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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kg이었던 몸무게, 2주간 매일 달렸더니…[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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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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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뛰면 되는줄 알았는데", 올해 마흔 앞둔 초보 러너의 달리기 체험기(記)…무작정 많이 뛸 게 아니라, '운동 패턴' 잘 설정해야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내가 인상을 쓴 게 아니다. 달리기가 인상을 쓰게한 것이다. 멋있게 뛰고 싶었는데 사진이 죄다 이런 것뿐이어서 속상하다. 오후 1시 30분에 뛴 건, 직장을 땡땡이 친 게 아니다. 연말 휴가를 쓴 날이었다. 무려 휴일에 뛴 것이다. 그런 것이다./사진=그만 뛰고 싶었던 남형도 기자.
내가 인상을 쓴 게 아니다. 달리기가 인상을 쓰게한 것이다. 멋있게 뛰고 싶었는데 사진이 죄다 이런 것뿐이어서 속상하다. 오후 1시 30분에 뛴 건, 직장을 땡땡이 친 게 아니다. 연말 휴가를 쓴 날이었다. 무려 휴일에 뛴 것이다. 그런 것이다./사진=그만 뛰고 싶었던 남형도 기자.
87.5kg이었던 몸무게, 2주간 매일 달렸더니…[남기자의 체헐리즘]
체중계 앞에 서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경건한 맘으로 하트 무늬 하늘색 잠옷을 모두 벗었다. 몸에 붙은 건 최대한 줄이려는 거였다. 그러니까 난 달리기를 시작한 지 2주가 됐고, 그동안 한 번도 체중을 재지 않았었다. 살이 과연 얼마나 빠졌을까. 2kg? 3kg? 혹시 5kg?

두 눈으로 봤을 땐 분명 효과가 있었다. 일단 아내가 먼저 "배가 홀쭉해졌어, 그만 빼"라고 말해줬다(아내는 두둑한 뱃살 취향). 장모님은 "남 서방, 턱선이 보이기 시작하네"라고 했다. 최근에 좋아하는 MBC 라디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에 출연했을 때, 옥달 DJ 두 분도 "지난해보다 살이 빠지셨다"고 했다. 그땐 제가 좀 심하긴 했지요.
이 체중계는 잘못된 게 틀림 없다. 2주를 뛰었는데 왼쪽 사진과 오른쪽 사진이 다른 게 별로 없지 않은가. 변한 건 발톱 길이 뿐이다./사진=체중계를 의심하고 있는 남형도 기자.
이 체중계는 잘못된 게 틀림 없다. 2주를 뛰었는데 왼쪽 사진과 오른쪽 사진이 다른 게 별로 없지 않은가. 변한 건 발톱 길이 뿐이다./사진=체중계를 의심하고 있는 남형도 기자.
체중계 위에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뒤에 있던 아내가 세상 행복하게 (비)웃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싶어 눈금을 내려다봤다. 87.3kg이었다. 2주 전 몸무게는 87.5kg이었으니, 고작 200g 빠진 거였다. 체중계 수평이 안 맞는 것 같아 거실로 가서 다시 재고, 화장실로 들어가 내 몸에 쌓인 것들을 비웠는데도, 몸무게는 비슷했다.
내가 원한 사진이 이런 거였다. 박명현 코치가 달리는 모습./사진=박명현 코치님 인스타그램.
내가 원한 사진이 이런 거였다. 박명현 코치가 달리는 모습./사진=박명현 코치님 인스타그램.
12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분명 2주간 매일 뛰었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식사도 평소보다 줄였는데. 달리기를 시작하는 초보 러너(Runner)들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며, 되돌아보고 기록하려 한다. 데상트 코리아 메인 코치이자, 런콥러닝클래스를 운영 중인 박명현 코치(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냥 달리면 되는 것 아닐까?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식빵 5조각을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세계는 그리 냉혹한 것이다. 그러나 난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사진=남형도 기자의 비플렉스 코치 데이터 기록.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식빵 5조각을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세계는 그리 냉혹한 것이다. 그러나 난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사진=남형도 기자의 비플렉스 코치 데이터 기록.
처음엔 '달리기는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 운동화만 신고 나가서 아무 곳에서나 뛰면 되니까. 특별히 배울 게 없는 아주 간단한 운동이라 생각했다.

그리 무작정 뛰었는데 숨도 가쁘고, 오래 뛰기 힘들고, 뛴 다음 날 허리도 욱신거리고 아팠다. 찾아보니 '달리는 자세'가 중요하단다. 그런 건 전혀 몰랐다.

달리기 수업을 들을까 하다가, 그래도 혼자 달리는 게 좋아서 관뒀다. MBTI가 '인싸'라는 ENFP(엔프피)인데 뭔가 검사가 잘못된 듯싶다. 대신 '비플렉스 코치'라는 러닝 이어폰을 달릴 때마다 썼다. 앱을 켜고 달리면 실시간으로 코칭해주고, 러닝 데이터도 제공해 준다.

좌우 균형이 안 맞는다든지, 머리 각도가 높다든지, 케이던스(스텝과 스텝 사이 소요 시간)가 낮다든지 등의 고마운 잔소리를 꾸준히 듣느라 끌 뻔했는데, 그래도 꾹 참고 그에 따라 계속 수정해나가니 달릴 때 자세가 훨씬 수월하고 편해졌다.

박명현 코치의 조언 :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달리는 자세가 어떤지, 뛰는 속도가 어떤지 잘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처음에 혼자 달리면, 내가 잘 달리고 있는지 잘 모른다. 처음부터 막 빠르게 달리는데, 페이스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니까 안정적으로 못 달리고 호흡도 가쁘고 오래 뛰지도 못한다.

처음엔 달리기를 배우시는 게 가장 좋다. PT처럼 달리기도, 달리는 근육들을 잘 만들어야만 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몸풀기'와 '정리운동'은 귀찮아


첫번째 사진과 같은 사진이 아니다. 이런 표정을 그만 짓고 싶었다./사진=그래도 뛰고 있는 남형도 기자.
첫번째 사진과 같은 사진이 아니다. 이런 표정을 그만 짓고 싶었다./사진=그래도 뛰고 있는 남형도 기자.
뛰기 전 웜업(Warm-up)과 마무리 운동을 해야 하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진 잘 몰랐다.

달리기하기 전엔 무릎과 다리 스트레칭을 하고, 팔 벌려 높이 뛰기를 해서 열을 좀 내었다. 달리기가 끝난 다음에는 씻고 찬물을 마시고 드러눕기 바빴다. 그 기쁨을 위해 뛴 거여서,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게 귀찮아서 안 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온몸의 근육이 땅겨서, 달리던 2주 중 중반부터는 마무리 운동으로 허리와 다리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니 뛴 다음 날에도 몸이 한결 가벼웠다.

박명현 코치의 조언 :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엔 '동적 스트레칭(운동의 움직임을 하는 듯하며 근육을 풀어주는 것)'을 많이 시킨다. 관절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달리기가 끝난 뒤엔 '정적 스트레칭(근육을 늘린 상태에서 멈춰서 이완시켜주는 것)'을 한다. 근육 손상이 있는 상태에서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처음 지도할 땐 발목, 무릎, 골반, 허리 등을 유연하게 만드는 관절 운동을 많이 한다. 또 달리기에 필요한 맨몸 운동도 많이 만들었는데, 몸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맥박이 많이 올라가지 않고 부드럽게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동작들이다. 달릴 때 정말 좋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뛰다가, 힘들면 걷다가, 다시 뛰었는데


2.1킬로를 달리고, 2.3킬로를 걸은 것이다. 초보 러너의 기록은 그리 냉정했다./사진=이걸 올릴까 말까 고민했던 기자.
2.1킬로를 달리고, 2.3킬로를 걸은 것이다. 초보 러너의 기록은 그리 냉정했다./사진=이걸 올릴까 말까 고민했던 기자.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1km를 지속해서 뛰는 것도 어려웠다. 2주 가까이 됐을 땐 그나마 좀 나아졌지만.

욕심을 내어 빨리 뛰다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좀 더 버티다가, 결국엔 걸으며 숨을 헐떡거리며 골라야 했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가 1km당 5분 정도로 뛰었다가, 12분 정도로 확 늘어났다가, 오락가락했다. 그러다 숨이 조금 편해지면 다시 뛰다가, 힘들면 걷는 걸 반복했다.

뛰다가, 걷다가 반복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꾸역꾸역 30~60분을 걷고 뛰는 걸 반복한 뒤, 뭔가 잘못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박명현 코치의 조언 : 운동 안 하던 일반인들 평균 맥박이 70-80 정도였다가, 뛰면 160-170까지 올라가는데, 그러니 몸에서 그만 뛰라는 신호를 계속 보낼 수밖에 없다. 호흡이 안정된 상태에서 뛰어야 하는데, 몸도 급해지고 페이스도 오락가락하게 된다.

혼자 달리기를 할 때는, 내가 가장 '천천히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페이스'를 형성하는 게 좋다. 처음엔 감이 없으니, '빨리 걷기'와 비슷한 속도로 가볍게 뛰는 정도가 좋다.

꾸준히 뛰다 맥박과 페이스가 안정됐을 때, 속도를 좀 높이는 방식으로 한다. 최대한 부드럽게 뛸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영하 날씨에, 추워서 주차장에서 뛰긴 했지만


너무 추운 날엔 실내 헬스장에서 뛰었다. 뛰면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 그러나 난 찍어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사진=다리가 사진보다는 조금 더 긴 남기자.
너무 추운 날엔 실내 헬스장에서 뛰었다. 뛰면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 그러나 난 찍어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사진=다리가 사진보다는 조금 더 긴 남기자.
영하 10도 안팎으로 내려간 날씨엔 '오늘도 뛰는 게 괜찮나' 싶어 고민이 됐다.

안 뛰자니 운동을 못 하는 게 아쉽고, 뛰자니 괜히 건강만 해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추울 땐 야외가 아닌 헬스장에서 러닝 머신을 했는데, 어쩐지 시원스레 뛰는 기분이 안 나고 답답했다. 그래서 다른 날엔 인적이 드문 시간에 동네 지하주차장에서 뛰다가, 땀이 좀 났을 때 바깥으로 나와 달렸다.

추위가 심할 때 러닝 복장도 고민이었다. 두껍게 입자니 몸이 둔해서 땀이 나면 괴롭고, 얇게 입자니 열나기 전까진 너무 추워서 피부가 빨개지기도 해서였다.

박명현 코치의 조언 : 러너들이 상의는 따뜻하게 입는데, 하의는 얇게 입는 경우가 많다. 상의와 하의 모두, 얇게 여러 겹 껴입는 게 좋다.

예컨대, 처음엔 패딩을 입고 달리다가 열이 나면 패딩 벗고, 그다음에 바람막이를 벗고, 이렇게 하는 거다. 체온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운동 강도가 쭉쭉 올라갈 때 탈의하는 게 좋다. 땀난 상태에서 달리다 바로 식으면 감기 걸릴 수 있어서, 최소한 여러 겹 껴입고 벗는 게 좋다.

영하 15-20도 등 엄청 추운 날은 달리기를 피하는 편이긴 하다. 몸이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근육이 수축되다 보니 과도하게 움직이면 부상당할 수 있어서다. 그 외에는 운동해도 괜찮다. 계절이 바뀔 땐 몸도 적응기가 필요하니, 일주일 정도는 안전하게 운동해야 한다.



매일 뛰다가, 입술 옆에 '수포'가


입술 오른쪽에 이렇게 수포가 났다. 너무 달렸나./사진=입을 크게 못 벌리는 남형도 기자
입술 오른쪽에 이렇게 수포가 났다. 너무 달렸나./사진=입을 크게 못 벌리는 남형도 기자
달리기를 시작할 때 목표로 했던 게, '매일 30분씩 뛰기'였다. 30분 이상 뛰는 게 운동이 된다는 걸 봐서였다. 그래야 땀도 충분히 흐르고 제대로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초반 4~5일 정도는 견딜만했는데 몸이 피로하고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피로할 땐 페이스가 전날보다 더 나빠지기도 했다. '뛰기 싫다', '달리기 힘들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렇지만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뛰었다.

그러다 8일째 되던 날, 결국 입술 옆에 수포가 났다. 보통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생기곤 했었다. 그걸 본 아내는 연고를 발라주며 "뛰느라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고 걱정했다. 건강해지고 싶어 시작한 운동인데, 이게 맞는 것일지 고민이 됐다.

박명현 코치의 조언 : 일반인이 운동 처음 했을 때, 회복시간이 15시간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월요일 저녁에 뛰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또 뛰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 패턴'을 중요하게 말씀드린다. 통상 많이 하는 실수가 어제 저녁에 달리고, 오늘 아침에 뛰고, 근육통이 너무 심해 한 3일 쉬는 거다. 그럼 패턴 자체가 너무 깨진다.

내가 어느 정도 몸 상태이고, 어떻게 운동했을 때 효율적인지, 식습관과 업무 환경 이런 걸 고려해서 운동 패턴을 맞춰야 한다. 체중을 뺀다고 하면, 일 끝나고 저녁 7시 30분에 운동한다고 하면 오후 4시쯤 음식을 보충하라고 한다. 운동 후엔 배고프지 않은 이상 안 먹고 자거나, 단백질 보충만 하는 거다.

월, 수, 금 저녁에 달린다든지 패턴을 설정해서, 한 달 이상 꾸준히 이어졌을 때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달리기는 엄청 원초적인 운동이라 설정한 만큼, 달린 만큼, 몸이 올라오는 게 완전히 달라진다.

무조건 30분씩 뛴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르게 걷고 달리느냐가 전제가 돼야 한다. 그게 가능해졌을 때 어느 정도 러닝 강도를 올리면서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언제쯤, 달리는 게 좀 편해질까요?


그래도 러닝 머신은 좀 더 할만하다. /사진=남형도 기자
그래도 러닝 머신은 좀 더 할만하다. /사진=남형도 기자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뛰는 게 쉽진 않다. 2km 정도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코에 들러붙어 그나마 쉬는 숨구멍을 막는 마스크도 힘들다. 아직도 뛰다가 걷고, 걷다가 뛴다.

호흡도 넘어갈 것처럼 가쁘다. 의식해서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려 해도 헐떡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호흡법이 아닌 건가 고민하기도 했다. 달리기를 얼마나 해야, 달리기 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가볍고 빠르고 편해질까를 생각했다.

그래도 달라진 건 있다. 2주 전보다는 뛸 때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헬스장 러닝 머신 위에서 뛸 때도, 30분씩 뛰었는데도 숨이 가쁘지 않아 좋아졌구나 싶어 뿌듯했다. 그래도 속도를 서서히 올린 거라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박명현 코치의 조언 : 호흡과 관련해선 전혀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신경쓰면 오히려 그때부터 과호흡이 올 수도 있고 문제가 생긴다. 지도하며 현장에서 느낀 건, 호흡은 중요치 않다는 거다. 달리는 페이스가 안정되면, 호흡도 저절로 안정된다. 호흡을 신경쓰기 보다, 오히려 무선 이어폰을 꽂고 노래 들으며 뛰라고 하면 훨씬 잘 뛴다.

너무 운동을 안 해서 운동 신경이 죽어 있었던 분들이 아니면, 주 1~3회, 1~3개월 정도 뛰었을 때 심폐지구력이 좋아진다. 그게 좋은 운동 패턴이다. 달리기도 근육이 형성되고 자리가 잡히려면,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그 정도 봐야 한다.



2주 달리기, 비록 살은 잘 못 뺐지만…


달리며 이런 저런 풍경들을 마주하는 게 기쁨이었다. 시원스런 겨울길의 모습./사진=뛰다 힘들어 걷고 있는 남형도 기자
달리며 이런 저런 풍경들을 마주하는 게 기쁨이었다. 시원스런 겨울길의 모습./사진=뛰다 힘들어 걷고 있는 남형도 기자
2주 동안 동네를 뛰며 살을 막 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

체력이 나아진 게 느껴졌다. 영양제 여러 알을 꾸준히 챙겨 먹었을 때보다, 달리기를 꾸준히 한 뒤 더 또렷하게 몸이 좋아진 게 체감이 됐다. 밤 11시만 되면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았었는데, 달리고 난 뒤엔 자정이 넘어가도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덤으로 TV를 볼 때 스트레칭을 하며, 달리기를 위한 근육을 풀어주는 습관도 생겼다.

그리고 더 좋은 건 정신적인 부분이다. 일 때문에 쌓였던 스트레스나, 윗집 층간소음으로 인한 화(윗윗집 가서 뛰고 싶다)나, 뜻하지 않게 생긴 여러 걱정이 들 때, 나가서 시원하게 뛰고 나면 숨 쉬는 것도 절박해 절로 잊게 됐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그래서 따스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그래도 행복하구나, 살만하구나 싶었다.

식욕도 조금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뛸 때마다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어서였다. 걸을 땐 몸무게를 그리 체감하지 않는데, 뛸 땐 뱃살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고스란히 느꼈다. 그러니 다음에 더 가볍게 뛰고 싶어서 폭식을 꺼리게 됐다. 여전히 맛있는 것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긴 하지만.

어디서든 편히 할 수 있고, 돈이 들지 않으며, 뛰는 만큼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는 것도. 오늘도 나를 이기고 하루를 잘 보냈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것도 달리기의 장점이다.

몇 년째 새해가 되면 계획으로 세워뒀었던 달리기를, 이번엔 새해가 되기 전에 미리 시작했다는 것도 뿌듯하다. 2022년이 되더라도,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것뿐이니까. 꾸준히 달리다 보면 내가 몰랐던 기쁨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박명현 코치의 조언 : 달리기를 가르쳤던 분들 중 100kg이 넘는 분도 있었는데, 마라톤을 하며 30~40kg을 감량했다. 불과 1년 만이었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패턴이나 식습관이 마라톤에 맞춰지다 보니, 같이 즐겁게 달리며 이뤄낸 결과다.

달리기가 정말 좋은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달리기 하나로 소통하고, 같이 뛰니 즐겁고, 모임이 생기고, 다른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거다. 같이 운동하는 20~30명이 5~6년 되신 분들도 있다. 얻어가는 것도 많고, 건강도 챙기고, 목표 의식도 살아난다. 정말 좋은 운동이다. 저도 계속 연구도 많이 해서, 육상 문화도 커지게 하고, 엘리트도 생길 수 있게 최종 목표를 잡고 있다.
87.5kg이었던 몸무게, 2주간 매일 달렸더니…[남기자의 체헐리즘]
에필로그(epilogue).

영하 10도 추위에 맨몸으로 뛰러 나갔다.
입김이 길게 뿜어져 나오고
찬바람이 얼굴을 덮쳐 순식간에 아렸다.

그만 들어가고 싶단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몸을 움직였다. 추웠다.
더 움직였다. 여전히 추웠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샌가 춥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찰 무렵 이런 말이 나왔다.

"아, 더워 죽겠다."

그러니 달리기를 한다는 건,
가장 추운 계절에 땀을 뻘뻘 흘릴 수 있다는 것.
한겨울에 반소매 옷을 입어도 시원할 수 있다는 것.
어떤 환경에서도 그저 순응하진 않을 거라는 것.

이 턱 끝까지 차는 걸 버티다 보면,
어느새 이 편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

마흔 살의 시작에 새삼 다짐하는 것이고,
늘 그랬듯 세상을 헤쳐 나아갈 것이며,
앞으로도 별수 없이 그리 살 거라는 것.

건강히 오래도록 아프지 않겠다는 것이며,
소중한 이들의 곁에 오래 머물고 싶어서란 것.

그러니 눈물 대신 땀으로 고백한다는 것,
아내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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