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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 경쟁하는데…나라 곳간 빗장 도입엔 침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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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남 기자
  • 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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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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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국회에서 잠든 재정준칙(上)

[편집자주] 정부는 2020년말 나랏빚과 재정적자에 제한을 두는 '한국판 재정준칙' 수립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를 관리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지만 재정준칙은 1년이 넘도록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준칙은 과연 현 정부 임기내 만들어질 수 있을까.


100조원 퍼준다면서...'나랏빚 한도' 얘긴 1년간 딱 2시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나랏빚과 재정적자의 급증을 막겠다며 내놓은 '한국판 재정준칙'이 1년 넘게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올해 '예산 600조원-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에 들어서고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효율적인 재정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COVID-19) 유행 장기화와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돈풀기' 경쟁을 하면서 나라곳간의 자물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12월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아직까지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2025년부터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단 통합재정수지나 국가채무가 기준을 넘어서더라도 다른 한쪽이 기준 이하로 유지되면 재정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산식이 짜여졌다.

'돈 풀기' 경쟁하는데…나라 곳간 빗장 도입엔 침묵하는 이유
정부가 재정준칙 마련에 나선 것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월말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이후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투입이 늘어나며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 이후 복지예산 확대와 경기 대응 등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 것도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키웠다. 현 정부 첫해인 2017년 36%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0년 39.8%로 뛰었고, 지난해 2차 추경 기준으론 47.3%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회의 논의는 지난 1년 동안 단 1차례, 2시간여에 불과했다. 2020년 12월30일 국회에 제출된 관련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전문위원 검토보고와 함께 상정됐지만 당시 1차 추경 논의에 밀려 안건 보고에 그쳤다.

재정준칙이 국회 테이블에 다시 올라온 것은 9개월여 뒤인 11월23일 정기국회에서다. 2022년 예산안과 각종 법률 개정안을 다루는 정기국회에서 기재위는 이날 경제재정소위를 열어 안건 중 하나로 재정준칙을 다뤘다. 1년 동안 9차례 경제재정소위가 진행됐지만 이 가운데 재정준칙에 대해 논의한 건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지난해 11월 소위 논의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국민의힘 류성걸·송언석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 내용과 정부의 재정준칙이 성격이 겹친 탓이다. 류성걸·송언석 의원안은 재정준칙을 도입하되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국가채무비율 상한을 GDP 대비 45%, 재정적자 상한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 기준 2~3%로 잡은 것이 특징이다.

기존 국가재정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 법을 제정하는 만큼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정부안과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보장과 새 법안 제정까지 절차, 현재 국가 재정을 고려한 국가채무·수지 비율 기준 등을 고려해 기존 국가재정법을 개정한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재정준칙에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7개국 중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가장 낮은 3위"라며 "왜 지금 이것을 들고 나와서 시끄럽게 구냐"고 비난했다. 이밖에 재정준칙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 부재와 통합재정수지, 국가채무 비율 가운데 하나가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준이 충족되면 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보는 상호보완 구조 산식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올해 5월까지인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고려하면 재정준칙 도입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3월9일 대선 전까지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재정준칙 논의가 급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각 50조원, 100조원 규모의 공약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차기 정부의 재정정책에 족쇄가 될 재정준칙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기재위 소위원회 논의 이후 각 의원들을 찾아 재정준칙 필요성과 산식 구조 등을 설명하고 있다"며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무리지만 현 정부 임기 중에 상임위라도 통과하면 차기 정부에서 준칙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씀씀이 늘리면서 "재정준칙 만들자"는 정부…왜?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12.30.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12.30.
정부가 매년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도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급격한 나랏빚 증가는 막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장기화, 저성장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불가피하더라도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는 나랏빚을 불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재정건전성'을 주요 요소 중 하나로 본다는 점도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재정준칙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하고 세입 기반 약화, 인구 감소 등으로 중장기 재정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같은 해 12월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을 운용하기 위해 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규율로서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에 비춰볼 때 정부는 당장 수년 동안의 나랏빚 증가 속도의 조절뿐 아니라 '중장기 차원의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 등 위기 대응, 인구 감소, 성장률 둔화 등 영향으로 재정건전성이 점차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정부의 정책 대응을 통해 악화 속도·수준은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47.3%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2년 50%까지 높아진다. 기재부는 이후에도 국가채무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2023년 53.1%, 2024년 56.1%, 2025년 58.8%를 기록하고 좀 더 길게 봤을 때 2060년에는 81.8%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재정준칙 도입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을 낮출 수 있으며, 이 경우 2060년의 수치를 62.4% 수준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도록 한 것도 이런 전망이 바탕이 됐다.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평가'가 꼽힌다. 국가신용등급은 해당 국가 기업·금융기관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은 국제 신평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며 "이런 차원에서도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평사인 무디스(Moody's)는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낸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재정압박에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준칙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장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는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정준칙 법제화가 지연되면 한국의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에 대한 국제 신평사들의 신뢰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국제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재정준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킴엥 탄 S&P 상무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준칙 자체가 부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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