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4시간 근무"…'주4.5일제' 직급까지 없애는 대기업

일주일에 4.5일만 일하면 되고 잘하는 직원들에겐 주식도 나눠준다. 누구나 프로젝트 리더(팀장)가 될 수 있다. 대리, 부장 등 직급도 없고 성과만 낸다면 입사 10년만에 임원까지 될 수 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 얘기가 아니라 대기업 CJ ENM (75,000원 ▲300 +0.40%)가 내놓은 인사제도 혁신방안의 주요 골자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다양한 기회, 공정한 경쟁, 파격 보상과 성장'을 중심에 둔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13일 공개했다. 대박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잘하는 직원에게 큰 보상을 주겠다는 얘기다. 인력유출이 심하다는 업계 통념을 깨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초석을 다지겠단 포부다. 지난해 11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한 중기비전 목표와 궤를 같이 한다.


먼저 일하는 환경부터 바꾼다. 주 4.5일제에 준하는 B.I+(비아이 플러스)제도를 도입해 매주 금요일 오전 4시간만 근무하고 오후 4시간은 자기개발 시간으로 사용한다. 또 서울과 경기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위치한 거점 오피스제도도 확대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CJ ENM 제주 오피스와 올해 '트윈시티 남산', '일산 빛마루', '동대문 제일제당센터', '용산 CGV' 등이 문을 연다.

성과 보상체계와 조직문화도 달라진다. 성과 및 역할에 따라 파격 보상하고 젊은 인재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앞으로 3년 간 연봉의 최대 5%까지 주식 보상 프로그램(RSU,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도입한다. 고성과자에겐 추가 보상도 준다. 장기근속자 포상기간도 3·5·7·10년(이후 5년마다) 이뤄진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술꾼 도시 여자들’ 포스터./사진=티빙

인사체계가 성과 중심으로 바뀌면서 10년 만에 임원이 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팀 단위의 업무범위를 넘어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 운영하면서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멤버도 구성할 수 있다. 성과를 증명하면 누구라도 10년 이내에 스타 크리에이터나 경영 리더(임원) 등 리더로 성장 가능하다. 연공제 직급을 전면 폐지해 수평적으로 바꾼다. 수행 직무와 역할로만 개인을 구분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CJ ENM이 운영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과 이별 남녀가 다시 만난다는 내용의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 등에 보상이 돌아갈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술도녀는 티빙 유료가입기여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신규 가입자 20%가 찾아보는 콘텐츠다. 관련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3600만회를 넘는다.

사내창업 제도도 운영한다. 최대 2억원의 사업지원금을 총 5팀에게 지급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시리즈A'가 다음 달 발표를 앞두고 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뿐만 아니라 스튜디오드래곤, 티빙 임직원까지 참가 모집 범위를 확대해 1차 서류접수가 완료됐다. 지원자 중 69%가 대리, 사원급의 젊은 지원자들로 젊고 사업내용도 IP(지적재산권)과 NFT(대체 불가 토큰) 등으로 새롭다.

CJ ENM은 인사제도 혁신 방향을 △공감력 △독창성 △사명감으로 설정하고 최고 인재들이 더욱 성장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을 이어갈 예정이다. 인사제도 개편을 주도한 강호성 CJ ENM 대표는 "최고의 인재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및 OTT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며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탈바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