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2018년?"…'재탕 강의' 여전한데 등록금 반환 없는 대학가

지난 8일 오후 6시쯤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 정문. /사진=홍효진 기자

# 서울의 한 사립대 공대 21학번 윤모씨는 지난 학기 비대면 강의를 듣던 도중 귀를 의심했다. 화면 속 교수님이 "내년은 2018년"이라고 말하면서 수업을 이어가서다. 오래된 강의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강의 재탕'을 의심했다. 윤씨는 "비대면 수업의 질은 교수님마다 차이가 심하다"며 "중간고사 이후부터 옛날 브라운관에서나 나올 법한 화질로 강의를 올리는 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대학생활 2년째…수업 질 '뚝' 등록금 반환 얘기도 '뚝'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수업은 대학 생활의 '기본값'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허술하고 불성실한 강의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 대학에 재학중인 21학번 김모씨는 "학기 초반엔 비대면 수업에 적응하기 힘들어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수업에 익숙해지고 나서도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능동적인 참여가 어려운 데다 기술적 문제도 있어 강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면 강의에 비해 교수가 불성실한 자세로 수업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지난해 4월에는 고려대 한 교수가 2004년 녹화한 교양강의 수업을 현재 진행 중인 전공수업에 그대로 사용해 반발을 샀다. 지난 10월에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한 교수가 목욕을 하면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등록금 반환'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지난해 6월 건국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등록금 일부 반환을 결정, 1학기 등록금의 8.3%를 감면·반환 형태로 돌려줬지만 규모가 턱없이 적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씨는 "지난해 한 번 등록금 반환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논의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19학번 박모씨(22)도 "이제는 다들 '어차피 등록금을 반환해줄 리가 없다'며 자포자기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멋대로 행동 말라"… 반환 소송 취하 강요하는 대학들

사립대 학생 2721명의 등록금 환불 소송 2차 재판변론기일이 열린 지난 9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해 7월부터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들은 긴 싸움에 지쳐가는 분위기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으로부터 소송 취하를 강요받고 이탈하기도 했다.

전대넷에 따르면 처음 소송을 시작했던 지난해 7월 초 참여 인원은 총 3362명이었으나 1년5개월이 지난 현재는 3124명으로줄었다.

전대넷이 공개한 '코로나19 등록금 반환소송 관련 부당사례'에서 학생 A씨는 "단과대학 학장이 따로 호출해 소송을 신청·주도했는지 물었고 '왜 쓸데없이 그런 걸 하냐' '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호통치며 삿대질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녹음을 하겠다고선 소송 취하를 권유하며 협박했다"고 제보했다.

대학 측에서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반환하는 사례도 소수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대학 코로나19 등록금반환 특별장학금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올해 1인당 특별장학금 지급액이 가장 많은 대학은 경기대로 22만8348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추계예술대 18만1597원 △목원대 14만5314원 △홍익대 11만202원 등 순이었다. 교육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63개 대학 가운데 지급액이 10만원 이상인 대학은 4곳뿐이다.

대학 측은 "수업 개선 노력 중, 보이지 않는 노력 하고 있다"대학 측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방역 상황을 신경쓰고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또한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제작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수업의 질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학교에 나가지도 않는데 동일한 등록금을 낸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하지만 학교 입장에선 교육권 보장을 위해 최대한 대면 수업을 확대하려 했고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체감하지는 못하겠지만 대학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서 교육이나 연구 외에 고려하지 않았던 비용들을 사용하게 됐다"며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감염병 상황에서는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 재정적인 노력이 상당히 수반된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책정이나 반환 결정권의 기본 주체는 대학"이라면서도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원격교육지원센터 구축·운영이나 대학 내 원격 수업 콘텐츠 제작 인력을 보급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