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70%' 녹아버린 돈…'중국판 우버' 주가는 왜 폭망했나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주가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6개월 만에 약 70% 폭락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디디추싱 본사. /사진=AFP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주가가 미국 뉴욕 증시에서 또 폭락했다. 최근 자진 상장폐지 결정에 이어 이번엔 보호예수기간(락업)이 끝난 전·현직 직원들의 주식 거래를 전격 금지하면서 주가가 연신 곤두박질했다. 중국 당국의 암묵적 경고를 무시하고 겁 없이 뉴욕 상장을 강행한 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디디추싱(종목명 디디글로벌)은 전 거래일보다 5.36% 하락한 5.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2일부터 3거래일 연속 최저가도 갈아 치웠다.

이날은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180일째 되는 날로 공모주 투자자들의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주식 매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디디추싱은 전·현직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당분간 매각을 금지했다. 내년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할 때까지 거래를 제한한 것이다. 이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졌다.

지난 6월30일 뉴욕 증시에 첫 입성한 디디추싱의 누적 수익률은 -70%다. 디디추싱 주식 1000만원 어치를 샀다면 약 6개월 만에 투자금이 300만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상장 첫 날 16.65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디디추싱은 이날 장중 18.01달러까지 올랐다. 장 마감가는 14달러대로 무너졌지만 다음날 다시 급등하며 16달러대를 회복했었다.


하지만 큰 투자수익을 기대했던 장밋빛 희망은 뉴욕 상장 3일 만에 깨져 버렸다.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을 못 마땅하게 여긴 중국 당국이 강력한 규제를 경고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상장 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10달러 지지선이 무너졌고 주가는 시초가 대비 반토막 수준인 8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지난달까지 7~8달러대를 유지하던 디디추싱 주가는 이달 3일 뉴욕 증시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 발표 이후 6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날 하루에만 22% 폭락했다. 바닥인 줄 알았던 주가는 락업 물량 매도를 금지했다는 소식에 이날 또 한번 추락해 이젠 5달러 지지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러려고 뉴욕에 상장했나"…주가 폭락 손실 투자자 몫성장주로 손색이 없었던 디디추싱 주가가 형편없이 무너진 건 전적으로 중국 당국의 기업 규제 때문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7월1일) 하루 전날 신냉전이 격화하는 미국 시장에 상장한 디디추싱은 그야말로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중국 금융당국이 상장 수개월 전부터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도 괘씸죄가 됐다.

중국 당국은 막강한 파워로 디디추싱을 전방위 압박했다.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기업공개를 추진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는 혐의를 씌웠고, 중국 자국민들에게 디디추싱 모바일앱을 다운로드 받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에는 중국 국유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해 디디추싱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11월에는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 폐지할 것을 종용했다.

중국 당국 압박에 못 이겨 뉴욕 증시 자진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디디추싱은 내년 3월 홍콩 증시 상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디디추싱의 공유 차량./사진=AFP

블룸버그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이르면 내년 3월쯤 홍콩 거래소에 상장 신청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상장 폐지하더라도 홍콩 증시로 주식이 전환되는 만큼 거래를 계속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홍콩달러는 미국달러에 연동돼 있어 주식이 넘어가도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빅테크(IT) 기업 규제로 인한 주가 하락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됐다.

디디추싱 사태 이후 중국에서 상장하지 않고 미국 증시에만 상장한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홍콩에서 재상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봤다. 핀둬둬, 니오, KE홀딩스, 루팍스 등이 이 조건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분석가 매튜 칸터만은 "규제위협으로 시가총액 2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이 조만간 홍콩이나 본토로의 복귀를 모색해야 할 수 있다"며 "홍콩 증시 상장은 중국 당국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