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가장 쌌던 테슬라…내년 보조금 다 못받는데, 또 인하?

테슬라 코리아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모델 Y'를 국내 최초공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올해 초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춰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렸던 테슬라가 내년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고 원자재·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 보조금 100% 수령 상한선인 6000만원이 5500만원으로 내년부터 인하될 예정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옵션을 뺀 기본 차량 출고가 기준으로 보조금 규모를 산정한다.


급속도로 바뀌는 기준에 완성차 업체들과 소비자들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전기차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올해 계약했지만 내년에 차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조금 주무부처 환경부가 내놓은 가격별 보조금 차등화 정책은 올해 전기차 값을 내리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 뿐 아니라 수입 브랜드 전기차들도 엔트리급 모델은 6000만원 이하로 출고가를 설정했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트림은 올해 초 5999만원, 모델Y 스탠다드 트림 역시 같은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는 전 세계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인데도 올해 중반까지 유지됐다.

(과천=뉴스1) 유승관 기자 = 22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 3' 고객 인도 행사에서 고객들이 모델 3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세계에서 가장 쌌던 국내 테슬라 車…내년엔 '공격적 가격 인하' 힘들듯

테슬라 코리아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모델 Y'를 국내 최초공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러나 내년에는 테슬라가 올해 초처럼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차량 수요도 여전하고, 원자재 값 상승,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날 기준으로 정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테슬라 차량은 없다. 가장 저렴한 라인업인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는 6159만원, 롱레인지는 6979만원까지 가격이 수차례 인상됐기 때문이다. 모델Y 스탠다드는 단종됐고 롱레인지 트림은 6개월만에 1000만원이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수입 브랜드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벤츠 EQA는 5990만원으로 출시돼 한 때 한 달 기준 모델3 판매를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길게는 대기기간이 1년에 달해 내년에 차를 받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전기차는 출고되는 순간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EQA의 출고가 인하가 없다면 100% 보조금은 받을 수 없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아직 변경된 보조금 정책이 고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고가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신차 출시를 앞둔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출시하는 전기차 Q4 e-트론의 출고가를 6000만원 이하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다. 기존에는 출고가가 5900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선이 달라졌다고 이에 맞춰 출고가를 추가로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내부적으로 Q4 e-트론의 가격은 정해졌다.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가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내연기관차 수준의 품질이면서도 중저가 가격대인 전기차를 최대한 많이 보급하고자 보조금 기준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차등화 정책으로 전기차 가격 인하에 성공했다는 건 완성차 업체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국민이 전기차를 합리적 가격에 탈 수 있게 하는 게 환경부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