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고객 잡아라" ... 30조원 지역화폐 판매대행 뛰어든 카드사

플랫폼 고객 확보를 위해 카드사들이 지역화폐 운영·판매대행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직접 지역화폐의 판매·유통을 맡으며,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종전에 금융사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카드 상품을 출시하는 식으로 이 사업에 참여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지역화폐 운영대행을 놓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인천광역시는 이달 중 지역화폐인 '인천e음' 운영대행사를 선정한다. 신한카드, 하나카드, NH농협은행, KT, 코나아이 등이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천e음의 운영대행사는 코나아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올해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사로 신한금융과 카카오페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이달 24일부터 서울시민은 신한카드가 자체적으로 출시할 앱과 신한플레이, 신한쏠 등을 통해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하고 이용할 수 있다. 체크카드 결제, 계좌이체 등 방식과 더불어 신한 신용카드로도 이 상품권을 살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카드사들은 주로 지자체, 운영대행사와 손잡고 지역화폐 이용시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식으로 이 시장에 진출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2019년 부산시와 함께 동백전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다만 코나아이가 운영 중인 '동백전 앱'을 통해서만 동백전의 구매와 이용이 가능하다. 체크카드 발급 시민은 새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나, 자사 플랫폼 고객으로까지 확장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플랫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화폐의 운영·판매대행에 뛰어들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본격적으로 플랫폼 전쟁이 시작된 만큼 이용 고객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역화폐 운영·판매대행을 위한 앱 개발비는 지자체에서 받는 발행 수수료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이를 감수하고 운영·판매대행 입찰을 참여했다는 건, 눈앞의 수익성보다는 고객이라는 미래 가치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현재 지역화폐 운영·판매대행 대부분을 차지한 코나아이도 플랫폼 강화를 계획중이다. 자사가 운영하는 지역화폐 플랫폼을 기반으로 택시호출·배달·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며, 마이데이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30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금융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카드사, 은행, 빅테크 모두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지역화폐 시장은 플랫폼 고객 확보를 위해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