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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하늘에서 잘 지내지?"…결혼 앞둔 딸의 편지[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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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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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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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명이 연말에 전해온, 사랑하는 이에게 하고픈 이야기…대학 합격 소식 전해주고픈 할머니께, 무지개다리 건너간 반려견에게, 그리고 '누구 엄마'로만 남은 나 자신에게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서울 병원에서 치료 받고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아빠가 바깥을 바라보던 모습. 5분 진료를 위해 몇 시간을 달려가며 아빠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지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단다./사진=독자님 제공
서울 병원에서 치료 받고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아빠가 바깥을 바라보던 모습. 5분 진료를 위해 몇 시간을 달려가며 아빠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지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단다./사진=독자님 제공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잘 지내지? 아빠가 더 많이 보고 싶고 그리운 요즘이야. 아빠가 없는 올해도 난 씩씩하게 잘 지냈어.

결혼 준비를 하며 매 순간 아빠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져. 결혼식 때 아빠 손 잡고 입장할 거라 생각했는데. 당연했던 모든 게 이제는 내 소원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네.

내 손으로 연명 치료 중단 동의서를 쓰면서, 얼마나 스스로 원망하고 많이 울었는지 몰라. 아빠를 포기해버린단 생각에. 지금도 그날을 후회해. 더 우겨서 계속 치료했더라면 아빠가 우리 곁에 더 있을 수 있었을까. 조금만 견뎌주지 생각하면서도, 두려움 많은 우리 아빠인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팠을까. 그리 생각하면 우리 곁을 조금 빨리 떠난 게 어쩌면 다행이다 싶기도 해.

이 사진 기억나? 서울 병원에서 치료받고 부산으로 오던 비행기에서, 멍하니 밤하늘 보던 아빠 모습. 아빠가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찍었던 사진이야. 이걸 보며 난 또 날 원망해. 사실 서울까지 가는 게 귀찮고 피곤해서 자주 함께 가주지 못했으니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아빠는 매번 서울까지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무슨 마음이었을까. 더 안 좋아졌다고 할까 봐 아빠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다녀오는 길은 또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까. 함께 해주지 못한 시간이 너무 미안해. 지금 생각해보면 1분 1초도 너무 소중했던 시간인데 너무 당연해서 몰랐었나 봐.

그래도 아빠랑 서울에 병원 다니면서 로또 명당이라고 줄 서서 로또 샀던 것도, 서울 맛집 검색해서 아빠랑 초행길 찾아다니면서 맛집 갔던 것도, 소중하게 기억할게. 결혼식 때도 아빠가 내 손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씩씩하게 입장할게, 걱정마!

아빠가 내 아빠라서 너무 좋아. 나의 아빠여서 너무 고맙고 많이 사랑해. 우리 다음에 또 꼭 만나자!



소방관 남편이, 소방관 아내에게


올해 6월에 결혼한 소방관 신혼부부의 웨딩 사진. 축하드립니다./사진=독자님 제공
올해 6월에 결혼한 소방관 신혼부부의 웨딩 사진. 축하드립니다./사진=독자님 제공
우리 올해 참 힘들었다, 그치.

6월 결혼이라 한해 행복하기만을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잖아. 올해 초엔 장인어른께서 소천하시고. 우리 결혼사진 찍던 날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셨지. 결혼식 날, 장모님 옆 장인어른의 빈자리를 보며 슬프게 울던 당신 얼굴이 아직도 생각나.

불운이 끝났으면 하고 바랐는데,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찾아오는 것인지. 결혼식 2주 전 청첩장을 돌릴 때, 복통이 심하단 당신 얘기에 내과에 급하게 갔었어. 혈액 검사를 하니 췌장 수치가 높다고 해서 큰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췌장 종양이라고 했었어. 제거할 방법은 외과 수술뿐이라고. 신혼여행도 취소하고 급히 일정을 잡았었지.

결혼이 코 앞인데 슬퍼하며 울던 자기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행복해야 할 새 신부가, 눈물로만 하루하루 지냈으니까. 결혼 축하한단 연락에 고맙다고 답장도 못 하겠더라. 그때의 우린 하나도 기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수술도 잘 끝나고, 재활하며 출근도 해서 다행이야.

우리 한해 너무 춥고 힘들게 보낸 것 같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올해 너무 고생했고, 앞으로는 행복하기만 하자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결혼 6년차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 김동석님, 아내 김마리아님, 그리고 귀염둥이 반려견 벨라. 가족의 행복한 한때./사진=독자님 제공
남편 김동석님, 아내 김마리아님, 그리고 귀염둥이 반려견 벨라. 가족의 행복한 한때./사진=독자님 제공
여보, 함께한 지 8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말 눈곱만큼도 변하지 않고,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당신을 생각하며 이렇게 글을 써(시작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네. 잠시 눈물 좀 닦고 다시 쓸게).

우리는 참 잘 맞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지? 그래도 이렇게 친구, 연인, 부부로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건, 서로를 존중하고 틀 안에 가두려 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

내가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 기억나? 당신이 매주 금요일마다 퇴근하고 서울에서 데리러 오고, 또 일요일에는 다시 서울에서 강원도로 데려다주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였다면 그렇게는 못 했을 거야. 왔다 갔다 하는 게 피곤하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늘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내가 항상 눈물이 너무 많아서 쓸데없는 일로 눈물 보여도 위로해주고 안아줘서 고마워. 바쁘다는 핑계로 밥 잘 못 챙겨주는데 미안해해도 괜찮다고, 늘 내가 안 힘든 게 우선이고 내가 편해야 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우리 벨라(11살 반려견) 예뻐해 주고 나만큼 사랑해줘서 고마워. 늘 다정한 목소리로 대해줘서 고마워. 아이들을 좋아해서 3명 낳고 싶다고 했었는데, 건강이 좋지 않은 내가 우선이라고 아이 없이도 우리 둘이 행복하게 잘 살자고 말해줘서 고마워.

이 외에도 고마운 거 천지인데, 100가지도 더 쓸 수 있는데 그럼 이 글이 안 끝나니까….

그냥 김동석, 여보가 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고마움이자 행복이야. 우리 동갑이라 원래는 100살까지 같이 살자고 했는데 수명이 길어졌으니까, 120살까지 건강 잘 유지하면서 지금처럼만 사이좋게 서로 사랑하며 잘 지내자, 사랑해!

세상에서 여보를 제일 사랑하는 마리아가.



아픈 엄마에게 딸이 보내는 편지


25년째 살고 있는,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를 치우고 있는 글쓴이의 아버지. 내년에 엄마가 돌아오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집 청소를 하고, 대형 폐기물 신고 작업을 하고 있었단다./사진=독자님 제공.
25년째 살고 있는,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를 치우고 있는 글쓴이의 아버지. 내년에 엄마가 돌아오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집 청소를 하고, 대형 폐기물 신고 작업을 하고 있었단다./사진=독자님 제공.
엄마,

학생 시간표 같은 일정으로 오늘의 재활 일과도 시작되었네.
2021년의 딱 절반을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와 보냈네.
나는 아직 꿈 같기도 해.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간 유월, 펼쳐질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며칠을 지나,
이제는 주치의 선생님과 담당 치료사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는 정도까지 활동이 가능해졌네.

어제 저녁 통화에도 "태어나면 고생"이라는 내 말에,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행복한 거지"라고 말해 주어서 고마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과제를 짊어지고, 꾸준히 회복하는 엄마가 경이롭고 고마워.

6개월 동안 엄마가 엄마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 주어서 참 고마워.

2021년 12월 15일, 딸이.



경찰관이 된 딸이, 엄마에게


부모님 품에 쏙 들어오던 손바닥만하던 아이는, 커서 어엿한 경찰이 됐다./사진=독자님 제공.
부모님 품에 쏙 들어오던 손바닥만하던 아이는, 커서 어엿한 경찰이 됐다./사진=독자님 제공.
윤희 씨 안녕? 둘째 딸 유리예요. 벌써 올해도 다 끝나가네요. 엄마의 2021년은 어땠어? 나는 항상 내 한 해가 어땠는지 돌아보고, 아쉬웠던 점을 후회하고, 즐거웠던 기억을 곱씹어봐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어. 엄마가 언제 기뻐했는지, 언제 슬퍼했는지를 떠올려보면, 다 엄마의 인생이 아니라 언니와 나의 인생 때문인 것 같다고. 엄마의 모든 게 우리를 위한다는 사실을 잘 알아요. 그래서 괜히 더 툴툴대고, 미울 때도 있고, 버겁게 느낄 때도 있었고요. 엄마가 우리를 위해 사니까, 나만이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구나 하는 책임감 때문에요.

엄마! 엄마 품에 쏘옥 안기던 손바닥만 한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세상을 지켜보겠다고 경찰이 된대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세상에 단 한 톨의 억울함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가끔은 그게 너무 두려워 잠에 쉽게 들 수가 없어요.

그럴 때마다 생각해요. 내가 처음 경찰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나의 가족, 친구, 이웃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그 다짐을요. 그리고 나를 위해 사는 엄마에게 절대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겠다고요.

엄마, 나를 세상에 내보내준 엄마, 그리고 무럭무럭 자라도록 사랑해준 엄마 정말 많이 사랑해요. 나 최선을 다해서 해낼 거예요. 내가 세상을 꼭 더 환하게 만들어볼게요.

그러니 이제 엄마도 내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엄마의 꿈과 삶을 되찾아주세요. 엄마 행복의 주체가 꼭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꼭 그렇게 함께 노력해요.

잊지마 엄마, 엄마는 내 인생의 보물이에요. 내가 엄마의 보물인 것처럼요.

2021년 12월 16일, 중앙경찰학교에서 유리가.



특수학교 교사로 33년 일하고, 은퇴를 앞둔 엄마에게


33년 동안 특수교사로 일하다 은퇴를 앞둔 엄마에게, 딸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긴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이제 행복하게 꽃길만 걷자고./사진=독자님 제공.
33년 동안 특수교사로 일하다 은퇴를 앞둔 엄마에게, 딸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긴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이제 행복하게 꽃길만 걷자고./사진=독자님 제공.
손가락으로 바위를 문질러서 글자를 새기는 마음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우리 엄마. 특수학교 교사로 33년째 일했는데 한 달 후면 은퇴네.

가족과 이웃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삶을 살아온 엄마.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았기에 그 사랑을 무한하게 여기며 손 뻗으면 닿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때도 있었지만, 엄마의 은퇴로 인해 비로소 긴 세월과 노고를 헤아려요.

천사 같은 엄마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언제나 무한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으로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33년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은퇴 후 인생 2막, 건강하고 행복하게 꽃길만 걸으시며 오래오래 곁에 함께해주세요♥

엄마를 사랑하는, 딸 담이가.



딸아,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딸 수아님과 독자님(오른쪽)./사진=독자님 제공.
딸 수아님과 독자님(오른쪽)./사진=독자님 제공.
사랑하는 내 첫사랑 수아에게.

7년간 엄마 없이 살던 우리 수아, 그 세월 동안 가장 힘든 시간이었을 수아야 참 잘했어. 수고했다. 잘 참았고 잘 견뎌주었어.

엄마는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너무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 미래에도 네가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어떠한 모습이더라도, 수아를 최고로 사랑할 거고 최선을 다해서 도울 거야.

힘든 언덕을 잘 넘어왔기에, 이제는 좀 쉬어가도 괜찮을 듯해. 다음 주에는 엄마와 진짜 진짜 기억에 남을 여행을 떠나자.

수아야, 내 첫사랑 내 딸. 정말 고맙고 너무너무 미안하고 온 맘 다해 사랑해.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어


뛰뛰빵빵, 장난감 자동차에 올라 웃는 은찬이./사진=독자님 제공.
뛰뛰빵빵, 장난감 자동차에 올라 웃는 은찬이./사진=독자님 제공.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아기 은찬아.

은찬이는 엄마 아빠의 가장 큰 보물이야~ 했더니 "나는 보물이 아니고 은찬이야~" 하는 너 ㅎㅎ.

아직 그 말의 의미를 알기 어려운 4살 꼬마 아이지만, 늘 "엄마 아빠 사랑해요"하며 밝게 자라는 네 모습에 오늘도 힘이 난단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어.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걸.

이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의 아이로 태어나줘서 감사해. 건강하게만 자라줘 우리 아기. 사랑해 은찬아♥



손녀 대학 합격 이틀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께


"아빠, 하늘에서 잘 지내지?"…결혼 앞둔 딸의 편지[남기자의 체헐리즘]
할머니, 76년 동안 못난 손자 손녀 보듬어주시느라 고생 많았네, 그치?

할머니, 나 12월 16일에 원하는 대학교 최초로 합격했어요! 꼭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뭐가 그리 급하시다고 가셨나…. 그래도 할머니가 지금 같은 마음으로 축하해주시고 좋아해 주실 것 같아서 ㅎㅎ. 난 울 할머니 마음을 다 알지!

말썽쟁이 나, 오빠, 언니를 비롯해 가족들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네, 할머니. 나중에 다시 태어나시면 그땐 우리 여행 많이 가요! 어디든지! 사랑하는 할머니랑 함께했던 19년이 늘 행복했습니다.

할머니! 나 아직 19년밖에 안 살았지만, 앞으로 힘들 때마다 사람의 품이 그리울 때마다 꼭 찾아보러 갈게. 그때는 혼내지 말고 내 이야기 들어줘! 할아버지랑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요. 나랑 언니랑 오빠가 저녁마다 가고 잘 챙겨드릴게!

할머니 사랑해요.

손녀 수민이가.



사랑하는 '쿼카' 남자친구에게


두 분의 1000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별명이 다 잘 어울리십니다 :) /사진=독자님 제공.
두 분의 1000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별명이 다 잘 어울리십니다 :) /사진=독자님 제공.
우리, 크리스마스가 만난지 1000일이더라, 의도하진 않았지만 말이야.

그동안 참 네게 많은 별명을 붙여줬네. '고목나무', '알파카', '초코남', '쿼카', '방구쟁이', '산나물', '포포' 등등. 애칭 하나하나에 추억이 다 깃들어 있어.

연애 초반 내 별명이 '사차함수'였잖아. 기분 변화가 심하고 자주 도망 다니곤 했었는데. 그래, 그땐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게 무서웠었거든.

근데 그럴 때마다 넌 "여어~"하면서 능청스럽게, 멀리 도망가버린 날 데리러 와줬어. 그래서 널 만나고 내 마음이 참 안정적으로 바뀌었어. 나, 이제는 도망가지 않아.

널 만나는 날이 다가올 때면, 여전히 기대되고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사랑하는 쿼카야, 우리 앞으로도 산나물처럼 평화롭고 재밌게 지내자!



아쉽게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동생에게


이런 언니, 이런 동생이 있다면 참 든든하겠지요. 서로 닮아가며 의지하는 두 분./사진=독자님 제공.
이런 언니, 이런 동생이 있다면 참 든든하겠지요. 서로 닮아가며 의지하는 두 분./사진=독자님 제공.
네가 초등학생일 때 난 고등학생이었어. 그땐 엄마가 "동생 좀 챙겨"란 말이 참 귀찮았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의지가 되고 제일 믿는, 좋은 친구가 되었네.

미술을 전공한 넌, 예술에 문외한인 우리 가족 중엔 아주 별종인데 말이야. 재수까지 하며 고생했는데, 원하던 서울대학교에 1차 실기는 붙었지만, 수능 최저를 못 맞춰서 아쉽게 떨어졌네. 수능 성적이 발표나고 언니도 안타까워 참 많이 울었어.

예고 특성상 부유한 친구들이 참 많은데, 잘 견뎌준 네가 짠해서, '저 속 깊은 애한테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속이 쓰리고 아팠어.

언니가 조금 더 살아보니, 인생 살다 보면 대학이 다가 아니더라. 더 즐거운 일도, 더 힘든 일도 있더라. 그러니 너의 좋은 길잡이가,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해.

올해 재수학원 다니며 새벽 6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오느라 고생했던 네게, 너무 수고했고 너무 잘했고, 너무 고맙다고, 이 세상에서 제일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버려졌다 구조된 금강이에게



당근마켓의 동네 생활에서, 주민들이 모여 구조한 금강이. 사랑해줄 가족도 찾아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사진= 독자님 제공.
당근마켓의 동네 생활에서, 주민들이 모여 구조한 금강이. 사랑해줄 가족도 찾아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사진= 독자님 제공.
안녕, 사랑하는 금강아. 무슨 자신감이 생겨서 일면식도 없는 주민들이 모여 널 구조했을까. 지금도 알 수가 없어. 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함께하니 없던 힘도 생겼나 봐.

정말 미안하지만, 가족 찾는 게 힘들 때나 말썽을 부릴 때면 아주 잠깐 "아, 괜히 나서서 구조한다고 했나, 정말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솔직히 딱 2번이야.

하지만 우린 절대 널 만나고 구한 걸 후회하지 않아. 오히려 너를 만나 고맙고 기쁘고 행복해. 함께하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찾아줄 수 있다는 걸 배워가고 있거든.

네가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우린 함께할 테니까! 그냥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사랑한다.

늘 너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이.



16살 노견 바우에게, 누나가


활짝 웃고 있는 바우야, 누나 맘 알지?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기를./사진=독자님 제공.
활짝 웃고 있는 바우야, 누나 맘 알지?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기를./사진=독자님 제공.
바우야, 우리 바우 잘 때 머리맡에서 누나가 혼자 중얼중얼 얘기하는 것 말고 이렇게 글로 써보는 건 처음이구나.

매일 아침저녁으로 쓰디쓴 약을 먹이는 누나가 밉지? 그래도 누나는 바우랑 한순간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벌이는 적어졌지만 재택할 수 있는 일로 바꿨잖아. 바우 병원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벌면서, 너와 최대한 시간 보낼 수 있으면 만족해. 이리 사는 것도 참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바우가 이렇게 쌔근 쌔근 자는 모습 보면서 누나도 충전 많이 해서, 나중에 바우 떠나고 나면 누나도 다시 예전처럼 일 열심히 하면서 힘차게 살아볼게.

바우야, 우리 바우와 함께 한 17년 가까운 시간 동안, 누나가 적어도 우리 바우에게 만큼은 위대한 존재였을 거라고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바우도 누나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야

유일하게 딱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바우 눈 감을 때까지 고통 없는 것, 마치 자듯이 떠나는 것,
그게 누나 소원이야.

바우야, 사랑해!



6일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다롱이'에게


다롱이는 아픔 없는 곳에서 신나게 행복하게 뛰어놀다가, 보호자님이 하늘나라에 가면 가장 먼저 뛰어나와 반길 거라고./사진=독자님 제공.
다롱이는 아픔 없는 곳에서 신나게 행복하게 뛰어놀다가, 보호자님이 하늘나라에 가면 가장 먼저 뛰어나와 반길 거라고./사진=독자님 제공.
내 보물 1호 다롱아, 하늘나라는 어때? 거기서는 아프지 않고 잘 뛰어놀고 있어? 네가 떠난 지 6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매일 눈물이 나.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해. 13살 때 엄마랑 차를 타고 널 데리고 오는데, 내 두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너무 작아서 혹여나 다치진 않을까, 멀미하는 건 아닐까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

누난 네가 처음 기르는 강아지였고, 내가 어렸을 땐 널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지식이 없었어. 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고 있었는지 몰랐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아픈 기억은, 네가 우리가 올 때까지 현관문을 발톱으로 계속 긁어서 발톱에서 피가 났다는 거야. 그때 혼자 집에 있는 게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으면 그랬을까 싶어.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너무 무지했던 것 같아. 정말 너무 미안해.

대학 입시, 취업, 결혼, 내 수많은 시간을 함께해줬는데, 그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네 빈 자리가 너무 크다. 그러니까 꼭 다시 누나랑 다시 만나자. 우선 꿈에라도 한 번만 나타나 줄래? 네가 좋아했던 산책 원없이 하자! 누나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갈게!

다롱아. 이제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이라 더 부르고 싶은 우리 다롱아.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할게. 네가 준 사랑, 기쁨, 전부다. 그러니까 누나 하늘나라 가면 꼭 마중 나와! 사랑해?

2021년 12월 16일 네가 떠난 지 6일째 되는 날,
다롱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지연 누나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콩지가, 언니에게


콩지(오른쪽)와 파찌(왼쪽)의 모습. 아래 글은 여자친구의 반려견 콩지가 떠난 것을 슬퍼하며, 남자친구가 콩지의 입장에서 썼습니다. 뭉클하지요./사진=독자님 제공.
콩지(오른쪽)와 파찌(왼쪽)의 모습. 아래 글은 여자친구의 반려견 콩지가 떠난 것을 슬퍼하며, 남자친구가 콩지의 입장에서 썼습니다. 뭉클하지요./사진=독자님 제공.
나은 언니 안녕? 나야, 언니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자란 콩지!

나랑 파찌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태어나고 얼마 안 됐을 때, 언니가 우릴 데려가 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덕분에 치료도 잘 받을 수 있었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어.

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평생 전신 마비로 살아야 한다고 했잖아. 불행 중 다행으로 하반신 마비 정도로 그쳤지만. 그때 언니가 하늘 무너지듯 슬퍼해 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

난 그 이후로 휠체어와 한 몸이 되어 살게 됐지. 휠체어와 함께한 날이 살면서 더 많지만, 한 번도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 언니의 사랑 덕분이야.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파찌와 언니와 오래오래 함께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아쉽게도 언니의 곁을 잠시 떠나게 되었어. 내가 떠난 이후로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고, 특히 파찌가 나 없이는 산책도 안 하고 밥도 안 먹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미안해. 그래도 언젠가 만나게 될 테니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준 나은 언니, 너무 고마워.



'가장 친한 친구' 현지에게


베프는 서로 닮는다나요, 두 분 오래오래 우정 간직하시기를 바라며./사진=독자님 제공.
베프는 서로 닮는다나요, 두 분 오래오래 우정 간직하시기를 바라며./사진=독자님 제공.
현지야, 안녕.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니?"라고 질문에, 바로 네 이름을 말할 수 있어 좋아. 10년째 우리 둘 다 그랬다, 그치.

올해 유독 네게 힘든 일들이 많았었잖아.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얼마 전 네가 취업했단 소식을 들었지. 네게 말은 안 했었지만, 합격했단 네 카톡에 회사에서 나 혼자 뭉클해서 눈물도 찔끔 났어. 12월은 네 생일이기도 해서 더욱 뜻깊었던 것 같아.

참 힘든 한 해였는데,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아 힘들었던 만큼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어. 소중한 우정 평생 지켜나가자.



잎새 반 4학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잎새반 학생들은 참 좋겠어요, 이렇게 애정 많은 선생님이 계셔서./사진=독자님 제공.
잎새반 학생들은 참 좋겠어요, 이렇게 애정 많은 선생님이 계셔서./사진=독자님 제공.
사랑둥이 잎새반!

2018년 1학년으로 입학해서 귀염 듬뿍 받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지나 4학년 선생님 반 학생들로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뻤어.

3월부터 여러 가지 활동, 체험을 함께 하면서 우리 추억도 정말 많이 쌓인 것 같아!

1년 동안 경제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선생님도 처음이라 많이 어설펐지만,
재미있게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웠어 ㅎㅎ.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던 학교살이, 먼 경주로 떠났던 2박 3일 여행학교도 평생 못 잊을거야♥

이제 5학년이 되어 또 한 발자국 내딛는 너희들을 선생님이 항상 응원할게.
우리 귀염둥이 잎새들 파이팅!



누군가의 아내·엄마로, 삶이 사라진 나 자신에게


BTS의 Answer : Love Myself의 가사.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가사여서, 독자님에게 힘이 됐단다./사진=독자님 제공.
BTS의 Answer : Love Myself의 가사.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가사여서, 독자님에게 힘이 됐단다./사진=독자님 제공.
결혼하고 누군가의 아내로, 두 아이 엄마로 불리며 내 삶은 사라진 것 같아.
그동안 너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살았구나.

너를 스스로 돌볼 줄 아는 게 이기적인 게 아니란다.
잊지 말고 너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렴.

새해에는 네 삶을 찾아가고, 너를 사랑하고 다독여줘.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줘.
부탁할게.

사랑하는 나에게, 사랑하고 싶은 내가.
위로의 말이 필요했다던 누군가도 있었다. 40대엔 스스로를 더 사랑하며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20대 마지막에 여행한 사진처럼, 더 나아져서 더 많은 곳에 가고 싶다고. 꼭 그리 될 거라고./사진=독자님 제공.
위로의 말이 필요했다던 누군가도 있었다. 40대엔 스스로를 더 사랑하며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20대 마지막에 여행한 사진처럼, 더 나아져서 더 많은 곳에 가고 싶다고. 꼭 그리 될 거라고./사진=독자님 제공.
에필로그(epilogue).

분류할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말이 아녔다.
그는 그저 위로의 편지를 받고 싶다고 했다.

10대와 20대엔 가정폭력을 겪었단다.
그래도 남들처럼 살려고 노력했는데,
30대 중반에 공황장애가 왔다고 했다.
어디를 가는 것도, 무얼 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다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 사랑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또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계속 그러진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서.

모든 이야기를 다 넣어둔 뒤에도 잊지 않고 있다가,
아랫목에 넣어둔 귤처럼 마음으로 잘 익혀두었다가,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중요한 마지막에 두었다.

다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기를,
이 겨울이 많이 따뜻하진 못하더라도,
너무 춥진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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