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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만드는 법[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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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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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구광모 LG 회장. 2021.12.27.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구광모 LG 회장. 2021.12.27.
최근 30세 A씨는 청년디지털일자리 사업을 통해 구했던 직장에서 5개월째 되자 회사 대표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계약해지 이유는 해당부서가 필요없게 돼서 더 이상 인력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은 IT 활용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6개월간 인건비(월 최대 180만원 및 간접노무비 10만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6개월의 임금을 보전받은 이 회사의 대표는 K-콘텐츠를 이끄는 인물로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정부 보조금 종료와 함께 해당 부서를 없앰으로써 '다른 공짜 노동력'을 구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의 디지털일자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6개월간 공짜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쁜 일자리' 사업으로 변질됐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구현모 KT 대표 등 6대 그룹 총수를 불러 '청년희망ON' 프로젝트 동참에 감사하며 당부한 '좋은 일자리'라는 게 이런 것은 아닐게다.

청년디지털일자리에서 6개월만 채우고 나온 청년들은 스스로 실험용으로 사용되고 버림받는 '마루타'의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희망ON 프로젝트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청년의 희망스위치에 불을 밝히고(ON), 따뜻한(溫: 따뜻할 온)'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청년의 도전이 멈추지 않게 하겠다(on going)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영위가 가능하며 자아를 성취해 오래 다닐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년디지털일자리에서 보듯 말처럼 좋은 직장은 쉽지 않다.

쉽지 않으니 임기 후반까지 청년일자리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문 대통령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된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론이다. 아마도 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대화 속에서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더 많은 얘기가 오갔으리가 믿는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도 논의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만남 이후 공개된 내용이나 대기업 총수들을 모델로 내세운 유튜브 동영상만을 보면 좋은 일자리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 넘기고, 정부는 보조자 역할을 하겠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기자의 오독(誤讀)이길 빈다.

청와대가 유튜브에 올린 '청년희망온 참여기업 대표 영상메시지'를 보면 대기업 총수들은 청년들의 일자리 아픔에 공감하고, "청년들의 고민과 불안, '청년희망ON'을 통해 기업이 함께 짊어지겠다"는 기업의 다짐만 있다.

정부는 청년희망ON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6개 기업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총 17만 9000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엄밀히 말하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정부가 열어놓은 기회의 문에 들어가는 행위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의 힘이 막강할 때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공공부문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과 창조경제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인턴제, 잡쉐어링 등의 청년 취업 프로젝트들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을 압박만 했지 사업의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아마 청년희망ON 프로젝트도 다음 정부 출범 이후 실제 17만 9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다.

기업은 기회가 있는 곳에는 "하지말라"고 해도 투자를 한다. 좋은 투자 기회가 있는 곳에는 좋은 일자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처럼 규제가 포지티브(가능한 사업만 기술하고 나머지는 금지) 방식인 곳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허가 도장만 200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일의 시작 자체가 힘들다. 결국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창조적인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네거티브 규제(금지사업만 기술하고 나머지는 허용)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기회가 열려 있다. 그만큼 빨리 기회를 잡고, 이익도 선취한다.

기회는 속도인데 그 속도면에서 포지티브 규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 법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기본법을 만든 우리나라가 내년에 4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섰는데, 국회에서 모 의원에게 발목이 잡혀 투자가 무산 위기에 있다. 포지티브 규제의 한계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샌드박스처럼 우선 사업의 기회를 주고 그 다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개선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어주는 좋은 일자리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우리에겐 그냥 일상인 상수도 사업을 들어보자. 마실 물을 관로를 통해 전달하는 수도(水道)가 없는 아프리카의 한 국가와 수도가 있는 국가의 일자리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수도가 없는 지역에선 각 가정에 1명 혹은 2명이 물을 길러 나르기 위해 수km를 이동해 오염된 물을 가져간다.

반면 관로시설이 있다면 그 관로를 위해 땅을 파는 건설업이 필요할 것이고, 물의 통로가 되는 배관을 만드는 회사, 이 배관을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물류 회사가 필요하다. 또 물을 소독하는 약품 회사, 수도꼭지를 만드는 회사, 수도 계량기를 만드는 회사, 수도요금을 징수하는 사람, 수로를 관리하는 사람 등등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공동우물을 사용하고, 북청물장수가 기르나르던 물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자리 창출이다. 깨끗한 물로 인한 건강 개선은 덤이다.

기업은 선한 사마리아인일 수 없다. 이익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도 없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서 정부가 할 최선의 일은 자유롭게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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