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 원인 찾았다…바이러스 뇌·심장·혈액까지 다 퍼져

미국 국립의료원이 사망한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을 부검한 결과 호흡기 외에 뇌·심장 등 다른 신체 조직으로 바이러스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호흡기 외에 뇌·심장 등 다른 장기로 퍼져 장기간 체내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된 환자에게서 기억력 저하·수면 장애 등 장기 후유증이 왜 나타나는 지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 몇 일 이내에 호흡기관을 넘어 뇌와 심장, 혈액 등 신체 거의 모든 기관으로 복제돼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IH 연구팀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발생 첫 해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환자 44명을 부검, 광범위한 샘플링 분석을 진행한 결과 6명의 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리보핵산(RNA)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심장·소장·부신 등 다른 조직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왔다.

병원체나 위험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막지 못했다.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을 보인 환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 증상은 가벼웠지만 발작 합병증으로 숨진 한 청소년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전신 감염이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대부분 코로나 환자들이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 질환을 겪는 것은 바이러스가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폐 조직 감염이 초기에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증상이 시작된 지 230일이 지났는데도 체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RNA가 확인된 사례도 나왔다. 홍역 바이러스의 지속 감염 사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 정보 일부에 결손이 생긴 '결손 바이러스 입자' 형태로 체내 감염이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24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116명이 발생,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4000명을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24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 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1.11.24/뉴스1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코로나19 환자들이 감염 후 장기적인 후유증을 앓는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이번 연구로 코로나 감염 이후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 '브레인 포그(뇌 안개·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 인지장애가 유발되는 이유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대해 연구를 지속해 온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병원의 임상역학센터장 지야드 알-알리는 "우리는 그동안 코로나19가 왜 체내 기관에서 오랜기간 증상을 보이는 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 왔다"며 "경증이나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들이 장기적인 후유증을 겪는 지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매우 중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도·폐 등 호흡기 외에 다른 세포로도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앞서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27명을 부검한 결과 감염경로로 알려진 호흡기관 외에 심장·신장·간·뇌·혈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편 NIH의 이번 연구 결과는 25일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재를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