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우려에 환율 상승도 부담…"외국인 수급 주목"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35.27포인트(p)(1.18%) 내린 2953.97을 나타내고 있다.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공개 이후 미국 증시가 흔들렸다. 연준(Fed)의 긴축속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스닥을 강타했다. 이날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커진 가운데 국내 증시 역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날 대비 3.34% 내린 1만5199.17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도 각각 1.07%, 1.94% 하락했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 움직임에 따라 전날에 이어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12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QT)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일부 위원들은 테이퍼링 종료 후 바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예상보다 매파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 폭을 키우면서 1.7%를 넘어섰고, 나스닥은 3% 이상 하락 마감했다. 애플(-2.66%), 테슬라(-5.99%), 구글(-4.59%), 엔비디아(-5.76%)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외에도 양적긴축이 돌발성 변수로 등장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모습"이라며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평균인플레이션목표치(AIT)를 적용하더라도 2% 목표에 도달했고, 고용시장도 완전 고용에 근접한 만큼 정책 정상화 사이클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12월 ISM 제조업 PMI나 뉴욕 연은에서 공개한 글로벌 공급압력 지수는 공급난이 정점에 달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만큼 추후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완화될 경우 정책 속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았던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클라우드 관련 기업이 올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도 부진했다. UBS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세일즈포스(-8.28%), 어도비(-7.14%) 등도 크게 하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팬데믹을 이유로 더 많은 투자가 이어졌던 클라우드 관련 부문 등 언택트 관련 지출이 향후 경제 정상화와 함께 둔화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코스피는 1.18% 하락하면서 2950선까지 밀렸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선에 근접하면서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해 배당락 이후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배당차익거래 성격의 매도세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거래일 동안 금융투자 자금은 4.9조원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배당차익거래 청산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급 측면에서 이 매물이 얼마나 해소됐는지가 관건인데, 이미 상당 부분 출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가 또 한번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을 이어가면서 이날 국내 증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200원선에 육박한 환율 흐름에 따른 외국인 수급의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상영 연구원은 "지난해 상승세가 뚜렷했던 일부 소프트웨어 업종을 비롯한 기술주 중심으로 실적 우려를 높일 수 있다"며 "다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증시는 1% 내외 하락 출발한 이후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설 수 있어 외환시장 변화와 외국인 수급에 주목하며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영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난 완화 기대감이 상존하고,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와 달리 고점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하락 압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