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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금융에 드리운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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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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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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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의 사건 같지만 별개의 사건이 아닌 것이 있다. 파고 들어가면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 연결은 아는 만큼 보이고, 모르면 보이지 않는다.
터키 리라화 환율은 지난해 12월 20일 달러당 18.4리라로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2012년에 2리라 언저리였으니 통화가치가 1/10토막이 난 셈이다. 최근엔 달러당 14리라 부근에서 움직인다. 이렇게 된 데엔 지정학적 요인과 터키 국내의 정치적,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지정학적 요인이다. 크게 2가지 사건이 있었다.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구금과 러시아산 무기 도입이다. 브런슨 목사의 혐의는 2016년 7월 미수에 그친 쿠데타 배후와 연계됐고, 반정부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면서 스파이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YTG)와 협력했는데 PKK를 YTG의 한 갈래라고 여기는 터키 정부의 의심이 깔려있다.

터키가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 S-400을 산 것 역시 미국을 자극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소련의 남하를 막기 위해 터키와 동맹을 맺고 공군기지를 뒀다. 터키를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 일원이 되도록 했다. 그런 터키가 러시아산을 선택한 것은 NATO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

전자는 미국이 2018년 8월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2배 올리는 제재를 야기했다. 이는 터키 리라화의 가파르게 추락시켰다. 미국과 터키가 밀고 당기기 끝에 브런슨을 석방하고 일부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리라화 가치는 회복되지 못했다. 후자는 터키 방위산업청의 미국 수출 금지 등과 같은 미국 재무성의 조치로 이어졌다.

코로나19는 터키 리라화에는 더 불운이었다. 전세계에 달러가 마르자 미국은 캐나다·영국·유로존·일본·스위스 등의 상설통화스왑에다 한국·호주·브라질·덴마크·멕시코·뉴질랜드·노르웨이·싱가포르·스웨덴 등 9개국과 한시 통화스왑을 추가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방안(FIMA Repo Facility)을 마련했지만 미국 국채 보유량이 적었던 터키는 소용이 없었다.

물론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저금리정책이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금리인하는 결정적이다. 그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며 금리인상을 "적"이라고 표현했다.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중앙은행 총재 3명을 경질했다.

터키 이야기는 남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2018년 미국의 제재와 맞물린 터키의 금융위기로 국내에서 '펀드런'이 일어났다. 몇몇 자산운용사가 카타르 국립은행(QNB)의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담았던 머니마켓펀드(MMF)의 환매를 중단했다. QNB의 터키 자회사 자산이 부실화될 지 모른다는 이유로 ABCP 거래가 안 된 탓이다.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미국이 카타르를 때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컸다.
[광화문]금융에 드리운 지정학

지정학적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흘렸다. 이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적성국을 통제하기 위해 돈줄부터 조인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돌이켜 보면 영세중립국을 제외할 경우 미국은 동맹국과 우호국이 아니면 통화스왑을 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넘나드는 시기다. 미국과 통화스왑은 지난해 말로 끝났고 이제는 급할 경우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야 한다. 훨씬 더 금융시장에 미치는 지정학적 요인들을 주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볼 줄 알아야 생존할 수 있다. 눈이 밝아야 몸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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