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경비대장이 해적된 셈"…삼성에 칼 겨눈 '특허괴물', 前임원이었다

머니투데이
  • 심재현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29,784
  • 2022.01.10 05:00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경비대장이 해적된 셈"…삼성에 칼 겨눈 '특허괴물', 前임원이었다
"해안경비대장이 퇴임한 뒤에 '해적선 선장'이 돼 돌아온 셈이에요."

삼성전자에서 특허분야 사령탑으로 애플·화웨이 등을 상대로 굵직한 소송전을 총괄하다 퇴직한 IP센터장(부사장)이 특허관리전문업체(NPE)를 설립한 뒤 미국 전자업체와 손잡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허업계에서는 재직 중 영업기밀을 이용한 직업윤리 위반 소지가 짙다는 지적과 함께 이른바 특허괴물의 국내기업 '사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관련업계와 미국 법조계에 따르면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지식재산권)센터장(부사장)이 2020년 6월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를 통해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아메리카를 상대로 10건의 특허침해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부사장과 시너지IP는 이번 소송에서 공동 원고로 참여했고 논란이 된 특허의 소유권을 지닌 미국 델라웨어의 스테이턴 테키야 LLC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데 이어 테키야가 주장하는 특허 권리의 일부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부사장과 시너지IP가 무단침해를 주장하는 특허기술은 '올웨이즈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US8111839), '오디오 녹음용 장치'(US8254591),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US8315400) 등이다. 주로 무선 이어폰과 음성 인식 관련 기술로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버즈, 갤럭시버즈 플러스, 갤럭시버즈 프로, 빅스비 플랫폼 등에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손해배상 금액이 최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시너지IP는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특허침해를 알고도 제품 생산과 판매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부사장이 지난해 2월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을 만나 관련서류를 전달하고 특허침해 소송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는 점도 소장에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플레이어로 도약하면서 특허 관련 소송에 휘말린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 삼성전자의 특허 관련 부서 수장으로 재직했던 고위 임원이 관련됐다는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심각한 우려가 흘러나온다. 국내 특허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았던 안 전 부사장이 직업윤리를 의심받을 수 있는 소송에 참여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허업계 한 인사는 "안 전 부사장이 해당업체를 먼저 접촉해 사실상 소송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국내 기업에 대한 '특허괴물'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와중에 특허방어의 선봉장이었던 전직 내부 인사가 친정기업을 공격하는 데 동참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로 1997년부터 삼성전자의 특허 업무를 맡다가 2010년 IP센터장으로 선임돼 2019년 퇴할 때까지 해외기업과의 소송전을 총괄했다. 2011년 애플과의 소송전을 진두지휘하고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주도한 이도 안 전 부사장이다. 안 전 부사장은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 회장, 한국특허정보원 비상임이사 등 국내 지식재산권 관련 민관단체 임원으로도 활동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IP전략과 현황을 깊숙이 알고 있는 C레벨 임원이 퇴임 후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신의성실 의무나 직업윤리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비대장이 해적된 셈"…삼성에 칼 겨눈 '특허괴물', 前임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시너지IP가 주장하는 특허의 유효성이 약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어느 업체도 이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부품이나 기술이 많은 전자·IT·통신업계에서 특허침해 문제를 따질 때는 좀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폰과 관련 음성인식 기술은 특허들의 차이점이 크지 않아 특허 유효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상당수 기업은 이미 미국 법원에 무선 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기술을 두고 IPR(지식재산권)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NPE는 직접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생산하지 않은 채 특허를 사들인 뒤 소송을 걸어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기업이나 단체를 말한다. 흔히 '특허괴물'로 불린다. 이번 소송에서 공동원고인 테키야도 원래 이어폰과 음향기기 전문업체였지만 경영 여건이 열악해지면서 특허와 관련된 영업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국에서만 413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매주 1번꼴로 특허 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같은 기간 LG전자(199건), 한화·현대차(각 11건), SK하이닉스(7건) 등 다른 국내 대기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유독 많은 특허 분쟁에 얽힌 것을 두고 실제 특허 침해 여부보다는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삼성전자의 특성상 NPE에 '좋은 먹잇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동종분야 업체에서 핵심 특허 기술을 사들인 뒤 이를 이용해 삼성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무선충전·무선 전력 송신기 특허 3건 침해 소송을 제기한 아일랜드 스크래모지도 관련 특허를 2019년 LG이노텍에서 사들인 뒤 소송을 걸었다.

NPE가 승소 확률을 높이기 위해 특허 침해 대상 제품을 무더기로 늘려 진을 빼는 방식으로 협상에 나서 로열티를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허청 관계자는 "삼성에 소송을 건 해외업체들의 IP 문서를 보면 수십쪽이 넘는 자료 중 1~2쪽 정도의 일부 내용만 겹치고 핵심기술과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제통상 분야 한인사는 "이런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직 삼성전자 특허 담당 수장이 이번 공격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점은 단순하게 기업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고 특허 관련 소송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특허청을 비롯해 정부에서도 공동 대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에 대해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특허 관련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풍력·태양광' 반대했던 주민들… '태양광 연금' 받더니 변했다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꾸미
2022 웨비나 컨퍼런스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