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떨어졌는지 납득 안돼"…재개발 후보지 선정 '희비 교차'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노원구 상계5동 일대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제공=상계5동 민간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102곳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던 서울시 민간재개발 후보지가 결정됐다. 6년만에 서울시내에 재개발 구역이 새로 지정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탈락한 곳 중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중구 광진구 강남구는 제외…"떨어진 이유를 알려 달라"서울시는 당초 25개 자치구별로 1곳씩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 후보지는 21개 자치구에 21개 지역이다. 서초구는 애초에 신청하지 않았고 심사과정에서 중구, 광진구, 강남구는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3개구는) 지구단위계획 등 관련계획과의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거나 공모반대 등 주민 갈등 문제가 있어 사업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게 서울시 설명이다.


하지만 후보지 선정에서 빠진 지역 주민들을 불만을 터트렸다. 박노경 광진구 자양2구역 추진위원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강남구와 광진구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집값이 치솟을 지역에 해당한다"면서 "서울시가 정량 평가 뿐 아니라 다양한 점을 반영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방창덕 강남구 대청마을 D구역 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언론 보도를 통해 설명한 내용을 봤는데 그 이유가 우리 지역에 해당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떨어진 정확한 원인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선정위에서 각 구청별로 재개발 계획을 발표한 걸로 알고 있다. 강남구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했길래 모두 떨어졌는지 그 점도 강남구청과 서울시에 문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대청마을 B, C, D구역이 59곳 후보에 올랐지만 한 군데도 선정되지 않았다.

다만 재도전 의지를 보인 곳들도 있다. 방 위원장은 "강남구청와 서울시에 떨어진 이유를 물어보고 보완해서 다시 추진할 생각"이라면서 "2차 신통기획에 신청하거나 공공재개발 참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한 종로구 창신3동도 재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대선 창신숭인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뉴타운 해제와 도시재생사업지 선정 등으로 주민들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탈락 돼 아쉬움이 크다"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기쁘다, 서울시 신속통합이기 때문에 가능" 이번에 첫 신속통합기획 적용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은 기쁨과 함께 사업 속도에 기대감을 보였다.


최광진 서대문구 홍은동(8-400일대)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8년~9년 전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구역 지정이 취소되는 아픔이 있었다"면서 "이제 600명 조합원들의 바람이 이뤄지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향후 재개발 추진을 속도감있게 진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비쳤다.

재개발 구역 해제 후 다시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은평구 불광동(600일대, 불광8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동의를 못 받아 조합 설립이 무산되면서 재개발 지정도 해제됐었다"면서 "이번에 신청할 때 70%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향후 조합 설립이 이뤄지면 재개발 추진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에 선정된 21곳 중 가장 면적이 넓고 토지소유주만 1972명에 달하는 상계5동의 김남윤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노후도가 67%가 넘고 상계동에서 재개발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남은 부지"라면서도 "워낙 면적이 넓고 어른들이 재개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이라는 점을 주택 소유자들이 알게 되면서 그나마 동의서를 받기가 수월했다"면서 "이번에 선정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 핵심 지역에 신규 공급…"부작용 보다 순기능 커"전문가들은 우려 보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재개발 과정에서 갈등과 집값 급등 등 부작용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서울 도심내에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라는 순기능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재개발이 순기능만 있을 순 없지만 서울 핵심지에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본다"면서 "수도권에 신규 공급도 좋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울 도심 내 아파트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우 팀장은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소유주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 등을 서울시가 행정적으로 어떻게 잘 유도해 끌어갈 수 있는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모를 통해 후보지를 선정했기 때문에 다른 개발지 보다 주민 반대도 덜하고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갈등은 줄어들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서울은 수급 불안감이 큰데 이번 재개발 신규 지정으로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면서 "투기 수요에 따른 집값 급등은 권리산정기준일 지정,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건축허가제한이라는 삼중장치를 했기 때문에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개발은 안전진단과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없어서 재건축보다 빠른 진행이 가능한데 주민들이 강력하게 원하고 서울시도 적극 돕고 있어서 서울 도심 내 중장기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통한 최소한의 투자방지책도 마련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