸 역병이 2년째 일상을 짓누른 2021년은 특히 많은 이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식당과 주점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 또는 공연 업계는 피가 마를 판이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이제 자녀의 백신접종이란 커다란 고민거리까지 안게 됐다. 사실상 청소년까지 백신접종 의무대상이 되면서다. 시키는대로 마스크 쓰고 백신까지 맞아도 끊임없이 파고드는 바이러스가 야속할 뿐이다.

이 와중에도 집값은 뛰고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많은 이들이 '벼락거지'가 됐다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50대 직장인들은 불현듯 다가온 '40대 임원' 시대가 당황스럽다. '연공서열 타파' '능력주의 인사' 등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후배에게 밀리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진다.

#3.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무엇입니까?"

아사히TV가 지난해말 일본 국민 15만명에게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 1위는 '원피스', 2위는 '귀멸의 칼날', 3위는 '슬램덩크'였다. 참고로 원피스는 아직 연재 중이고, 귀멸의 칼날은 지난해 연재가 끝났다. 반면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최신작이 아닌 이른바 '아재 만화' 중엔 슬램덩크가 1등이란 얘기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1990년대 슬램덩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이 때문에 그 시절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농구 열풍이 분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나온 지 20년도 더 된 만화가 아직도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느 만화들과는 다른 결말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주인공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 농구팀은 극중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 전국대회 두번째 경기에서 전년도 우승팀인 최강 산왕고를 상대로 1점차의 힘겨운 승리를 거두지만, 체력 방전 탓에 다음 경기에선 속절없이 패한다. 이후 부상 재활과 함께 다음해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만화는 끝난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아쉽지만, 현실적이어서 와닿는 엔딩이다.

올해 원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기회가 남아있는 한 우린 실패한 게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 원망스럽다면 기억하자. 우리 혼자만이 아니라는 걸.

만화 '슬램덩크'의 결말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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