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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직급 파괴'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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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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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국장
이진우 국장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인공 거스 히딩크 감독. 2000년 12월 한국에 첫발을 디딘 그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술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반말로 의사소통할 것을 요구했다. 식사할 때도 선후배가 섞어 앉게 했고 마사지도 선배가 아닌 마사지룸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받도록 했다. 당시 조명받은 이른바 '히딩크 리더십'의 여러 대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허약한 한국 축구의 체질개선 토대가 된 '수직적 위계질서의 파괴'다.

최근 재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직급파괴' 바람을 지켜보면서 '히딩크 리더십'이 오랜만에 문득 떠올랐다.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그러했듯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내건 직급통합 내지는 폐지가 당사자들에게는 아직 혼란스럽다. 아니 어색하다. 상급자와 갑자기 동급으로 분류됐는데 상사는 역시 상사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호칭도 불편하다. 외부 사람들도 뭔가 편하진 않다. 의도는 알겠고 신선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역시나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다.

CJ그룹은 사장부터 상무대우까지 6개로 나뉜 임원직급을 없애고 '경영리더'란 호칭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실시한 직급개편 중 가장 파격적이다. 상무님, 전무님, 부사장님 등 익숙한 호칭이 순간 사라졌다. 삼성전자도 부사장과 전무를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직급별 승진연한을 없앴다. 앞서 SK그룹도 2019년 상무, 전무, 부사장으로 구분된 임원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했고 현대차도 이사대우와 이사·상무직급을 상무로 통합했다.

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직원의 직급통합도 이미 많은 대기업이 시행 중이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만나면 명함의 많은 내용이 달라진 경우가 다반사다. 얼마 전까지 부장 또는 상무였는데 갑자기 '부사장 명함'을 내미는 식이다. 네이버처럼 임원직급을 부활한 사례도 있지만 수평적 조직문화, 직무중심 평가를 핵심으로 한 인사혁신을 한 번쯤 고민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 쉬운 세상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취지나 의도와 별개로 아직은 많은 곳에서 혼란을 느낀다. 기존 구성원에겐 아무리 부사장이라고 불러도 이마에 상무, 전무, 부사장 딱지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매니저라 불러도 과장, 차장, 부장급에 따라 앞을 올리느냐 뒤를 올리느냐 악센트를 다르게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여전하다. '프로'니 '님'이니 하는 다른 호칭도 마찬가지다. 누가 안 볼 때는 그냥 옛날 직급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기업별로 인사혁신의 방식이나 폭이 다르긴 하지만 일방통행이 아닌 소통, 변화를 통한 위기극복의 메시지를 공통으로 담았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급격한 디지털 시대로 전환, 과거와 전혀 다른 글로벌 시장의 경쟁패턴 등이 혁신을 생각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것이란 위기감으로 번졌다.

그래도 가장 큰 포인트는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것, 바로 '변화'다. 어색하고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출발점에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되돌아올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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